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신규 공공택지..수도권·대전세종에 14만가구 공급
2026년부터 입주자 모집..서울과 거리 멀어 수요는 의문
매일경제 | 김동은,유준호,양연호 | 입력2021.08.30 17:51
◆ 3차 신규 공공택지 발표 ◆
경기도 의왕·군포·안산 접경지에 4만1000가구, 화성 진안에 2만9000가구 규모 공공택지가 새로 조성된다. 그러나 서울에서 지나치게 멀고 교통이 불편하다는 지적이 많아 서울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수요를 흡수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30일 국토교통부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제3차 신규 공공택지 입지 10곳을 발표했다. 가구 수로는 총 14만가구이며 7곳(12만가구)은 수도권에, 3곳(2만가구)은 세종과 대전 인근에 들어선다. 국토부가 2월 말 발표한 광명시흥 신도시와 부산·광주·울산·대전의 신규 택지 11만9000가구를 합하면 전국에 총 26만가구 규모로 신규 택지가 조성되는 셈이다.
수도권 신규 택지 가운데 평촌 규모인 의왕·군포·안산(586만㎡·4만1000가구)과 화성 진안(452만㎡·2만9000가구) 2곳은 신도시급이다. 인천 구월2(220만㎡·1만8000가구), 화성 봉담3(229만㎡·1만7000가구)은 중규모 택지이고 남양주 진건(92만㎡·7000가구), 양주 장흥(96만㎡·6000가구), 구리 교문(10만㎡·2000가구)은 소규모다. 국토부는 "2월에 발표한 광명시흥 신도시를 포함해 서울 남서쪽에 새로운 신도시 축을 만든 셈"이라고 말했다.
지방에서는 세종 연기(62만㎡·6000가구)와 조치원(88만㎡·7000가구), 대전 죽동2(84만㎡·7000가구) 등 소규모 택지 3개가 조성된다. 국토부는 내년 하반기까지 신규 택지에 대한 지구 지정을 마치고 2024년 지구계획 등을 거쳐 2026년부터 순차적으로 입주자 모집(분양)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번에 발표된 신규 택지와 주변 지역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다.
실수요자들 반응은 시큰둥하다. 경기도 일산에서 광화문으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김 모씨(46)는 "규모가 큰 의왕·군포·안산과 화성 진안, 화성 봉담3은 모두 서울 중심인 시청에서 30~40㎞가량 떨어져 있다"며 "고양 창릉 등 이전 3기 신도시에 비해 덜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대부분 같은 의견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소비자들이 기대했던 김포·고양·하남 등이 아닌 경기도 외곽 용지를 선정했다"며 "구리 교문 등은 입지가 좋지만 공급 물량이 적어 큰 역할을 하기는 어렵다"고 평했다. 한편 국토부는 신규 공공택지 후보지와 인근 지역에 대한 실거래 조사를 벌인 결과, 위법 의심 거래 229건을 확인해 경찰청과 국세청 등에 통보했다.
[김동은 기자 / 유준호 기자]
개통 감감한 GTX만 믿고…서울서 점점 멀어지는 신규택지
전국 14만가구 공급, 이번에도 '先발표 後교통'
서울서 40㎞ 화성 봉담·진안
4만6천가구 대규모로 짓지만
"서울 출퇴근 사실상 어려워"
접근성 좋은 구리·남양주는
각각 2천·7천가구 소규모 공급
신도시 자족기능 강화한다면서
인프라·산업 특화 계획도 전무
# 파주 운정신도시에서 서울 광화문으로 출퇴근하는 A씨는 아침 7시에 집을 나선다. 버스를 타고 13개 정류장을 지나야 겨우 3호선 대화역에 몸을 실을 수 있다. 남들보다 일찍 하루를 시작해도 출근시간을 맞추기는 빠듯하다. 대중교통으로만 1시간30분 거리.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노선이 유일한 희망이다. 그마저도 2025년께 개통될 예정이다. 신도시 지정 때부터 거론돼왔던 지하철 3호선 연장은 아직도 '계획 수립 중'이다.
30일 국토교통부가 수도권 12만가구를 포함한 신규 택지 공급 계획을 발표했지만 서울 접근성이 떨어지는 후보지가 발표되면서 '속 빈 강정'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기존에 발표한 3기 신도시의 경우 서울 경계 2㎞ 남짓한 거리에 배치된 반면, 이번에 발표된 물량은 대부분 서울 경계에서 남쪽으로 12㎞ 이상 떨어져 있다. 태릉골프장 추가 대체지 성격으로 발표된 소규모 택지 구리 교문과 남양주 진건 등을 제외하면 기존 신도시보다 멀다.
