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벌어로' 무형문화재 지정 예고
2019년 '어살'에 이어 두 번째
서해안 갯벌에서 뻘배를 타고 이동하면서 어로작업을 하는 광경. 문화재청 제공
갯벌 바닥을 훑으며 조개, 굴, 낙지 따위를 잡는 일이 나라의 정식 문화재로 지정된다.
문화재청은 서해와 남해 갯벌에서 맨손과 도구를 써서 어패류, 연체류 등을 채취·포획하는 행위인 ‘갯벌어로’를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 예고했다고 20일 발표했다.
지정 대상에는 갯벌어로 기술과 전통지식, 어촌계 등의 관련 공동체 조직문화와 의례·의식 등이 포함된다. 전통 어업 방식이 나라의 주요 무형문화재가 되는 것은 지난 2019년 지정된 어살(漁箭·물속에 쳐서 물고기를 잡는 나무울)에 이어 두번째다.
갯벌어로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드문 한반도 특유의 해양 환경에서 생겨난 생활문화다. 갯벌은 사람의 먹거리가 되는 다양한 해양생물들의 서식처로, 예로부터 ‘바다의 밭’으로 인식돼왔고, 지금도 해안 마을 사람들이 어촌계 중심으로 공동 관리하는 삶의 터전 구실을 하고 있다.
갯벌에서 어패류를 잡는 방식은 해류·조류·지형·지질에 따라 다른데, 펄갯벌에서는 뻘배를, 모래갯벌에서는 긁게나 갈퀴를 썼다. 여러 유기물 성분이 섞인 혼합갯벌에서는 호미, 가래, 쇠스랑 등의 농기구를, 자갈이 들어간 갯벌에선 쇠로 만든 갈고리 조새를 도구로 활용했다.
많은 해안가 마을에서는 갯벌어로에 얽힌 공동체 의례들도 전승되고 있다. ‘조개 부르기’ ‘굴 부르기’ 등의 별칭이 붙은 ‘갯제’가 대표적이다. 주민들이 더욱 풍성한 해산물 수확을 빌며 조개, 굴 등의 해산물을 사람처럼 인격화한 상징물로 만들어 갯벌에 불러들이는 의식이다. 풍어를 예측하는 ‘도깨비불 보기’, 굴과 조개를 캔 뒤 함께 노는 ‘등바루 놀이’, 어장 앞에서 메밀범벅 등을 제물로 올려 지내는 ‘도깨비 고사’ 등이 펼쳐졌다.
문화재청은 “한반도 여러 해안 갯벌지역에서 오랜 세월 다양한 어로 방식으로 이어져 왔고, 관련 의례와 놀이도 지속돼 공유할 문화재로서 지정 가치가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단, 서해안·남해안 곳곳의 갯벌 어민들이 대부분 전승·향유해온 문화여서 앞서 지정된 ‘김치 담그기’ ‘장 담그기’ 등과 같이 특정 보유자나 보유단체는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
문화재청은 30일간의 예고 기간 중 각계 의견을 듣고 모아 지정 여부를 확정한다. 예고 기간 중 문화재청 누리집(cha.go.kr)과 ‘케이(K) 무형유산 동행’ 인스타그램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낼 수 있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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