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조시대 관원들이 모여 나랏일을 다스리기 위해 지은 건축물"
남한산성 연무관(좌측면). 문화재청 제공
(서울=뉴스1) 윤슬빈 기자 = 문화재청은 '종친부 경근당과 옥첩당' 등 전국 곳곳에 자리한 관아(官衙) 건축 문화재 8건을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했다.
이번에 지정되는 관아 문화재는 서울 1건, 대구 1건, 경기도 3건, 강원도 2건, 경남도 1건이며, 행정체제상으로는 중앙 관아가 1건, 지방 관아로 감영과 동헌 3건, 객사 2건이며, 남한산성의 병영 관아 2건이다. 참고로, 현재 국보와 보물로 지정되어 있는 관아건축은 총 5건으로, 모두 객사 건물이다.
관아건축이란 왕조시대 관원들이 모여 나랏일을 다스리기 위해 지은 건축물이다. 중앙집중의 행정체제가 마련된 조선 시대의 지방 행정도시엔 동헌을 중심으로 관아건축이 전국적으로 건립돼 그 수효가 상당했지만, 현재는 거의 남아있지 않다. 도시지역에 집중된 관아건축은 수차례의 전쟁으로 파괴됐고, 근대도시로의 변화과정에서는 급격히 소멸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현존하는 관아의 대부분은 지방에 있고, 일제강점기 이후부터는 대부분의 지역에서 학교 등으로 전용되면서 상당 부분 변형돼 사용됐다. 특히, 한성부에 있던 관아들은 현재 3개동만 남은 상황이다. 이렇게 남아있는 관아건축이 적다보니 그동안 다른 건축유형에 비해 연구와 관심이 일부 소홀했던 원인이 되기도 했다.
관아건축은 본래 관원이 나랏일을 보는 곳인 만큼 궁궐건축이나, 사찰건축과는 달리 화려하지 않으나, 비교적 높은 기단과 '익공식 공포', 팔작지붕 등을 사용하여 일반민가와 달리 단아하면서도 위엄 있게 지어졌다.
종친부 경근당과 옥첩당. 문화재청 제공
이번 관아건축 문화재의 보물 지정은 Δ조선 시대 중앙관아 건물 중 원위치에 보존되고 있는 종친부 건물이 지정되어 조선 후기 중앙 관아건축물의 형태를 짐작할 수 있다는 점 Δ지방관아 중 관찰사가 파견되어 근무하던 감영의 정당인 선화당과 읍치에 파견된 지방관의 집무 공관인 동헌이 처음 보물로 지정되었다는 점 Δ전란 속 역사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했고 후대에까지 교훈의 공간으로서 역할 했던 남한산성 내의 병영 관아건물이 지정되었다는 점 등이 눈여겨 볼만하다.
이번에 보물로 지정한 관아 건축 문화재 중 '종친부 경근당과 옥첩당'은 조선시대 관공서 중 최고 등급인 정1품아문의 하나인 종친부(조선시대 관아의 으뜸 벼슬) 건물로, 관아건축이면서 궁궐건축의 격식을 갖춘 건물이다.
흥선대원군 집권 당시 왕권강화의 일환으로 종친부의 권한과 조직을 확대하면서 종친부 건물이 대규모로 늘어날 당시 중건(1866)되었다. 당시 경근당은 대군, 왕자군 등 종친들의 대청으로 종친부의 중심 건물로서, 좌우로 각각 옥첩당과 이승당을 두고 복도각으로 연결되어 있었지만 이승당은 1950년대 이후 사라졌다.
경근당은 정면 7칸, 옆면 4칸으로 된 이익공 공포의 팔작지붕 건물이며, 정면에는 넓은 월대를 두었고, 옥첩당은 정면 5칸, 옆면 3칸으로 된 초익공의 팔작지붕으로, 건축물의 규모나 공포의 형식 모두 경근당 보다 격을 낮추어 위계를 두었다.
경근당과 옥첩당은 고종대 302칸에 달했던 종친부 건축군의 중심 전각으로서 19세기 중앙 관아 건축의 배치와 구성, 연결방식을 잘 보존하고 있는 사례로 역사적 가치가 높다.
또한 1981년 경근당과 옥첩당은 다른 곳으로 이전되었다가 2013년 다시 원위치로 이전되었지만, 당초의 모습을 최대한 유지하며 많은 부재를 재사용했다는 점이 건축물의 진정성을 입증하는 충분한 근거가 됐다.
이밖에 '대구 경상감영 선화당'을 비롯해 Δ남한산성 수어장대 Δ안성 객사 정청 Δ강릉 칠사당 Δ원주 강원감영 선화당 Δ거제 기성관 등을 함께 관아 건축 문화재로 지정했다.
문화재청은 2018년부터 건조물 문화재에 대한 지정가치 조사를 통하여 2019년에 누정 문화재 10건, 2020년에 서원·향교 20건을 보물로 지정한 바 있으며, 지난해부터는 120여 건의 관아건축들 중 전문가 사전 검토를 거쳐 선정한 총 11건을 대상으로 지정 조사해 최종적으로 이번에 8건의 관아 문화재를 보물로 지정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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