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표 입력 2021. 11. 03. 05:01 수정 2021. 11. 03. 06:23
프랑스는 6월부터 방역 우수국가를 중심으로 국경을 열었다. 한국식으로 말해 '위드 코로나' 시대를 일찌감치 시작한 셈이다. 파리 샤를드골공항은 이제 프랑스 국민뿐 아니라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 여행객으로 북적이고 있다. 최승표 기자
지난주 취재차 프랑스를 다녀왔다. 일찌감치 '위드 코로나' 정책을 펼친 프랑스는 올 6월부터 외국인에 국경을 열었다. 프랑스 정부는 백신 접종을 마쳤거나 코로나 음성이 확인된 외국인의 입국 문턱을 낮춰 관광산업을 살리기 시작했다. 전 세계 관광객으로 북적이는 파리 샤를 드골공항 풍경은 코로나 시국이라고 보기 힘들 정도였다. 프랑스보다 엄격한 방역 정책을 고수하는 인천공항과는 사뭇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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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국가 한국은 "패스"
10월 25일 촬영한 인천공항 2터미널 면세구역의 한산한 풍경. 오후 10시 면세점을 비롯한 식당, 카페, 라운지 등이 모두 문을 닫았다. 최승표 기자
10월 26일 자정 무렵 출발하는 에어프랑스 비행기를 타기 위해 25일 오후 9시 30분 인천공항 2터미널에 도착했다. 출국 수속을 마치고 게이트로 이동했다. 출발시각이 한참 남은 터라 카페나 라운지에서 쉴 참이었다. 그러나 출국장 안쪽 면세구역은 썰렁했다. 면세점뿐 아니라 식당, 카페, 라운지 등 모든 시설이 문을 닫은 상태였다. '운영 중단' 안내판을 붙인 상점도 많았다. 화장실 입구 식수대도 폐쇄한 터라 물 한 모금 마실 수 없었다. 코로나 비상시국이라는 게 여실히 느껴졌다. 그나마 11월 들어 상황이 나아졌다. 질병청 지침에 따라 마티나 라운지는 오후 7시에서 8시로, 대한항공 라운지는 오후 10시에서 12시로 마감 시간을 늦췄다.
프랑스 정부는 실내에서만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있다. 공항에서는 1m 거리두기를 권고하지만 이용객이 워낙 많아서 지키기 쉽지 않았다. 최승표 기자
12시간 비행 뒤 샤를 드골공항에 도착했다. 입국심사를 기다리며 준비해 온 서류를 꺼냈다. 영문 백신 접종증명서, 프랑스판 '백신 패스' 출력물, 주프랑스 한국대사관 사이트에서 내려받아 작성한 여행서약서. 정작 심사관은 여권만 보여달란다. '녹색 국가'에서 왔으니 다른 서류는 확인할 필요가 없단다. 프랑스 정부는 6월부터 한국을 비롯한 7개국을 '그린 존'으로 분류해 자가격리를 면제해주고 있다. 항공사가 출국 전 백신 접종 증명서를 확인했으니 구태여 중복 업무를 하지 않았던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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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화된 백신 패스
샤를 드골공항은 평일인데도 인산인해를 이뤘다. 프랑스 남부 마르세유로 가는 국내선을 타기 위해 2F 터미널로 이동했다. 환승 대기 시간이 길어 라운지를 찾았다. 올해 8월 개장한 에어프랑스 라운지 역시 많은 이용객으로 북적였다. 냅 존(Nap zone)에서 쪽잠을 잔 뒤 샤워를 했다. 바삭한 크루아상과 셰프가 만들어준 오믈렛을 먹으니 파리에 왔다는 게 실감 났다. 알렉산드라 바디 에어프랑스 라운지 매니저는 "2F 터미널에서 마지막 항공편이 뜰 때까지 라운지를 운영한다"고 말했다
올해 8월 파리 샤를드골공항 2F 터미널에 개장한 에어프랑스 라운지. 두 층 모두 많은 이용객으로 북적였다. 최승표 기자
마르세유행 국내선을 탈 때는 게이트 앞에서 '백신 패스' 앱을 확인했다. 6일간의 현지 일정 중에도 박물관·식당·카페를 들어갈 때 백신 패스를 보여줘야 했다. 이때 말고는 코로나 시국이라는 걸 느끼기 어려웠다. 실외에서는 마스크를 벗어도 되고, 6세 미만 어린이는 실내에서 마스크를 안 써도 된다. 프랑스는 요즘 하루 평균 신규 확진자가 5000명이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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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국 검역 절차에 1시간
한국에 입국하려면 여러 서류가 필요하다. 인천공항 검역소에서 꼼꼼히 서류를 확인하고 있어서 입국시간이 꽤 오래 소요된다. 최승표 기자
1일 오전 8시 귀국했다. 인천공항 입국장으로 이동하며 서류를 챙겼다. 우리 정부는 백신 접종 완료자도 PCR 검사 결과 제출을 의무화하고 있어 귀국 하루 전 파리 시내에서 검사를 했다. PCR 검사 결과지와 백신 접종 증명서를 준비했는데, 이게 다가 아니었다. 공항에 도착해보니 건강 상태 질문서와 특별검역 신고서도 제출해야 했다. 인천공항 2터미널에는 에어프랑스 비행기 한 대만 착륙했는데도 검역 절차를 마치기까지 1시간 이상 줄 서서 기다려야 했다. 방역 당국의 지침에 따라 국토교통부는 인천공항 도착 여객기를 시간당 10대로 제한하고 있다.
7월 5일 백신 접종자에 대한 입국 시 자가격리 면제 조치가 시행된 뒤로 해외여행 수요가 조금씩 늘고 있다. 그러나 외교부는 '특별여행주의보'를 유지하고 있고 엄격한 검역 절차도 당분간 유지될 전망이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백신 접종을 마친 내국인이라도 모바일 앱 등을 이용해 보다 신속하게 입국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파리·인천=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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