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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돌아보니 잠깐이구나, 짧게 피고 지는 매화처럼

부동산 분양정석 2021. 11. 15. 11:34

서울예술단 '이른 봄 늦은 겨울'

인생을 한 권의 그림책 펼쳐보듯

매화 소재로 삶의 희로애락 그려

[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매화는 이른 봄 혹은 늦은 겨울, 추위가 채 가시기 전, 가장 먼저 피는 꽃이지요. 가끔은 눈과 얼음 속에 피기도 합니다. 일찍 피는 꽃은 일찍 지기 마련. 매화가 피는 계절은 잠깐입니다. 짧아요.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지요. 겨울이지만 봄입니다.”(시놉시스 中)

가무극 ‘이른 봄 늦은 겨울’ 공연 장면(사진=서울예술단)

2015년 초연후 6년 만에 돌아온 창작가무극 ‘이른 봄 늦은 겨울’은 매화를 소재로 삶의 희로애락을 그린 작품이다. 늦은 겨울과 이른 봄 사이에 짧게 피고 지는 매화의 삶이 오래 머물지 못 하고 떠나는 인간의 일생과 닮았다는 점에 착안해 매화를 매개로 인생의 찬란했던 순간들을 담아냈다.

매화는 선인들이 가장 사랑했던 시·서˙화의 소재로 순수와 결백의 의미를 담고 있다. 하지만 이 공연에서는 우리 삶 속 슬픔, 기쁨, 고통, 감동의 순간을 상징한다. 중국의 설화 ‘나부춘몽’, 고려설화 ‘매화와 휘파람새’ 등 총 10개의 장으로 구성된 공연은 마치 인생을 그려낸 한 권의 그림책을 펼쳐보는 듯한 감상을 안겨주며 묵직한 감동과 여운을 선사한다.

배삼식 작가는 “춤과 음악이 글을 따라가다 보면 제 역할을 못 할 수 있어 느슨하고 빈자리가 많게 글을 썼다”면서 “그 빈 자리에 배우들의 몸짓과 소리, 연출, 안무의 감각과 상상력이 들어올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임도완 연출은 “매화에 얽힌 이야기를 보여주면 그곳에 관객들이 살아오면서 만났던 부분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부연했다.

가무극 ‘이른 봄 늦은 겨울’ 공연 장면(사진=서울예술단)

공연은 예로부터 동양의 예술적 소재였던 매화를 현대적 공연 양식으로 해석하는데 집중했다. 신선한 안무와 음악, 시적인 대사의 조화로 입체적이고 공감각적인 총체 가무극을 보여준다. 특히 배우들의 운용에 따라 갤러리 공간, 골목길, 매화나무 밭, 설산 등으로 변형되는 무대적 상상력이 돋보인다. 한국무용의 작법에 음악, 연극적 요소를 덧대 서울예술단만이 보여줄 수 있는 한국 고유의 독창적 매력을 한껏 발산하는 작품이다.

이유리 서울예술단 이사장은 “가무극 ‘이른 봄 늦은 겨울’은 동시대성, 미학, 예술적 주제 모든 면에서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라면서 “특히 무용단원들이 은유와 상징의 미학적 예술성을 단아하고도 풍성하게 보여줘 그들의 역량을 제대로 만끽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시즌 고미경, 박소연, 정유희, 김백현, 오현정, 최인형, 김성연, 하은서, 박혜정 등 19명의 서울예술단 단원들이 관객과 만난다. 연출 임도완, 작가 배삼식, 작곡가 김철환, 안무가 정혜진 · 남수정, 무대· 영상디자인 정재진 등의 창작진이 참여했다. 오는 24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공연한다. 관람료는 2만~ 5만원.

가무극 ‘이른 봄 늦은 겨울’ 공연 장면(사진=서울예술단)

윤종성 (jsyoon@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