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보다 산을 사랑했지만 불의의 사고로 코마 상태에 빠진 남자. 귀신이 되어 산을 떠돈다. 누구보다 사람들을 구하려고 노력했던 여자. 그녀는 휠체어에 기대 더 이상 산에 오르지 못하게 된다. 서로를 볼 수 없고 만날 수도 없다. 하지만 지리산이 그들에게 준 특별한 선물로, 그들은 산에서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또다시 돕기 시작한다. 드라마 지리산의 스토리라인이다.
현실로 와보자. 지리산에는 떠도는 귀신 없다. 드라마일 뿐이다. 대신 특별한 선물은 잔뜩 준다. 지친 심신을 '힐링'시켜주는 자연, 메마른 감성을 풍성히 채워줄 풍광…. 지리산은 사랑한다. 지리산은 도와준다. 우리들을.
경상남도 전라북도 전라남도, 세 지역에 걸쳐있다. 대한민국 최초의 국립공원이다. 1967년 12월 29일에 지정됐다.
행정구역상으로는 경남 함양군, 산청군, 하동군, 전남 구례군, 전북 남원시, 4군 1시에 고루 자리잡고 있다. 한 곳에만 그 비경을 나눠주기 싫었나 보다. 최고봉인 천왕봉은 높이 1915m의 자태를 자랑한다.
오늘은 구례군의 친절한 소개를 받아본다. 구례군 선정 '구례 10경'을 찾아 지리산을 음미해보자.
노고단 운해
1. 노고단 운해
노고단은 천왕봉 반야봉과 함께 지리산의 3대 주봉으로 꼽힌다. 서쪽 해발 1507m로, 봉우리 중 영봉으로 인정받는다. 지리산 종주의 시작점. 화엄사 계곡을 따라 4시간 정도 오르면 그 장엄함에 입을 다물지 못한다. 봄에는 진달래, 산철쪽이 만발한다. 여름에는 함박꽃과 원추리, 가을에는 범꼬리와 물매화가 등산객을 맞는다. 하늘정원이 따로 없다. 노고단 아래로 펼쳐지는 운해. 안개와 구름이 파도처럼 몰려온다. 지리산 제 1경으로 불릴만 하다. 이 곳이 신계인가, 인간계인가. 잠시라도 세속에서 벗어나 보자. 지리산이 주는 선물이다.
2. 반야봉 낙조
해발 1732m. 노고단의 뒤를 잇는 제 2봉 반야봉. 노고단 정상에서 능선을 따라 3시간반 가량 걸어보자. 지리산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 눈의 호사로움은 그냥 보너스다.
우리는 이제 낙조의 장엄함에 정신을 잃는다. 지리산을 밝히던 해가 지리산의 녹음속으로, 어둠속으로 점점 빨려들어간다. 검붉음이 자아내는 낙조의 경이로움에 그저 감탄만 할 뿐이다. 더 이상 마음속의 시름은 없다.
피아골 단풍
3. 피아골 단풍
일년 사계절, 모두 놓칠 수 없는 절경이 펼쳐진다. 지리산 최대의 활엽수림 지대, 피아골이다. 지금 절정을 달리고 있는 단풍의 색조는, 인간의 화폭에 담을 수 없는 '넘사벽 자연'이다. 색의 축제 속에 산도, 물도, 그 안의 우리도 붉게 물든다. 조선시대 유학자 조 식 선생은 "피아골 단풍을 보지 않은 사람은 단풍을 보았다고 말할 수 없다"고 했다.
섬진강 청류
4. 섬진강 청류
진안군 마이산에서 물줄기는 시작된다. 500리 물길은 지리산을 감돌아 남해로 향한다. 섬진강은 전국에서도 맑기로 이름난 강이다. 푸르른 비단을 펼쳐놓은 듯 하다. 산을 돌아 굽이마다 수놓아진 반월형 백사장은 강과 더없는 조화를 이룬다. 은어, 숭어, 붕어, 잉어, 참게 등 30여종의 담수어들이 유유히 물살을 가른다. 급류를 거슬러 오르는 연어떼들도 볼 수 있다. 지난 98년부터 매년 3월에 방류한 어린 연어들이 산란기면 '고향'을 찾는다.
