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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정책 실패 책임, 국민 탓으로 떠넘겨"..국책연구원도 비판

부동산 분양정석 2021. 9. 8. 14:01

국토연구원 등 3개 기관 합동연구보고서 작성

"공공부문도 악덕 투자자와 다르지 않아"

이데일리 | 김나리 | 입력2021.09.08 09:54 | 수정2021.09.08 09:54

[이데일리 김나리 기자] 정부가 부동산 실정(失政) 책임을 국민에게 떠넘긴 채 징벌적 과세 수준의 규제 칼날을 빼들었다는 분석을 담은 국책연구기관들의 합동연구보고서가 나왔다.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정부가 가격을 통제하기보다 불필요한 시장개입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사진=이데일리DB)

8일 정부와 국책연구기관 등에 따르면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과 국토연구원, 한국주택금융공사 주택금융연구원은 지난달 국무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에 ‘부동산 시장질서 확립을 위한 중점 대응전략’ 보고서를 제출했다.

719페이지 분량의 이 보고서는 주택정책 및 부동산 산업·조세 정책, 부동산 금융정책, 부동산 형사정책 등 크게 세 가지 분야에서 분야별 정책 변화와 이에 따른 시장질서 교란 행위를 분석하고 대응전략 등을 제시했다.

보고서는 먼저 “현 정부 출범 이후 20차례 넘게 부동산 종합대책을 발표했음에도 주택가격이 전국적으로 급등해 정부 부동산정책에 대한 국민 불신이 심화했다”며 정부의 부동산 정책 혼선·실패가 야기된 이유는 정부가 부동산 시장 변화상을 간과한 채 기존의 규제·과세 중심의 부동산관을 답습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주택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진단 없이 정책 이념에 따라 조세, 대출 정책의 틀을 바꾸고 공급정책에서도 공공주도, 민간육성 등 일관적이지 않은 정책을 시행해 시장 불확실성만 키웠다는 것이다.

공공 부문의 역할은 아쉽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특히 “경영평가가 보편화된 이래 공공 부문 역시 수치화·계량화된 실적과 성과에 매몰되면서 차익과 폭리를 노리는 악덕 투자자와 다르지 않게 됐다”며 “(정치인과 공직자는) 자신의 실적과 성과를 위해 이러한 상황을 알면서도 조장하거나 방치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실정의 책임을 일반 국민의 탓으로 전가하고 부동산을 통한 개인의 불로소득부터 바로잡겠다고 국민을 향해 징벌적 과세 수준의 애먼 칼을 빼들었지만 퇴로 없는 정책은 저항만 낳을 뿐”이라고 꼬집었다.

보고서는 또 문재인 정부가 투기의 주범으로 본 ‘다주택자’ 개념에 대해서도 문제 삼았다. 객관적인 기준이나 사회적인 합의 없이 복수의 주택을 소유한 것만으로 다주택자라고 규정하고, 종합부동산세 등 조세 중과의 핵심 표준으로 삼았다는 이유에서다.

부동산 금융 분야에서도 쓴소리가 이어졌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규제를 주택가격 안정화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기 때문에 과도하게 규제 수준이 변하고 차입자가 중심이 아닌 투기지역 중심으로 규제를 결정하는 구조다. 이로 인해 자기자본이 부족한 실수요층의 주택 구입 기회를 과도하게 제약하는 측면이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보고서는 최근 급증하는 편법대출이 과도한 대출규제에서 기인하는 측면이 있고, 시장 상황에 따라 급변하는 LTV 상한은 오히려 시장안정을 저해할 수 있다며 “실수요 목적의 부동산 수요자가 합리적인 수준에서 계획적으로 금융을 이용할 수 있도록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대출규제의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부동산 형사정책 분야에서는 부동산 시장 교란행위에 대한 현행 양벌규정이 오히려 법인과 개인에게 면죄부 역할을 하는 책임 회피 수단으로 활용될 여지가 있다며 제도를 시급히 정비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부동산 가격 통제가 정책 목표가 돼서는 안 된다며 “거래절벽이니 매물잠김과 같은 현상이 나타나지 않도록 유통 및 소비와 관련한 규제와 조세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나리 (lord@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