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운 입력 2021. 10. 22. 17:42 수정 2021. 10. 22. 23:21
패션시장 불황에도 골프의류는
올 6조원 두자릿수 성장세
2030 골퍼 115만명 달해
해외여행 막히자 골프 입문 속속
◆ 날개 단 골프웨어 시장 ◆
515만명. 한국레저산업연구소가 추산한 올해 대한민국 골프 인구다. 2009년 293만명에서 12년 만에 약 76% 늘었다. 이 중 2030은 115만명이나 된다.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골프가 대세 운동으로 자리 잡은 덕분이다. 해외여행 중단으로 푸른 잔디 골프장이 하나의 스트레스 해소 창구로 부상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필드에서 찍은 인증 사진을 올리는 일도 부쩍 늘었다. 이제 막 골프에 입문한 사람을 뜻하는 '골린이(골프+어린이)'도 유행어로 자리 잡았다.
골프산업의 성장으로 골프웨어 시장 성장도 눈부시다. 레저산업연구소는 올해 골프웨어 시장 규모가 5조685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년 5조1250억원에서 약 5600억원 늘었다. 내년에는 6조335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된다.
매년 10%가 넘는 고성장세다. 골프웨어 성장은 국내 전체 패션시장 규모와 비교할 때 더욱 두드러진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에 따르면 올해 국내 전체 패션시장 규모는 40조8783억원으로 추정된다. 2018년 43조원 규모에서 3조원이나 줄었다. 코로나19로 의류업계가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불황 속에서 골프웨어 시장만 두 자릿수 성장을 유지하면서 전체 시장의 15%로 파이가 커졌다.
특히 타이틀리스트·PXG·제이린드버그·지포어·세인트앤드류스 등 럭셔리 브랜드들이 골프웨어 성장을 주도했다. 주요 브랜드들은 지난 상반기 모두 전년 동기 대비 두 자릿수의 성장세를 보였다. 현대백화점·신세계백화점 등 서울 시내 주요 백화점에서 골프웨어 매출은 50% 넘게 뛰었다. 반면 루이까스텔과 와이드앵글 등 브랜드들은 MZ세대의 디자인과 실용성을 선호하는 흐름을 읽지 못하고 역성장의 늪에 빠졌다. 기존 패션업체들도 너도나도 적극적으로 골프웨어 브랜드를 출시하고 있다. 챔피온과 아페쎄(A.P.C.)도 골프웨어 진출을 선언하고 나섰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경제가 어려울 때 사람들이 금과 같은 안전자산을 찾는 것처럼 소비자들이 프리미엄 브랜드를 통해 심리적 안정성을 느끼고 있는 것"이라면서 "일상 회복까지 알 수 없는 시기인 만큼 프리미엄 제품의 성장 속도는 지속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선 골프웨어 시장의 경쟁 과열이 지나치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 국내 골프웨어 브랜드 수는 약 150개인데, 이 중 50개가 올해 출시된 브랜드다. 올해 말과 내년 초에도 약 10개 브랜드가 출범을 앞두고 있다. 저마다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쏟아붓지만 성과를 올리지 못하면 타격이 커질 수 있다.
올해만 새 골프의류 브랜드 60개…고가제품 매출 130% 뛰기도
MZ 가세, 골프의류 폭풍성장
2030 중심 골프문화 확산
"비싸지만 똘똘한 옷 한 벌로"
백화점 고급매장 모시기 경쟁
빌려쓰는 렌탈 시장도 성장
챔피온·아페쎄 등 영캐주얼
골프웨어 시장 진출 선언
국내 골프 인구가 크게 늘어나면서 남녀 골프 의류를 비롯해 액세서리와 신발, 용품, 가방 등 관련 골프웨어 시장 규모가 큰 폭으로 확대되고 있다. 22일 서울 강남의 한 백화점 골프웨어 매장에서 손님들이 골프웨어 제품을 보고 있다. [박형기 기자]
골프웨어 시장이 연평균 10%가 넘는 고성장을 거두면서, 럭셔리 브랜드들의 매출도 껑충 뛰어올랐다.