5. 산동 산수유꽃
약 1000년전 중국 산동성의 처녀가 머나 먼 구례군 산동면으로 시집을 왔다. 그녀는 산수유 나무를 가져왔다. 고향을 잊지 않으려고. 그 산동 처녀의 이야기에 따라 지역 이름이 '산동'이 되었다고 한다.
산수유는 봄을 가장 먼저 알리는 꽃 중의 하나다. 2월말 꽃망울을 터뜨린다. 11월에는 열매를 맺는다. 지리산을 노닐다 보면 그 빨간 루비 빛 탐스러움을 맛볼 수 있다. 이 곳 산동면에서 전국 산수유의 70%를 생산하고 있다고 한다.
섬진강 벚꽃길
6. 섬진강벚꽃길
매년 봄, 섬진강에서 서시천변까지 벚꽃길이 열린다. 무려 59㎞의 장관이 펼쳐진다. 문척면 동해마을에서 간전면 남도대교를 돌아 토지면까지 이어지는 벚꽃길은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 100선에도 뽑혔다. 곡성에서 하동까지 연결되는 17번과 19번 국도를 따라 하얀 벚꽃이 만발할 때면, 섬진강변에서는 벚꽃축제가 열린다. 하얀 벚꽃의 향연 속에 봄향기를 만끽할 수 있는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다.
7. 수락폭포
기암괴석 사이로 15m 높이의 폭포수가 쏟아진다. 주변의 절경 속에 세상사를 모두 잊는다. 수락폭포, '물맞이 폭포'라고도 부른다. 원래 주민들이 모내기, 김매기를 마친 후 허리 통증과 신경통을 치료하기 위해 즐겨 찾던 곳이었다. 신경통, 관절염, 근육통, 산후통 등에 효험이 있다는 소문이 나면서 또다른 유명세를 타고 있다. 실제 2013년 전남 보건환경 연구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다량의 산소 음이온이 나온다고 한다. 몸과 마음을 모두 '힐링'할 수 있다. 동편제 판소리의 대가인 국장 송만갑 선생이 득음을 위해 목을 가다듬었던 곳으로도 유명하다.
천년고찰 화엄사
8. 천년고찰 화엄사
화엄사. 지리산 사찰 중 가장 크고 장엄하다. 백제 성왕 때 연기조사가 창건, '화엄경'에서 이름을 따왔다고 한다. 각황전 등 국보 다섯 점과 보물 여덟 점을 보유한 지리산의 '지붕없는 박물관'이라고 구례군은 자랑한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올벚나무와 매화는 전국 사진작가들의 '최애 촬영아이템' 중 하나다. CNN이 선정한 한국의 아름다운 사찰 33선에 천은사, 연곡사, 사성암 등과 함께 이름이 올라있다. 자연의 절경과 불교문화가 어우러진 천년의 숨결이 느껴진다.
9. 오산 사성암
우리나라 4대 고승인 의상대사, 원효대사, 도선국사, 진각국사가 이 곳에서 수도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사성암이다. 기암절벽의 암자와 굽이굽이 흐르는 섬진강, 넓은 구례평야, 웅장한 지리산 주봉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고승들이 수도한 절경이니 더 이상 무슨 설명이 필요할까. 드라마 추노, 더킹 : 영원의 군주, 영화 군도도 이 곳에서 찍었다. 화엄사와 함께 역시 CNN 선정 한국의 가장 아름다운 사찰 33선에 올라있다.
노고단 설경
10. 노고단 설경
노고단의 겨울, 반짝이는 눈꽃 축제에 눈이 어지럽다. 겨울왕국의 엘사와 울라프가 저쪽 어딘가에서 고개를 슬며시 내밀 것 같다. 상고대라고 한다. 공기냉각이 만들어낸 빙결현상. 자연이 만들어낸, 지리산의 주는 환상의 선물이다. 눈꽃 너머로는 구례의 들과 섬진강이 아름답게 펼쳐져 있다. 이럴 때 이걸 안하면 어찌하리. 동화속 설경 속에서 멋진 인생샷을 남겨보자.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은 멀리 있지 아니하다.
신보순 기자 bsshi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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