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래퍼 전용 222㎡ 76억원에 거래
강남권 주요 단지서 줄줄이 신고가
'핵심지 한 채' 수요몰림 현상 계속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아파트 한 채 값이 웬만한 꼬마빌딩 값을 훌쩍 넘어서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역대급 거래절벽 속에서도 ‘똘똘한 한 채’는 계속되는 수요를 바탕으로 몸값을 높이는 모습이다.
26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222.76㎡(26층·이하 전용면적)는 이달 7일 신고가인 76억원에 거래됐다. 동일 주택형(25층)이 지난 1월 74억5000만원에 거래됐는데, 2개월 만에 1억5000만원 더 오른 가격에 손바뀜한 사례다.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의 모습 [헤럴드경제DB]
이 단지 168.65㎡은 지난 1월 직전 거래보다 10억5000만원 오른 60억원에 팔리며 최고가를 갈아치우기도 했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지난해 11월부터 월별로 1000건 안팎일 정도로 극심한 거래절벽이 펼쳐지는 가운데서도 고점을 높인 것이다.
인근 강남권 단지에서도 신고가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달 24일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129.97㎡(36층)는 63억원에 팔렸다. 같은 주택형이 지난해 6월 51억원(8층)에 거래됐던 것과 비교하면 8개월 만에 12억원가량 급등한 것이다. 지난 1월에는 비슷한 면적인 129.92㎡(36층)가 61억원에 거래됐고, 지난달에는 84.95㎡(8층)가 46억6000만원에 손바뀜하며 ‘국민평형’(84㎡) 기준 전국 최고가 기록을 새로 썼다.
이달 들어 강남구 삼성동 ‘아이파크’(175㎡·60억원), 압구정동 ‘신현대11차’(183㎡·59억5000만원), 대치동 ‘개포우성1’(158㎡·51억원) 등도 줄줄이 신고가에 거래됐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정부가 1가구 1주택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펴면서 핵심 지역 ‘똘똘한 한 채’로의 수요 몰림 현상이 계속된 결과라고 봤다. 이런 분위기 속에 대출 규제의 영향권 아래 놓이며 거래가 뚝 끊긴 중저가 단지와 애초부터 대출이 안 돼 현금부자들만 진입했던 초고가 단지 간 양극화도 뚜렷해지고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애초부터 대출에 대한 민감성이 덜한 계층의 주택 소비”라면서 “고가든 저가든 1주택이면 실수요자로 인정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 무분별하게 여러 채를 사기보다는 희소성이 있고 장기간 가격 상승이 기대되는 똘똘한 한 채를 선호하는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고 했다.
여기에 새 정부가 재건축 사업을 비롯해 부동산 세제·대출 등 규제를 완화해줄 것이라는 기대감에 강남권을 중심으로 집값도 꿈틀대는 모습이다. 이번 주 서울 아파트값이 0.01% 하락한 가운데서도 강남·서초구는 0.01% 올라 8주 만에 상승 전환했고, 송파·양천구도 2주 연속 보합을 나타냈다. 예전만큼 거래가 활발한 것은 아니지만 매수 문의가 늘고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면서 호가가 오르는 양상이다.
업계에서는 정부 정책으로 인해 ‘똘똘한 한 채’가 더 주목받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가 1가구 1주택자에 대해서만 지난해 공시가격을 적용해 보유세를 낮춰주기로 한 데 따라 ‘고가·양질의 한 채’ 선호 심리가 더 강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주택자는 예외 없이 올해 전국 평균 17.22% 오른 공시가격에 맞춰 보유세를 내야 하는 상황이다.
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다주택자의 양도소득세 중과 정책을 재검토하겠다고 공약했는데, 다주택자들이 양도세 한시적 감면기간 등을 활용해 일부 매물을 내놓을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이 경우 서울 외곽이나 지방에 보유한 매물을 먼저 던지면서 가격 조정이 나타나고, 핵심지 ‘똘똘한 한 채’는 최대한 묵히면서 집값 양극화가 심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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