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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난에 갈 곳 '빌라' 뿐이지만..곳곳에 '현금청산' 함정

부동산 분양정석 2021. 9. 10. 13:42

집값 전세값 상승에 빌라로 눈 돌리는 실수요자들

"실수요자 현금청산 우려 있지만 구제 시점은 아냐"

쿠키뉴스 | 조계원 | 입력2021.09.10 06:02 | 수정2021.09.10 07:49

서울 시내 한 빌라촌 모습 사진=쿠키뉴스DB

[쿠키뉴스] 조계원 기자 =서울 내 전세난이 계속되면서 실수요자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빌라 매수에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이에 빌라 매수에 나섰지만 2‧4 대책에 따라 현금청산 위기에 빠진 사람들이 속출하고 있다. 이들은 재개발을 통한 아파트 입주권보다 맘 편히 쉴 수 있는 보금자리를 지켜달라고 호소한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위기에 놓이지 않기 위해 매수 전 충분히 개발 정보를 파악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정부는 올해 2·4공급 대책에서 대책 발표일 이후 매입한 주택이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 또는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대상지에 포함될 경우 현금청산하겠다는 원칙을 밝혔다. 투기세력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주택을 매수한 지역이 재개발·재건축이나 역세권 개발 예정지 등으로 지정되면 아파트 입주권을 주지 않고 현금청산하겠다는 원칙이다. 이후 현금청산 기준일은 국회에서 근거 법 마련과정에서 6월 29일로 조정됐다.

서울의 8월 빌라 거래량은 3327건으로 전월(4848건) 보다 1521건 감소했다. 서울의 올해 빌라 거래량은 6월 6017건으로 정점을 찍고, 이후 2개월 연속 줄어들었다. 다만 빌라 거래량은 최근 수개월째 아파트 거래량을 웃돌고 있다. 지난달 아파트 거래량은 2718건에 불과했다. 통상 생활 인프라가 뛰어나고 대출이 손쉬운 아파트 거래량이 빌라 거래량을 상회한다. 이는 아파트 매매값은 물론 전세값이 상승하면서 빌라에 대한 실수요와 투자 목적의 수요가 동반상승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빌라를 매수할 시점에는 공공 개발이 확정되지 않았으나, 매수 이후 공공 개발이 급물살을 타면서 현금청산 위기에 놓인 이들이다. 예컨대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와 있는 사례를 보면 청원자는 “공공주택 복합사업으로 현금청산될 위기에 처해있다”며 “실거주 목적의 피해자들 목소리도 들어 달라”고 호소한다. 구체적으로 “아버지께서 지난 3월 신축 다가구주택을 계약했고, 6월 중도금 납부, 8월말 잔금 납부 및 이사 예정”이라며 “얼마 전에 이사 갈 집 청소를 위해 방문했는데 앞집에 '00동 재개발 동의율 00% 달성'이란 현수막을 보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구역의 주민들이 도심 공공 복합사업 동의를 받으면서 서울시에 사업제안을 진행 중”이라며 “만약 사업을 신청해 진행된다면 저희가족은 8월말에 등기이전을 하므로, 입주권을 받지 못하고, 현금청산을 당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조용하고 살기 좋은 동네가 왜 복합사업으로 재개발이 되어야 하느냐, 모든 사람이 아파트에 사는 것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아파트에 살고 싶은 생각도 없고. 그냥 가족이 이번에 이사 갈 집, 좋은 동네에서 주민들과 평화롭게 살고 싶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심지어 현금청산 때문에 주민들과 갈등에 빠진 빌라 매수자도 있다. 이사 후 주민들이 공공 개발을 추진하면서 이를 반대하는 매수자와 갈등이 깊어진 것. 해당 매수자는 “그냥 온전한 내 집에서 살고 싶은 마음뿐인데, 이것마저도 왜 허락을 안 해주는 것”이냐며 “왜 6월 29일 이후 이사 온 사람은 무조건 투기꾼 취급당해야 하는 건가”라고 한탄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현재 실수요자에 대한 구제는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실수요자 문제가 있지만 지금 실수요자 구제와 관련한 발언을 할 시점은 아니다”라며 “실수요자와 투기세력을 구분하기도 어렵고, 실수요자를 구제해줄 경우 정부 정책이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에서도 실수요자 구제 방안을 검토했지만 포기한 걸로 알고 있다”며 “지금 빌라를 매수한다면 개인이 개발 정보를 충분히 숙지하고 나서는 길 밖에 없다”고 당부했다.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