골프 전용 티셔츠 한 장에 30만원이 넘는 고가 브랜드의 성장세는 더욱 가파르다. 여성과 남성의류뿐만 아니라, 신발과 장갑, 골프백과 캐디백 등 관련용품까지 광범위하게 소비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지포어가 강남 한 백화점 점포에 입점하자마자 순식간에 역대급 매출을 기록했다는 얘기는 유명한 일화다. 한 켤레에 40만원이 넘는 지포어 골프화도 불티나게 팔려나간다. 매경오픈 40주년 한정판 제작으로 관심을 끌었던 세인트앤드류스도 인기 브랜드로 주가를 올리고 있다. 심지어 인기 브랜드들의 경우 구매하는 대신 빌려서 여러 브랜드를 입으려는 여성 고객들도 늘고 있다. 이 때문에 골프웨어 렌탈 시장까지 덩달아 커지고 있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타이틀리스트 어패럴과 풋조이를 판매하는 아쿠쉬네트코리아는 지난 상반기 국내에서 약 2074억원 매출을 올렸다. 전년 동기 1374억원에서 50% 성장한 수치다. 아쿠쉬네트코리아는 휠라홀딩스 자회사로 소속돼 있다. 타이틀리스트는 골프웨어 시장 세계 1위다. 한국에서 폭발적인 성장을 발판 삼아 국내 골프웨어로는 최초로 지난달 청담동 명품거리에 입성하기도 했다. 루이비통 건물 맞은편에 자리한 타이틀리스트 청담점은 2008년부터 최근까지 명품 시계 브랜드 오메가가 플래그십스토어로 사용했던 곳이다. 골프 브랜드가 청담 명품 거리에 입점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타이틀리스트는 5층 규모의 브랜드 스토어 청담점을 통째로 사용할 정도로 판매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타이틀리스트 관계자는 "더 좋은 접근성과 효율적이고 쾌적한 쇼핑 환경을 제공하고자 골프 브랜드 최초로 청담동 명품거리에 새로운 브랜드 스토어를 열었다"고 했다.
인기 골프의류 PXG를 판매하는 로저나인도 지난해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64% 성장한 710억원을 기록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수입 판매하는 스웨덴 골프웨어 브랜드 '제이린드버그'의 지난달까지 누적 매출은 전년 대비 87% 상승했다. 셔츠·바람막이·스커트 한 벌에 각각 30만~50만원을 육박하는데도 제품들은 불티나게 팔리는 셈이다. 캘러웨이도 고급브랜드를 내놓고 있다.
럭셔리 브랜드들의 성장은 MZ세대들의 소비형태와 연관된다. 젊은 세대들은 '다다익선'보다는 '비싸지만 똘똘한 브랜드 한 벌'을 더 선호하기 때문이다. 최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해외여행 수요가 국내 레저 활동으로 이어진 것도 배경으로 작용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자신의 부를 과시하는 '플렉스' 문화에 관대한 젊은 세대들은 이 같은 브랜드를 소비하는 데 아낌없이 지갑을 연다"고 말했다. 골프웨어 폭풍성장으로 백화점 업계도 활짝 웃었다. 현대백화점은 9월까지 골프웨어 누적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61.5%나 올랐다.
2019년 성장률 3.1%, 2020년 10.3%를 감안하면, 그야말로 '폭풍성장'이다. 그중 프리미엄 골프웨어 매출은 128.6%나 뛰었다. 신세계백화점 골프웨어 8월 기준 누적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5.8% 성장했다. 2019년 5.6%, 2020년 15.2%를 훌쩍 넘는 수치다. 롯데백화점도 올해 골프 상품군 매출이 40%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백화점 업계 입점에도 불이 붙고 있다. 지난 2월 문을 연 더현대서울 4층에는 프리미엄 골프존이 마련됐다. 타이틀리스트·PXG·제이린드버그·지포어·세인트앤드류스 등 프리미엄 골프 브랜드를 한데 모았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2030세대 사이에서 옷으로 본인의 개성을 표현하는 유행이 확산하며 프리미엄 골프웨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도 골프웨어 시장 규모는 6조3350억원(한국레저산업연구소 추정치)으로 관측된다. 올해 추정치 기준 약 11% 성장세다. 럭셔리 브랜드의 성장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골프웨어 시장에 잇달아 진출을 선언하는 브랜드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LF가 국내 판매하는 브랜드 챔피온은 최근 MZ세대를 겨냥한 골프제품군을 출시한다고 밝혔다. 다음달까지 의류와 액세서리 제품을 잇달아 출시하며 시장 선점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코오롱FnC도 지난 3월 디지털에 익숙한 2030세대를 겨냥한 온라인 전용 골프 웨어 브랜드 골든베어를 선보였다. '새로운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유로운 감성의 황금세대(특정 분야에서 돌출한 재능을 가진 인재가 특정 연령층에 집중할 때 그 세대를 이르는 말)를 위한 골프 웨어'라며 타깃층을 명확히 했다. 젊은 층들로부터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의류 브랜드 아페쎄(A.P.C)도 골프의류 시장에 진출할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백화점 계열인 한섬에서도 올 초 영캐주얼 브랜드 SJYP를 통해 20·30대 젊은 여성 골퍼를 겨냥한 '골프라인 컬렉션'을 선보였다. 브랜드를 상징하는 캐릭터 '디노(공룡 캐릭터)'를 활용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강영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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