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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좁은 임대주택 그만"..강남권 20~30평대 '장기전세' 늘린다

부동산 분양정석 2021. 10. 30. 14:18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9월 14일 오후 서울 관악구 신림1재정비촉진구역을 방문해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서울시가 오세훈 시장 의중을 반영해 3~4인 가구 수요에 맞춘 전용 59㎡ 이상 크기의 장기전세주택 물량 확보에 주력한다. 그동안 정비사업 기부채납으로 확보한 임대주택이 전용 30~40㎡대 행복주택, 국민임대 등 소형 주택에 치중돼 임대주택에 대한 인식이 나빠진 점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입지가 우수한 시내 재건축 ·재개발 단지에 20년 간 저렴한 가격으로 거주할 수 있는 장기전세 물량이 많이 확보되면 시장 안정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서울시의 판단이다.

방배 신동아, 대치우성1차 등 전용 59㎡ 이상 물량 확보

29일 서울시에 따르면 최근 건축심의를 통과한 강남권 재건축 단지에 3인 가구 이상 거주가 가능한 전용 59㎡ 이상 장기전세 물량이 다수 포함됐다.

지난 8월 재건축 심의를 통과한 서초구 방배 신동아아파트는 새로 지을 847가구 중 110가구를 임대주택으로 확보했다. 구체적으로 전용 59㎡가 82가구, 전용 84㎡가 28가구인데 이 중 일부는 장기전세주택으로 공급할 예정이다.

같은 날 건축심의를 통과한 송파구 미성크로바 아파트는 전체 1850가구 중 196가구를 3~4인 가구를 위한 장기전세주택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아직 구체적인 크기는 결정되지 않았으나 상당 비중이 전용 59㎡ 이상 크기로 설계될 전망이다.

10월 말 건축 심의를 통과한 강남구 대치우성1차 아파트 재건축 사업에서도 총 712가구 중 기부채납을 통해 임대주택 86가구를 확보했다. 이 가운데 전용 59㎡ 장기전세주택이 43가구 포함됐다.

같은 날 건축심의를 통과한 금천구 대한전선 부지 주택건설 사업에서도 990가구 중 임대주택 128가구를 확보했으며, 이 가운데 52가구가 전용 59~84㎡ 장기전세주택으로 파악된다.

이는 서울시가 재건축, 재개발 정비사업 승인 과정에서 최대한 양질의 장기전세주택 물량을 확보하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란 설명이다.

김성보 서울시 주택정책실장은 "기부채납으로 확보하는 임대주택은 기존 소형 평형 외에도 신혼부부가 아이를 키우면서 계속 거주할 수 있는 중형 평형의 장기전세주택 공급을 확보하려 한다"며 "최장 20년간 지속 거주할 수 있는 양질의 임대주택을 충분히 공급하면 주거난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단지 전경. /사진제공=뉴스1

중형 장기전세 시장 안정화 도움될 것..소득기준 등 보완책 지적도

이런 시도가 임대차 시장 안정화에 도움이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최근 전세난이 3~4인 가구를 위한 아파트가 부족해 촉발된 점도 있기 때문에 중형 평형 장기전세주택이 많이 공급되면 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다만 실제 공급 시기와 규모에 따라 시장에 미칠 영향은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보증금이 만만치 않은 강남권 장기전세주택의 경우 특정 계층만 혜택이 집중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일례로 최근 공실 입주자를 모집한 서초구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84㎡는 10억100만원,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59㎡는 8억3785만원으로 각각 보증금이 책정됐다. 최근 전셋값 급등으로 주변 시세의 60% 수준이나 서민층에겐 부담스러운 가격대다.

이에 장기전세주택 입주 자격인 소득 기준을 손질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현재 장기전세 입주 소득 기준은 공급가격이 아닌 '면적'으로 설정돼 있다.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을 기준으로 전용 60㎡ 이하는 100% 이하, 전용 60㎡ 초과~85㎡ 이하는 120%, 85㎡ 초과는 150% 이하만 신청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기준은 각 지역별 주택 가격이 다른 현실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강남권 전용 59㎡ 장기전세주택 보증금이 강북권 전용 84㎡ 보증금보다 수 억원 비싸다. 그러나 입주 가능 소득은 강남권 전용 59㎡ 주택이 더 낮게 설정돼 있다.

이에 서울시는 장기전세주택 입주 가격 소득을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의 150%로 일괄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이후 부작용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잠정 보류했다. 대신 강남권 고가 보증금 단지의 경우 보증금 일부를 월세로 전환해서 초기 자금부담을 낮추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유엄식 기자 usyoo@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