서울로 출퇴근하기 원활하려면 철도 중심의 대중교통 체계 구축이 필수적이지만 정부는 도로 신설·확장 등 교통 대책을 선제적으로 마련해 광역교통 접근성을 개선하겠다는 원론적인 구상을 내놓는 데 그쳤다. 구체적으로는 GTX와 간선급행버스(BRT) 노선 등을 신설해 기존 대중교통과 연계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이미 주택 건설이 시작된 3기 신도시의 교통망 구축 계획이 줄줄이 지연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입주 시기에 맞추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많다.
국토부에 따르면 서울시 경계에서 약 12㎞ 남측에 위치한 경기 의왕과 군포, 안산의 경우 지구를 경유하는 지하철 1·4호선과 GTX C노선을 연계하는 방안이 검토된다. GTX C노선 우선협상대상자와 의왕시가 함께 제안한 GTX C노선 의왕역 정차를 검토해보겠다는 것을 처음으로 공식화했다. GTX C노선이 의왕역에 정차하고 BRT 노선이 신설되면 서울 강남권까지 20분대 진입이 가능할 것이란 설명이다.
화성 진안 택지는 신분당선 등을 연계하는 철도 교통망 구축으로 강남역과 서울역 등 서울 도심까지 50분 안에 도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경전철 등으로 택지 내 남북 간 대중교통 축을 구축해 신분당선과 동탄트램(GTX A) 등으로 환승·연결되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수서발고속철도(SRT) 정차역인 동탄역은 GTX A노선의 기점으로 공사가 진행 중이며 동탄트램 도입도 예정돼 있다. 화성 진안에서 동탄트램을 이용해 동탄역까지 가는 데 약 15분, 동탄역에서 GTX A노선으로 환승해 삼성역까지 25분이 소요되며 여기서 5분을 더 가면 서울역에 닿을 수 있도록 한다는 복안이다.
정부는 GTX가 신규 공공택지의 교통망 계획에서 핵심 역할을 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당장 주택 건설이 본격화된 3기 신도시 지역의 GTX 사업 진행 속도부터가 한참 더딘 상황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파주~일산~서울 삼성동~동탄'을 연결하는 GTX A노선의 올해 7월 말까지 공정률은 19.4%로 정부 목표치인 22.8%에 못 미치고 있다. GTX C노선도 지난 6월 민간사업자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마쳤지만, 노선 우회 변경을 요구하는 은마아파트 주민들의 거센 반발 등 변수가 많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3기 신도시보다 더 외곽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실수요가 뒷받침되려면 입주 시기에 맞출 수 있는 교통망 개선안이 뚜렷하게 제시돼야 한다"며 "특히 철도 교통망 구축 시점과 입주 예정 규모의 출퇴근 수요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지 등에 대해 신뢰를 심어줘야 집값 안정 효과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장과 전문가들은 교통 인프라스트럭처 대책 없이 개발이 진행됐던 2기 신도시의 악몽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2007년 입주를 시작한 화성 동탄1신도시와 2015년 입주가 시작된 동탄2신도시는 아직 서울을 오가는 전철 노선이 없다. GTX A노선의 공사가 늦어지면서 최소 2025년은 돼야 이용이 가능할 전망이다. 2013년 입주가 시작된 위례신도시의 핵심 교통 대책인 위례신사선은 2027년 개통 예정이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그린벨트 해제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지나치게 외곽지역으로 입지가 선정된 점이 가장 아쉽다"며 "정부가 발표한 GTX나 대중교통망 확충 계획으로는 입지의 약점을 100% 극복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서울과의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한계를 안은 신도시가 자립하기 위해서는 특화산업을 기반으로 한 '자족 기능'이 활성화돼야 하지만 현재 단계에서는 그마저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정부는 이번에 발표된 신도시를 수도권 서남권역 발전을 견인하는 한 축으로 개발한다는 계획이지만 지역별 특화산업 육성 전략은 발표되지 않았다. 현재 단계로는 '베드타운'에 머물 가능성이 큰데, 교통 인프라 부재 등으로 그마저도 제 기능을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김규철 국토부 공공주택추진단장은 "특화산업이라든가 자족 기능 확보와 관련해서는 자족 용지를 최대 15%까지 확보해 어떤 자족 시설을 채워넣을지 고민하고 있다"며 "미래 산업이 유치될 수 있도록 전문가들과 종합적인 검토를 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준호 기자 / 양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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