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은 코로나19로 침체했던 동안 오히려 더 큰 성과를 만들었다. 비단 빌보드 성적뿐만 아니라 비대면의 최적화와 보편성의 힘을 바탕으로 세계인의 마음을 움직였다.
■ 코리아 빅 체인지 7 - ③ 비대면 라이프 스타일
SNS·온라인 간접 접촉 늘려
방탄소년단, 글로벌 스타 등극
‘오징어게임’ 루저 스토리 열광
극한 경쟁·계층 갈등에 공감
현실·가상 경계없이 문화 연결
메타버스 엔터 진출 잇따를 듯
위기 다음엔 기회라고 했던가.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치명적 위기를 겪었으나 K-콘텐츠만큼은 눈부신 도약을 거듭했다. 코로나19가 본격화하던 지난해 초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을 휩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을 시작으로 방탄소년단의 잇단 빌보드 1위, K-드라마 ‘오징어게임’(사진)의 폭발적 신드롬까지… 전 세계가 바이러스에 움츠러들고, 격리와 비대면으로 단절됐을 때에도 K-콘텐츠는 오히려 펄펄 날았다. ‘위드 코로나’와 함께 비대면 이후의 세상이 더 궁금해지는 요즘, K-콘텐츠는 미래 라이프 스타일을 바꿀 양식으로서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고 있다.
◇비대면 최적화
이는 2004년 드라마 ‘겨울연가’로 시작된 한류(K-웨이브)와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지난 20년간 한류는 버전을 상향하며 영역을 넓혀 왔으나 이번엔 완전히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고 할 수 있다.
K-콘텐츠의 ‘뉴스타트’는 비대면으로 인해 역설적으로 더 가까워진 거리, 전통의 ‘K’를 벗어나 인류 공통의 ‘K’로 나아간 보편성을 도약의 두 가지 축으로 하고 있다. 비대면은 직접적인 접촉 기회는 줄였으나 온라인을 통한 간접 접촉 기회는 더 늘렸다. 그리고 일찌감치 인터넷과 SNS에 익숙했던 K-팝, K-무비, K-드라마, K-웹툰 등 K-소프트파워는 랜선을 타고 무한 확장됐다.
대표적 사례가 방탄소년단이다. 이들은 코로나19로 포위됐던 지난 2년간 가장 큰 성과를 냈다. 지난해 9월 ‘다이너마이트’부터 ‘라이프 고즈 온’ ‘새비지 러브’ 리믹스, ‘버터’ ‘퍼미션 투 댄스’ ‘마이 유니버스’를 잇달아 흥행시키며 빌보드 ‘핫 100’ 1위에 여섯 차례 등극했다. 비틀스를 제외하곤 역대 최단 기간 최다 기록이다.
비대면에 최적화한 시스템을 적극 활용했다. 평소 같으면 미국 뮤직어워즈나 방송국 토크쇼에 출연하기 위해 비행기를 타고 10시간 이상 날아가야 했겠지만 실시간 온라인 중계가 이뤄지면서 역설적으로 거리가 좁혀졌다. 이런 방식은 블랙핑크, 트와이스, NCT 127, 세븐틴, 피원하모니 등으로 ‘전수’됐다. 라이브 스트리밍 콘서트로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한 것도 방탄소년단이다. 지난해 온라인 공연에서 무려 76만 명의 유료 관객을 모았다. ‘오징어게임’이 넷플릭스 플랫폼을 타고 전 세계 190여 개국 시청자를 만난 것도 그렇다. 국내용이라면 만들어지기 어려웠을 ‘오징어게임’은 글로벌 플랫폼을 기반으로 전 세계 1위에 올랐다.
시스템으로서의 플랫폼은 향후 더욱 크게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이달 디즈니플러스에 이어 애플TV플러스도 국내 상륙한다. 애플TV플러스는 SK브로드밴드와 손잡고 디즈니플러스보다 일주일 먼저 서비스를 개시하기로 했다. 웨이브, 티빙, 왓챠 등 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도 몸집을 키우고 있다. CJ E&M과 SM엔터테인먼트의 합병도 물밑에서 추진되고 있다.
◇보편성의 힘
비대면 최적화가 시스템이나 플랫폼의 영역이었다면 K-콘텐츠에 녹아 있는 보편성은 스토리에 힘을 부여했다. ‘기생충’은 계층 갈등과 빈부차라는 인류 역사의 뿌리 깊은 문제를 우화적으로 파고들어 공감을 얻었다. 비록 한국에만 있는 ‘반지하’가 등장하지만 생소하거나 낯설지 않았다. 대저택과 대비되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형태만 다를 뿐 누구나 한번 보면 알 수 있는 장치였다.
‘오징어게임’도 같았다. 사회 적응에 실패하고 부(富)에서 소외된 ‘루저’들은 어느 국가, 어느 사회에도 현존하는 문제였고, 이들이 목숨을 건 황당한 게임에 뛰어들기에 충분한 이유가 됐다. 극한의 경쟁 사회, 갈수록 파편화하는 ‘나노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인간의 모습에 대한 풍자와 은유가 그럴듯했다.
◇아날로그 혹은 디지털의 미래
전통의 아날로그와 디지털 방식은 각각의 장점을 더욱 극대화하는 쪽으로 변할 것으로 보인다.
아날로그, 혹은 대면의 중요성은 비대면을 지나오면서 더 강화된 측면이 있다. 방탄소년단이 이달 말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여는 2년 만의 오프라인 콘서트에 쏠린 관심이 이를 방증한다. 예매를 시작하자마자 4일 치의 티켓이 곧바로 동났다. 그러나 코로나19 이전과 똑같을 수는 없을 것이다. 감염병의 위험이 여전하고 정부의 방역 가이드 라인이 존재하는 한 소비자 개인의 경계 심리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당분간은 온·오프라인이 병행되거나 공존하는 형식이 될 것으로 추측된다.
반면, 버추얼 아이돌 그룹의 탄생은 디지털 기술의 미래를 엿보게 한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최근 넷마블에프앤씨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의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했다. 메타 휴먼 기술을 보유한 넷마블에프앤씨와 엔터테인먼트사인 카카오의 결합이다. 이들의 첫 번째 프로젝트는 K-팝 버추얼 아이돌 그룹이다.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는 독자적인 세계관과 개성적인 캐릭터로 구성된 디지털 아이돌 그룹을 내년 중 선보일 계획이다.
시기상조라는 주장도 있으나 기우에 그칠 것 같다. 최근 광고모델로 활약한 가상 인플루언서 로지는 이런 캐릭터의 성공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줬다. 전문 스튜디오가 만든 가상의 존재이지만 진짜 사람 같은 외모와 동작으로 우려를 불식시켰다. ‘트렌드 코리아 2022’의 저자 김난도 서울대 교수는 이를 ‘실재감테크’로 명명했다. 그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은 시공간의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완전한 실재감을 느낄 수 있게 만드는 기술인 ‘실재감테크’”라며 “2022년은 코로나19 이후 새로운 패러다임의 원년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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