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천하. 1884년 김옥균이 급진개화파와 정변을 일으켰으나 단 3일 만에 실패한 사건을 말한다. 과연 이들에겐 어떤 사연이 있었을까. 뮤지컬 〈곤 투모로우〉는 파란만장했던 역사에 작가적 상상력을 담아낸 작품이다.
뮤지컬 <곤 투모로우> / PAGE1
갑신정변은 1973년 신상옥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신영균이 김옥균으로, 신성이 고종으로 등장했던 영화 〈삼일천하〉로 대중적인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뮤지컬 〈곤 투모로우〉가 모티브로 삼은 원작은 영화가 아닌 오태석의 연극 〈도라지〉다. 역사 고증에 많은 무게 중심을 둔 영화보다 ‘발칙한’ 상상이 주는 별스러운 재미가 담긴 연극이 무대의 판타지를 구현하는 데 더 효과적이라 판단했을 것이다. 대부분의 역사극이 그러하듯, 무대에서 다루고자 하는 것은 충실한 역사의 재연이 아닌 이를 통한 현실 비판과 풍자가 전제할 때 작품의 ‘진짜’ 재미를 발견할 수 있다.
오태석의 연극 〈도라지〉는 1994년 초연됐다. 여러 논란과 논쟁이 있었지만, 특히 일본 제국주의를 미화한다는 비판으로 큰 관심을 받지 못했던 비운의 작품이다. 일본 극단 신주쿠양산박에 의해 일본어 공연으로 만들어져 2000년대에 다시 국내 무대에서 내한공연이 올려졌는데, 뮤지컬은 이 작품을 근간으로 다시 새로운 해체와 재구성의 묘미를 더해 완성했다. 연극에서도 그랬듯 극의 중간중간에 흐르는 ‘도라지 타령’은 당시의 시대적 상황을 구현하는 데 효과적으로 활용된 장치이자 시대적 배경, 민족적 설움, 구한말의 국제 정세 등을 알려주는 복선이다.
뮤지컬 〈곤 투모로우〉는 2막으로 이뤄져 있다. 먼저 1막에서는 김옥균이 고종을 설득해 일본의 힘을 빌려 조선의 자주독립과 발전을 꾀하며 새 세상을 만들려다가 명성황후와 추종세력들로 인한 청나라의 개입으로 3일 만에 실패해 일본으로 망명한다. 그에게 배신감을 느낀 고종이 홍종우를 보내 중국 상해로 유인 암살하는 내용이 펼쳐진다. 김옥균이 홍종우의 의도를 파악하고 스스로 죽기 위해 상해로 떠난다거나 호텔이 아닌 배 위에서 총에 맞아 죽는다는 세세한 디테일은 실제 알려진 역사와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의 이야기는 역사적 배경과 큰 시각에서 일치한다.
2막에 이르면 전혀 새로운 전개를 선보인다. 친일파로 알려진 홍종우는 김옥균의 유지를 이어받아 혁명가의 삶을 살게 되는 내용으로 새롭게 각색하거나 실존하지 않았던 인물인 총리 이완이 고종을 지극히 우유부단하고 자기중심적인 인물로 묘사하는 것과 같은 파격적인 실험을 보여준다. 발칙한 상상과 역사적 진실과 다른 가정을 통해 판타지 속에서 과거가 아닌 현실의 비유와 풍자를 시도했다는 것을 실감하게 한다. 본질은 망각한 채 정치적 이해나 권력의 향배, 허울 좋은 명분만을 주장하는 오늘날의 정치인들을 절묘하게 풍자하면서 시대를 앞서간 초인들의 죽음을 아쉬워하는 색다른 뒷맛을 구현해내고 있다.
광야의 초인이 민족의 내일이라며 꿈꾸던 세상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먼’ 이야기 같아 애달프고 서글프다. 오늘을 살아가는, 아니 오늘도 살아남아야 하는 우리에겐 그래서 울림이 남다른 뮤지컬이다.
원종원 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교수·뮤지컬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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