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탁구 사상 최초로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복식 결승 진출을 이룬 장우진(오른쪽)-임종훈. 휴스턴=대한탁구협회
한국 남자 탁구 대표팀 장우진(국군체육부대)과 임종훈(KGC인삼공사)이 사상 첫 세계선수권 남자 복식 결승에 올랐다. 숙명의 한일전을 이기고 한국 탁구의 새 역사를 쓰면서 의미를 더했다.
장우진-임종훈은 29일(한국 시각) 미국 휴스턴 조지 R. 브라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1 세계탁구선수권대회 파이널스' 남자 복식 4강전에서 일본의 토가미 슌스케-우다 유키야를 눌렀다. 첫 세트를 뺏겼지만 내리 세 세트를 따내며 3 대 1(8-11 11-4 11-9 11-7)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한국 탁구 최초의 세계선수권 남자 복식 결승 진출이다. 지금까지 남자 복식은 동메달만 8개를 따낸 바 있다. 1987년 뉴델리 대회의 안재형-유남규(삼성생명 여자팀 감독)를 시작으로 2017년 뒤셀도르프 대회 이상수(삼성생명)-정영식(미래에셋증권)까지 메달은 따냈지만 결승 진출 이상의 성적을 내진 못했다. 장우진과 임종훈이 미국 휴스턴에서 전인미답의 고지를 밟았다.
특히 장우진과 임종훈은 지난달 아시아선수권의 패배를 설욕했다. 당시 둘은 결승에서 토가미-우다에 1 대 3(11-13 8-11 11-8 9-11)으로 졌다. 공교롭게도 더 큰 무대에서 똑같이 3 대 1 역전승으로 되갚았다.
출발은 좋지 않았다. 장우진, 임종훈은 첫 세트를 내주며 기선 제압을 당했다. 그러나 2세트부터 오른손 장우진, 왼손 임종훈의 호흡이 살아났다. 2세트를 따내 승부를 원점으로 돌린 둘은 3세트마저 따내 분위기를 잡았다. 마지막 4세트 임종훈의 본능적인 톱 스핀을 토가미가 제대로 넘기지 못하면서 승리가 확정됐다.
임종훈(왼쪽), 장우진의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복식 4강전 경기 모습. 휴스턴=대한탁구협회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의 유일한 4강은 물론 결승 진출이다. 남자 단식에서는 임종훈만이 16강에 올랐을 뿐 장우진과 지난 2019년 부다페스트 대회 깜짝 동메달을 따낸 안재현(삼성생명)이 1회전에서 덜미를 잡혔다. 맏형 이상수도 세계 122위에 불과한 마르틴 알레그로(벨기에)와 2회전에서 0 대 4 충격패를 안았다.
여자 대표팀도 맏언니 서효원(한국마사회)이 단식 8강에서 세계 2위 쑨잉샤(중국)을 넘지 못했다. 차세대 에이스 신유빈(대한항공)이 오른 손목 피로 골절 재발로 대회를 포기한 데다 에이스 전지희(포스코에너지)도 32강에서 탈락했다.
장우진-임종훈은 경기 후 ITTF와 공식 인터뷰에서 "아시아선수권 결승에서 진 상대에게 설욕해서 기쁘다"면서 "남은 경기도 잘 준비해서 금메달을 따고 싶다"고 소감과 각오를 밝혔다. 이어 "현지에 계신 한인 분들이 워낙 잘 돌봐주셔서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는 것 같다"면서 "꼭 더 큰 기쁨을 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결승전 상대는 또 다른 4강전에서 린가오위안-량징쿤(중국)을 꺾은 크리스티안 카를손-마티아스 팔크(스웨덴)이다. 남자 복식 결승전은 오는 30일 오전 4시 50분에 열린다. 세계 31위 스웨덴 조를 꺾으면 사상 첫 남자 복식 금메달을 따낸다.
지금까지 한국 탁구의 세계탁구선수권 우승은 여자 선수만 이뤄냈다. 1993년 구텐베르크 대회에서 현정화(한국마사회 감독)가 여자 단식 정상에 올랐고, 2015년 쑤저우 대회에서는 양하은(포스코에너지)가 혼합 복식에서 쉬신(중국)과 짝을 이뤄 우승한 바 있다.
CBS노컷뉴스 임종률 기자 airjr@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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