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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 무순위 청약에 관심 쏠리지만.. "수량 적고, 과천 주민만 가능"

부동산 분양정석 2021. 10. 9. 10:24

조선비즈 | 최상현 기자 | 입력2021.10.08 15:00

“시세 차익만 15억원이 예상되는 역대급 ‘줍줍(무순위 청약)’'이 200가구나 풀린다니까 기대하고 있었는데, 과천 시민이 아니면 신청도 못한다니 너무 불공평한 것 아닌가요?”

경기 과천시 푸르지오어울림라비앤오 조감도. /대우건설 제공

경기 고양시에 거주하는 직장인 정모(34)씨가 말한 ‘줍줍’은 지난해 분양한 경기 과천시 지식정보타운(지정타) 단지들에서 나올 것으로 기대되는 무순위 청약 물량이다. 입주자격 부적격 판정 등으로 실시되는 무순위 청약은 통상 한자릿수 가구에 그치는 게 일반적이지만, 과천 지정타에서는 이례적으로 200가구에 달하는 무순위 청약이 이르면 이달부터 나올거란 기대가 부풀고 있다.

기대의 근거는 경기도 특별사법경찰단(특사경)이 지난 6월 발표한 특별공급 부정 청약자 수사 결과다. 당시 특사경은 지정타 분양 당첨자들을 상대로 수사를 벌여 부정 청약 의심자 176명을 적발하고 형사상 조치를 취했다.

단지별 부정 청약자 규모는 ▲과천 푸르지오어울림라비엔오 36가구 ▲제이드자이 40가구 ▲푸르지오벨라르테 36가구 ▲푸르지오르센토데시앙 28가구 ▲푸르지오오르투스 36가구 등 총 176가구다. 여기에 과천 위버필드와 과천자이도 청약 부적격자 규모가 각각 10가구 이상일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과천 지정타에서 나오는 무순위 청약 물량은 기대에 훨씬 못 미칠 전망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현재까지 확보한 재분양 물량은 단지별로 한자릿수에 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향후 늘어날 여지는 있지만, 기대만큼 한 단지에 수십 가구씩 줍줍이 풀리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부적합 판정에 대해 소명을 하거나, 불복해 소송을 제기한 경우 등이 많다는 설명이다. 대우건설은 지정타에서 총 4개 단지를 시공하며, 해당 단지들에선 136가구 무순위 청약이 기대됐던 상황이다.

50가구 이상 줍줍이 예상됐던 과천 제이드자이와 과천자이 등에서도 실제론 무순위 청약이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시공사인 GS건설 관계자는 “일부 입주자격과 관련해 소송이 진행 중인 가구도 있고, 소명이 된 가구도 있어 현재로선 두 단지 모두 재분양 물량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과천 지정타 무순위 청약은 이르면 이달부터 시작될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지만, 건설사들은 무순위 청약 시기도 아직까지 정해진 게 없다는 입장이다. GS건설 관계자는 “오는 11월 입주를 앞둔 과천자이는 조만간 재분양 계획이 잡힐 것으로 예상되지만, 과천 제이드자이는 재분양 시기가 내년으로 넘어갈 가능성도 크다”면서 “입주 전까지 무주택 자격을 유지해야 하는 문제가 있어 입주에 임박한 시기에 하는 게 관리가 용이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기대되는 시세 차익에 비해 일반적인 줍줍보다는 물량이 많고, 경쟁률도 낮을 것이라고 전망되는 것은 사실이다. 지난해 과천 지정타 단지들의 분양가는 전용면적 59㎡는 5억원대, 84㎡는 8억원대에 형성됐다. 재분양 가격도 원래 분양가에 수수료와 이자를 더한 수준일 것으로 예상된다.

지정타 인근 신축단지 84㎡ 시세는 20억원을 훌쩍 넘은 상태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과천 푸르지오 써밋 전용 84㎡는 지난 8월 22억원에 손바뀜했다. 현재 호가는 23억원 이상에 형성돼있다. 줍줍 분양가와 비교하면 15억원 이상의 시세 차익이 예상되는 셈이다.

또 과천 지정타 무순위 청약 자격은 과천시에 거주하는 무주택자에게만 주어질 전망이다. 지난해 실시한 본청약에서 서울과 경기·인천 등 수도권 전지역에 1순위 청약 자격이 주어졌던 것과는 차이가 있다. 지난 3월부터 시행된 개정 주택법에 따라, 무순위 청약 신청 자격이 ‘성년자’에서 ‘해당 주택건설지역(시·군)의 무주택 세대구성원인 성년자’로 변경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과천시 인구는 6만3000명 정도로 집계됐다. 현재 주택담보대출이 어려워 현금여력이 없으면 청약이 어렵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과천 지정타 줍줍 경쟁률은 수백~수천대 1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난해 12월 무순위 청약을 실시한 DMC 파인시티자이 59㎡A에는 1가구 모집에 무려 30만명이 몰렸던 바 있다.

이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높다. 직장인 한모(30)씨는 “똑같이 내 집 마련이 절박한 무주택자인데, 누구는 기회를 주고 누구는 안 준다는게 불공평하다”면서 “허탈감에 열불이 난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도 청약 과열을 막기 위해 개정한 주택법이 오히려 역차별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주택 청약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상대적 박탈감을 주지 않도록 형평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점”이라면서 “최소한 서울·수도권 만이라도 무주택자라면 누구나 기회를 줄 수 있도록 제도 손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