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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동 노른자위' 땅에 공원? 고급주택?..市 계획에 '뒷말 무성'

부동산 분양정석 2021. 9. 6. 10:07

국내 최초 도시공원 부지..市, 토지 매입해 공원 조성 계획

"3900억원 세금 들여 공원 하나 만드나"..업계선 뒷말 무성

뉴스1 | 박승희 기자 | 입력2021.09.06 07:00 | 수정2021.09.06 09:01

한남근린공원 부지(자료사진) © 뉴스1

(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 = 부영주택이 소유한 한남근린공원 부지를 공원화하겠다는 서울시 계획을 두고 업계 안팎에서 뒷말이 무성하다. 시는 부지의 역사성과 공공성을 들며 공원 조성 의지를 다지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사유재산권 침해 우려에 비용 대비 효용도 적다는 지적을 내놨다.

6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용산구 한남동 670번지 일대 2만8197㎡ 규모의 한남근린공원 부지를 시비로 부영에 보상한 뒤 공원으로 조성한다는 내용의 실시계획인가를 지난해 6월25일 고시했다. 현재 2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공원 조성 관련 기본계획을 수립 중이다.

지난달 시의회에 보고된 사업비는 3889억원으로 그중 3850억원이 토지 보상비다. 공원 조성이 확정되면 2025년 6월25일 이전 보상금의 3분의 2를 지급하고, 이후 2년간 잔액을 치르는 분할 납부 방식으로 부영으로부터 땅을 매입할 계획이다.

◇市 역사성·공공성 내세워 '공원 조성' 의지…부영 주택 계획 제동

한남근린공원은 1940년 조선총독부 고시로 지정된 국내 최초 도시공원이다. 하지만 정치·경제적 혼란에 공사에 들어가지 못했고, 해방 이후 주한미군 기지 부대시설로 활용됐다. 2015년 미군이 철수한 뒤에는 빈 땅으로 방치돼왔다.

1979년 공원 조성을 위한 도시계획시설로 지정됐으나 40년이 지나도록 공원은 들어서지 못했고, 장기 미집행 도시시설로 공원 지정 해제가 유력했다. 이에 부영은 주택 사업을 목적으로 2014년 전체 공원의 97%에 달하는 2만7923㎡를 1200억원에 사들였다.

하지만 서울시는 2015년과 지난해 공원조성계획, 도시계획시설 실시계획인가를 고시하며 일몰제를 피했다. 서울시는 해당 부지의 역사성과 남한과 한강 사이를 잇는 녹지벨트로서의 가치가 높다는 점을 고려, 공원으로 조성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고급 주택을 짓겠다는 계획으로 부지를 매입한 부영으로서는 난감한 상황이다. 한남근린공원 부지는 강북 최고의 금싸라기 땅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부지 바로 옆에는 '나인원 한남'이, 맞은편엔 '한남 더힐'이 들어서며 국내 최고급 주택가로 자리 잡았다.

공원 계획만 해제되면 국내 최대 부촌에 '부영' 깃발을 꽂을 수 있는데, 코앞에서 두 번이나 계획이 어그러진 것이다. 부영은 서울시가 일단 실효를 면하려고 구체적인 계획도 없이 성급한 조치를 취했다고 본다. 절차적 하자, 재산권 침해를 들며 행정소송도 제기했다.

서울시와 부영은 현재 법원에서 관련 사안을 다투고 있다. 지난 6월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부장판사 한원교)는 부영주택이 서울특별시장을 상대로 도시계획시설(공원)사업 실시계획 인가 무효확인의 소 등 소송에 대한 1회 변론을 진행했다. 다음 변론기일은 10월로 예정됐다.

◇서울시 "조성 계획에 문제 없다"…업계 "세금 낭비, 재산권 침해"

서울시는 공원 조성 계획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부영은 지난 2015년에도 공원조성계획 결정 취소 소송을 제기했으나 결국 패소했다. 당시 법원은 서울시가 공원 조성의 의지를 갖고 있었지만, 예산 확보의 어려움과 대상지의 특수성(주한미군공여지)을 고려해 사업을 추진해왔다고 판단했다. 실효만을 면할 목적으로 공원조성계획을 입안한 것은 아니란 설명이다.

재산권이 침해된다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미 도시계획시설(공원)로 지정돼 재산권 행사가 어렵단 점을 알고도 땅을 샀단 것이다. 재판부는 "부영이 받는 불이익은 도시공원결정 실효로 얻을 수 있던 향후 기대 이익이 침해되는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공원 부지로 지정된 땅이라 부영이 싼 값에 매입할 수 있었던 것"이라며 "당초부터 공원으로 관리됐던 부지인데 개발을 허가한다는 것은 특정 기업에 특혜를 주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한남동 부지 공원화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다. 공원 한 곳에 거액의 세금이 투입되는데, 그만큼 시민의 효용을 담보할 수 있느냐는 물음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300만㎡ 용산공원도 있는데 이 부지까지 공원으로 조성할 필요가 있느냐"며 "3900억원으로 공원 하나를 만드는 것보단 공원이 부족한 다른 지자체에 골고루 나누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이어 "주택이 아닌 공원 조성에 막대한 세금을 투입하는 건 시민 공감을 얻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일각에서는 수천억원 세금을 들여 인근 고급주택 주민들 좋은 일만 시키는 것이란 비판까지 나왔다. 시민의 공원보단 나인원 한남 주민들의 '앞마당'이 될 가능성이 크단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부지가 보이는 동은 파크뷰로 거듭날 수 있다는 전망에 프리미엄이 더 붙는다"며 "특정 건물 주민들에게 특혜를 더 주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기업의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서울시는 분할 보상할 계획을 밝혔는데 이 경우 투자 및 사업 지연으로 기업의 피해가 크다"며 "시 방침으로 민간 기업 사업이 가로막히는 일이 늘면 개발 의지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부영주택 관계자는 "주택 개발을 목적으로 부지를 매입한 것이 맞다"면서도 "서울시와 소송이 진행 중이라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seungh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