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서초구, 조합 합동점검 결과
'황제분양' 논란 신반포3차 등
불투명 운영 등 지적사항 무더기 적발
여러 조합 참여 추정 유명 조합장
조합 운영 놓고 조합원과 소송전도
고문 계약 관련 신반포2차 수사의뢰
한겨레 | 진명선 | 입력2021.09.28 05:06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 아파트 공사 현장 모습. 연합뉴스
서울 부동산 시장을 좌우하는 서초구 반포 일대 재건축 조합에 대한 지자체 합동점검 결과 불투명한 운영 등과 관련한 지적사항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이들 조합은 ‘재건축의 신’ 또는 ‘스타 조합장’으로 일컬어지는 유명 조합장이 일정 부분 관여된 곳으로 조합 운영과 관련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2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등을 통해 입수한 ‘신반포3차·경남아파트 재건축조합 실태점검 지적사항 조치계획’ 자료와 ‘신반포2차 재건축조합 기동점검 적출사항 조치계획’ 자료를 보면, 서울시와 서초구는 이들 두 조합에 대한 합동점검을 통해 신반포3차 29건, 신반포2차 15건의 지적사항을 각각 적발했다. 신반포3차는 분양가상한제에서도 역대 최고 분양가(3.3㎡당 5653만원)를 승인받아 ‘황제분양’ 논란을 부른 ‘반포 래미안원베일리’다. 신반포2차는 지난해 말 조합 설립 인가를 받아 아직 시공사 선정 전이다.
원베일리 조합의 경우 관리처분계획에 동·호수 배정 시 전산추첨을 하겠다고 밝힌 것과 달리 일부 세대를 수기 방식으로 진행한 것을 비롯해 8건이 시정명령을 받았다. 정비업체직원과 조합 임직원에게 부당하게 지급한 식대 및 교통비 등 2건에 대해서는 환수 조처가 내려졌다. 그밖에 행정지도를 받은 부분도 19건에 달했다. 특히 신반포2차 조합은 강남 일대에서 ‘재건축의 신’ 또는 ‘스타 조합장’으로 일컬어지는 한아무개씨와 월 2500만원, 연 3억원의 재건축 고문계약을 경쟁입찰하지 않고 수의계약으로 체결한 일과 관련해 수사의뢰 됐다.
두 곳에 대한 합동점검은 일부 조합원들이 제기한 민원에 따라 착수된 것으로, 특히 강남 일대에서 재건축 전문가로 통하는 한씨와 관련된 민원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씨는 ‘아파트 평당 1억원’ 시대를 연 반포 아크로리버파크(아리팍)의 전신인 신반포1차 재건축조합장이다. 아리팍의 ‘명성’을 발판으로 다른 재건축조합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합동점검을 받은 원베일리 조합의 경우, 한 조합장이 ‘조합원’ 신분으로 조합 총회 사회를 보거나 언론 인터뷰를 하는 등 조합 운영을 실질적으로 주도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조합장은 지난 6월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에서 일부 조합원 주도로 열린 재건축 설명회에 참석하기도 했다. 당시 한 조합장이 참석한 설명회 동영상을 홍보하는 문자메시지에는 “최단 기간 입주, 최고분양가, 최고 추가환급금·최고수익률, 최단기 인허가, 최초 평당 1억원의 신기록을 만든 대한민국 최고의 재건축 전문가 한 조합장”이라고 적혀있다.
재건축 전문가로 통하지만, 그를 둘러싼 갈등도 계속 발생하고 있다. 원베일리 조합에서는 일부 조합원들이 조합 운영에 문제를 제기하고, 이에 대해 조합 임원들과 한 조합장이 해당 조합원을 고소하는 등 난타전이 벌어지고 있다. 소형면적인 46㎡에 대해 조합원 신청분이 없다고 공지해놓고 실제 관리처분인가 때는 2세대를 조합원 신청분으로 기재해 조합원들의 분양신청 기회를 막았다는 내용과 관련해서는 일부 조합원들의 고발로 경찰 수사 중이다. 단 일부 조합원들이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한 분양계약체결 금지 가처분 신청은 지난 3월 기각됐다. 김아무개 조합장과 한 조합장은 이 문제를 제기한 특정 조합원을 상대로 명예훼손 등 민·형사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그밖에 이주촉진비 대출 규정 위반 등과 관련해 일부 조합원들이 조합을 고발한 2건이 추가로 있다.
