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디젤차 판매 25.9% 줄어
디젤 중고차 거래도 19% 감소
제조사들 앞다퉈 디젤차 생산 중단 선언
디젤차 시대가 빠르게 저물고 있다. 2015년 불거진 폭스바겐의 '디젤게이트'(배출가스 조작 파문) 사태 이후 줄어들던 디젤차 수요가 최근 요소수 사태로 더욱 쪼그라들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도 앞다퉈 디젤차 단종과 함께 전기차·하이브리드 등 친환경차 출시를 서두르면서 디젤차의 점유율 감소는 더욱 가속할 전망이다. 중고차 시장도 마찬가지다. 디젤차를 찾는 이들이 줄면서 하루가 다르게 가격이 내려가는 모양새다.
안팔리는 디젤차
24일 자동차 조사기관인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1~10월) 국내 시장에 판매된 디젤차는 36만8593대로 전년 동기(49만7314대) 대비 25.9%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은 15만2326대로 전년보다 32.8% 늘었고, 전기차는 7만9883대로 101.7% 급증했다.
특히 지난달 디젤차 판매량은 2만261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5만4853대)보다는 63.1%나 감소했다. 하이브리드(1만9182대)와 전기차(1만860대) 판매량이 자동차용 반도체 수급난 속에도 전년 대비 각각 43.3%, 169.3% 증가한 점 등을 고려하면 디젤차 판매 감소세가 가파른 모습이다.
서울 마포구 강변북로의 배출가스 5등급 운행제한 차량 단속 카메라. 연합뉴스
디젤차는 2010년 이후 ‘클린 디젤’이라는 구호 아래 수입차를 중심으로 판매가 대폭 증가했다. 수입차 시장에서 지난 2010년 2만3006대(25.40%)에 불과했던 디젤차 판매량은 2011년 3만6931대(35.16%)로 뛰며 처음 30%대 점유율을 기록했다. 이후 2012년에는 점유율 50.95%로 가솔린을 넘어선 후 2015년에는 68.85%의 점유율을 기록했지만 지난 2015년 폭스바겐 배기가스 조작 사태 이후 디젤차 판매는 꾸준히 떨어졌다.
여기에 최근 배출가스 규제로 전기차·하이브리드 등 친환경차에 밀려 설 자리를 잃은 데다요소수 품귀 현상까지 더해지면서 입지가 급격히 좁아진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디젤차 종말은 정해진 수순이며, 요소수 사태로 인해 국내에서 퇴출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일부 수입차 업체들이 국내에 '재고떨이 식'으로 디젤차를 들여오고 있었는데 이번 요소수 품귀현상으로 인해 소비자의 부담도 덩달아 커졌다"며 "요소수 품귀 사태로 디젤차가 줄어드는 속도가 한층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중고찻값도 하락세
디젤차의 수난은 중고차 시장에도 마찬가지다. 최근 거래가 크게 줄고 있다. AJ셀카가 이달 중고차 거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전월 대비 중고 디젤차 전체 거래량은 1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고찻값 역시 빠르게 떨어지는 추세다. 지난달 중고차 시장의 대표 세단인 '그랜저 IG'와 '아반떼 AD' 디젤 모델은 전월 대비 시세가 각각 8%, 2% 감소했다. 인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디젤 모델 중 '더 뉴 쏘렌토' 11%, '싼타페 TM' 8%, '올 뉴 투싼' 10%로 하락세를 보인다.
올해 3분기까지 전기차 신차 누적 판매량은 7만1006대로 전년 동기 대비 96% 증가했는데, 이와 함께 중고차 시장에서도 디젤 차량보다는 친환경 차량에 대한 거래가 많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로 전월 대비 전체 전기차 평균 시세는 14% 상승했고 거래량도 150% 늘어났다. 특히 국산 대표 전기차 브랜드 아이오닉의 평균 시세는 전월 대비 7% 상승하며 중고차 시장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다.
친환경차 보급이 본격화된 가운데 전기차의 높은 가격과 충전 인프라 부족으로 불편함을 느끼고 있는 소비자 중심으로 내연기관의 효율성을 개선한 하이브리드 모델에 대한 선호도 역시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중고 'LF쏘나타 하이브리드'와 '니로 하이브리드' '그랜저 IG 하이브리드' 시세가 전월 대비 각각 0.49%, 4%, 13% 상승했다. 그랜저IG는 디젤 모델과 하이브리드 모델의 시세 증감률이 대조를 이룬 것이 눈에 띈다.
AJ셀카 관계자는 "국내 산업계가 요소수 대란과 친환경에 대한 소비자 인식 변화까지 겪고 있는 가운데 중고차 시장에서도 디젤차 중심으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 옆 야적장에 완성차들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생산 중단 잇달아…빈자리는 전기차 몫
각 제조업체에서도 디젤차 단종 수순을 밟고 있다. 빈자리는 전기차가 채운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2035년 이후 내연기관차 생산과 판매를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GM은 2025년까지 전 세계에 30종 이상의 전기차를 출시하고, 향후 5년간 연구·개발에 270억 달러(약 31조9000억원)를 투입하기로 했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2030년부터 전 차종을 전기차로 출시하기로 했으며, 배터리 전기차 부문에만 400억 유로(약 54조750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폭스바겐은 2030년까지 신차 절반을 전기차로 판매할 계획이며, 2035년에는 유럽에서 내연기관차 판매를 중단한다. 볼보는 2030년까지 생산하는 모든 차종을 전기차로 전환할 예정이다.
국내 완성차 업계에서는 제네시스가 전동화의 선봉에 나선다. 제네시스는 2025년부터 출시하는 모든 신차를 전기차와 수소차로 내놓을 계획이며, 2030년에는 내연기관차 판매를 중단하고 전기차·수소차만 생산·판매할 방침이다.
현대차도 올해 초 디젤 엔진 신규 개발을 완전히 중단하기로 했으며, 디젤 엔진 생산도 점진적으로 줄일 방침이다. 이를 통해 현대차는 전동화 비중을 오는 2030년 30%, 2040년 80%까지 높일 계획이다. 유럽에선 2035년부터 전기차만 판매하고, 2040년에는 미국과 한국 등 주요 시장에서 순차적으로 모든 차량의 전동화를 완료할 방침이다.
전기차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도 빠른 속도로 바뀌고 있다. 작년만 하더라도 "전기차 구매는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하지만 긴 주행거리와 첨단 기술을 탑재한 전기차가 계속 나오고 있고, 올해는 현대 아이오닉5, 기아 EV6, 제네시스 GV60 등 국산 전기차가 연이어 출시되며 전기차에 대한 여론이 반전되는 추세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환경오염 이슈로 디젤 엔진에 대한 거부감이 커졌다. 여기에 최근 요소수 대란으로 요소수 보충에 대한 번거로움까지 부각되면서 디젤 엔진 퇴출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라며 "디젤차가 떠난 자리는 친환경차로 꼽히는 전기차의 차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민구 기자 an.min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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