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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공항에서 격리 호텔로 가는 길..중국 공산당의 고민이 보였다

부동산 분양정석 2021. 11. 2. 10:37

[우수근의 아시아 워치] 신(新) 열하일기 (3)

[우수근 콘코디아 국제대학교 대외교류 부총장(woosukeun@hanmail.net)]

인천 공항부터 상하이의 푸동 공항까지, 코로나 19 이전과 달라진 상황을 목도하며 다소 혼란스러운 감정이 들기도 했다. 목적지인 격리 호텔 행 "방역 안전" 차량에 올라타니 그제서야 다소 안도할 수 있었고 긴장이 좀 풀렸다.

하지만, 그 기대가 깨지는 데는 불과 몇 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잠시 맛보았던 안도감은, 서둘러 올라탄 차량에서 봇물 터진 듯한 공포감으로 빠르게 바뀌었기 때문이다.

먼저, 방호복으로 온 몸을 칭칭 감싸고 있는 앞 좌석의 2인과 뒷 좌석의 나 사이에는 이른바 "안전 비닐막"이 드리워져 있었다. 그것을 보니, 내가 무슨 몹쓸 세균의 숙질이라도 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 이유는 잘 알지만 그래도 솔직히 기분은 조금 '더티(dirty)'해졌다.

게다가 제법 큰 비가 내리는 가운데 가끔씩 번쩍! 콰꽝!! 거리는 차창 밖의 천둥번개는 "흐흐흐, 어서와! 공포의 세계로!"라는 괴기영화를 찍는 듯했다.

설상가상으로, 소위 "방역 안전" 차량은, 운전 기사가 아니라 차량 자체가 음주한 듯, 빗길에 이리저리 미끄러지곤 하며 내 속마저 더티하게 만들었다. 방역 안전일지 몰라도 결코 교통 안전은 아니었다. 오죽했으면 교통 사고로 객사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가족에게 전화라도 해야 하나 라며 주머니에서 애먼 휴대폰만 꺼냈다 집어 넣었다만 반복했을까.

심사가 심히 꼬여 뭔가 꼬투리라도 잡고 싶었다. 그런 나에게 재미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앞 좌석과 뒷 좌석을 갈라놓은 안전 비닐막에 구멍이 송송 나 있는 것이었다. 그것도 한 군데가 아니라 여기저기 서 너 군데. 그 모양을 보니 누군가가 손가락으로 지그시 눌러 뚫은 것이 틀림없다. 아마도 나보다 더한 인간들이 있었나 보다.

그런데 좀 더 자세히 살펴보다 보니 그 구멍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안전 비닐막의 왼쪽 상부가 밑으로 쭈굴쭈굴 내려와 벌어져 있었다. 오른쪽 하부의 비닐막도 어미 쥐가 아기 쥐를 업고 들락날락 거리고도 남을 정도로 널부러져 있었다.

▲ 공항에서 호텔까지 이동할 때 탑승했던 방역차량 내부 모습. ⓒ우수근

나는 이걸 앞에 앉은 내 "방호복 요원"에게 알려줬다. 그랬더니 승차 시부터 줄곧 휴대전화 사랑에 빠져 있던 그는 살짝 내 쪽을 돌아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말을 잘 못 알아들었나 싶어 다시 이야기를 해줬지만, "알아요"라고 냉담하게 한 마디 던지며 또다시 휴대전화를 하느라 바빴다.

그의 반응으로 볼 때, 이들은 비닐막이 뚫어지고 벌어져 있음을 이미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게다가 방호복 요원은 호텔 도착 후, "내 역할은 호텔 도착까지 가이드하는 것"이라며 "그 다음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묻는 내 질문에 모르쇠로 일관했다. 그리고는 다시 휴대전화에 빠져들었다.

이 호텔은 중국 정부 초청으로 온 외국인들이나 전세계에서 온 외교관 전용 격리 시설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곳에서 이들 외국인들을 제일 먼저 맞이한 것은, 벽면에 적혀있는 "정리정돈"이라는 문구가 무색하게 여기 저기 널부러져 있는 짐들과 이리 저리 흐트러져 있는 각종 도구들이었다.

이에 결국 나는, 들어선 자리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은 채 서서 휴대전화만 바라보며 희죽거리는 그 자와 함께 전등조차 꺼졌다 켜졌다 하는 호텔 뒷문의 복도에서 한 시간 여를 꼼짝없이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방역의 일선 현장뿐만 아니라, 방역 자세에도 구멍이 있었던 것이다.

▲ 격리 호텔에 도착한 직후 모습. ⓒ우수근

그 순간, 나는 퍼뜩 중국 공산당이 떠올랐다. '그 순간이 과연 공산당과 무슨 관계가 있길래'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이미 20여 년을 넘는 동안 중국과 다양한 '인연'을 지속해온 나로서는 '이러니까 중국 공산당의 고민이 클 수 밖에'하는 생각이 반사적으로 뇌리를 스친 것이다.

중국 당국자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중국의 쉽게 말 못할 고민에 대해 알게 되기도 한다. 그 중의 하나가 "띠따런뚜어(地大人多)". 이는 비단 중국 당국자들뿐 아니라 일반 중국인들도 자인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다름 아닌 "땅은 너무 크고 사람은 너무 많아" 고민이라는 것.

▲ 중국에는 정말 사람이 많다. 사진은 한 철도역의 모습. ⓒ우수근

땅이 크고 사람이 많으면 그만큼 천연 자원이 많고 시장도 커서 좋기만 할 것 같지만, 이는 외부에서 중국의 단면만 바라보며 하는 평가일 수 있다. 위의 방호복 요원처럼 자신의 업무를 제대로 처리하지 않는 사람도 있을 수 있고, 그러다 보니 중국 내에서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방역에 대한 집행도 허술하게 이뤄질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중국 내부에서 보면 "띠따런뚜어(地大人多)"가 반드시 좋지 만은 않을 수 있다. 마치 내가 지닌 보검이 양날의 칼이라서 나에게 위험이 될 수도 있는 것과 같은 원리다.

* 우수근 교수는 <한중글로벌협회> 회장 및 중국 관련 인터넷 전문 매체인 <아시아팩트뉴스>를 발행하고 있습니다. 위 글은 <아시아팩트뉴스>에 연재됐던 '우수근의 신열하일기'를 새롭게 가감수정하여 게재한 것입니다.

[우수근 콘코디아 국제대학교 대외교류 부총장(woosukeun@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