한 조합장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특정 조합원들이 지독하게 서초구청, 서울시청에 민원을 넣어서 합동점검이 시작됐다. 지적사항 29건은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고 이행에도 강제성이 없는 행정지도 수준”이라며 “46㎡ 면적 분양도 가처분 신청 때 법원에서 문제가 없다고 판단이 나왔기 때문에 경찰 수사를 해도 무혐의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신반포2차 고문 계약 관련해서는 “신반포2차는 17년 동안 추진위에서 조합 설립을 못하는 최악의 상태에서 추진위원장 직무대행을 해임시키고, 총회를 4번이나 열고, 가처분 소송 12개를 이기면서 조합 창립총회를 열어서 10개월만에 인가를 받아줬다”며 “창립총회에서 안건으로 결의를 받아서 나한테 요청해서 수락한 것 뿐인데, 저한테 쫓겨난 추진위원장 직무대행이나 비대위 등이 서초구청에 민원을 넣었고 결국 1개월 10일만에 계약을 해지했으며 급여는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 조합장은 자신을 반대하는 특정 조합원의 고발로 세무조사까지 받고 있다고 했다.
그가 현직 조합장 신분을 유지하고 있는 신반포1차 조합(아크로리버파크 조합)도 2016년 입주 이후 5년이 지났는데도 해산을 못한 채 조합원들과 소송이 진행 중이다. 일부 조합원들은 한 조합장을 비롯한 조합 임원들에게 수익금의 20%를 인센티브로 지급하도록 한 2013년 이사회 의결이 무효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 조합원들이 주장하는 인센티브 규모는 200억원에 달한다. 1심과 2심에서는 “200억원에 이른다고 볼 객관적인 자료가 없다”는 등의 이유로 조합원들이 패소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대법원은 “심리를 통해 추가이익금이 대략 어느 정도에 이르는지를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나 이를 하지 않았고, “임원들이 재건축사업의 성공적인 진행에 어떠한 기여를 하였는지 충분히 심리되지 않은 것”도 문제라며 원심을 파기 환송했다. 파기환송심은 9월30일 열린다.
천준호 의원실이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미해산 조합 실태조사 추진’ 관련 자료를 보면, 서울시는 신반포1차를 비롯한 미해산 조합 10곳에 대해 각 구청 및 변호사·회계사 등 전문가와 함께 실태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여기에는 강동구 시영2차(프라이어팰리스), 강동구 고덕2단지(고덕 그라시움), 서초구 삼호가든 1·2차(반포 리체), 서초구 신반포5차(아크로리버뷰신반포) 등 강남권 고가 아파트 단지가 포함되어 있다.
10곳 가운데 강동구 고덕시영 재건축조합(고덕 래미안힐스테이트)과 송파구 가락시영 재건축조합(헬리오시티)은 이미 실태조사가 이뤄졌다. 고덕래미안힐스테이트 조합의 경우 2017년 입주했는데도 시공 하자 및 세금 환급 소송 등으로 해산이 미뤄지면서 조합장이 월 560만원의 급여와 100만원의 업무추진비를 받아간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조합 임원의 과도한 인센티브와 퇴직금 인상 시도에 반발하는 조합원들의 민원 제기로 해당 안건이 삭제되어 총회가 개최되기도 했다. 2018년 입주한 헬리오시티의 경우 조합과 조합원들 사이에 손해배상 및 구상금 청구 등 법적 소송만 28건 진행됐거나 진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일부 조합 임원의 비리행위, 불투명한 조합 운영 등이 정비사업의 불신을 키우는 원인”이라며 “개발이익이 주민들과 지역 사회에 돌아갈 수 있도록 재건축 부정부패를 근절하기 위한 제도개선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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