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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타부터 이브라힘까지, 새 시대를 책임질 젊은 스타일리스트들

부동산 분양정석 2021. 12. 12. 10:30

새로운 이름이 MZ세대다운 방식으로 패션 하우스에 참신한 숨결을 불어넣고 있다.

스타일리스트 앨리 매크래의 〈핫핫핫! Hot-Hot-Hot!〉 매거진.

패션을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디자이너 곁을 묵묵히 지키며 완벽한 결과물을 위해 함께 머리를 맞대는 ‘조력자’들의 존재에도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있을 듯. 루이 비통의 수장 니콜라 제스키에르의 곁을 지켜온 스타일리스트이자 〈마스터 마인드〉 편집장 마리 아멜리 소베, 로에베와 JW 앤더슨 컬렉션의 감도 높은 비주얼을 위해 함께 고민을 나누는 조너선 앤더슨과 벤저민 브루노, 언제나 올리비에 리조의 스타일링을 거쳐 선보이는 프라다의 수많은 작업 등…. 이처럼 하우스와 오랜 시간 협업하며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공고히 하는 데 힘쓴 것은 물론, 패션사에 남을 독창적인 비주얼로 존경받아 온 ‘1세대 스타일리스트’의 뒤를 이을 새로운 이름이 MZ세대다운 방식으로 패션 하우스에 참신한 숨결을 불어넣고 있다.

그중 가장 영향력 있는 아이콘이자 슈퍼 스타일리스트로 불리는 이는 단연 로타 볼코바(Lotta Volkova)가 아닐는지. 초기 베트멍 패밀리의 일원이자 90년대 ‘소비에트 키즈’ 출신인 그녀는 뎀나 바잘리아의 절친으로 존재감을 알렸고, 베트멍에 이어 발렌시아가를 모든 이가 선망하는 최고의 패션 레이블로 만드는 데 일조한 인물. 첫인상은 다소 생경하고 기이하지만 이제껏 본 적 없는 디자인은 전 세계인을 열광시키기에 충분했으니! 친구끼리 나누는 실없는 농담에서 탄생한 언밸런스 데님 팬츠, 아버지 옷장에서 막 꺼낸 듯한 디자인의 파카와 트레이닝팬츠, 캡 모자와 어글리 스니커즈가 날개 돋친 듯 팔리며 스타일리스트가 단순히 디자이너를 서포트하는 인물이 아닌, 브랜드의 미래를 개척하는 주요 인물임을 확인시켰다. 뎀나 바잘리아의 조력자였던 그녀는 최근 새로운 브랜드와 협업해 ‘흥행보증수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스타일리스트 케이티 그랜드의 후발 주자(!)로 로타를 간택한 미우미우는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로 팬들의 마음에 불을 지피는데, 소녀스럽고 사랑스러운 미우미우에 로타의 위트가 더해지자 결과물은 기대 이상이었다. 설원에서 펼쳐진 2021 F/W의 윈터 룩은 물론 얼마 전 공개된 2022 S/S 쇼는 모든 이가 “환상적”이라고 입을 모을 정도. 2000년대 초반 스타일이 떠오르는 과감한 크롭트 톱과 마이크로 미니스커트, 로고 언더웨어를 위트 있게 매치하는 센스, 뉴발란스와 협업한 귀여운 스니커즈까지 흠잡을 데 없이 근사했으니!

앨리 매크래가 참여한 발렌시아가 쿠튀르 컬렉션.

로타 볼코바의 위트가 깃든 2021 F/W 미우미우 쇼.

미우미우와 완벽하게 어울리는 스타일링이 돋보이는 광고 캠페인.

한동안 고전을 면치 못했던 블루마린도 새로운 수장 니콜라 브로그나노가 로타에게 러브 콜을 보내면서 기사회생하는 데 성공했다. 블루마린의 DNA에 Y2K 스타일을 접목해 젊은 세대의 폭발적인 반응을 얻는 데 성공한 최근 행보 뒤에는 단연 로타의 영민한 감각과 영향력이 한몫했다. 한편 로타가 떠난 발렌시아가 하우스의 캠페인 제작에 참여해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새로운 인물은 〈핫핫핫! Hot-Hot-Hot!〉 매거진의 패션 디렉터이자 페인터로 활동 중인 앨리 매크래(Ally Macrae). 독립 매거진 에디터 출신답게 틀에 매이지 않는 독창적인 비주얼이 강점이며, 그녀의 인스타그램 피드를 빼곡히 채운 포트폴리오를 보면 MZ세대가 추구하는 패션 비주얼이 어떤 모습인지 간파할 수 있다.

53년 만에 부활한 발렌시아가 쿠튀르 컬렉션은 물론 발렌시아가 코트를 ‘쿨’하게 걸친 이자벨 위페르가 등장한 광고 캠페인에 참여했고, 자유분방하고 흐트러진 비주얼이 매력적인 JW 앤더슨의 최근 캠페인에도 힘을 보태며 탄탄한 커리어를 쌓고 있다. 최신 트렌드를 견인하면서 ‘잘나가는’ 스타일리스트로 성공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는 남다른 자신만의 고유한 스타일과 스토리텔링이 아닐까. 그런 면에서 이브라힘 카마라(Ibrahim Kamara)는 현재 가장 잘나가는 젊은 스타일리스트라 할 수 있다. 아프리카 시에라리온에서 태어나 잠비아에서 자란 1990년생 이브라힘은 런던으로 이주 후 패션에 몸담게 되었고, 자신의 뿌리에서 기인한 스토리텔링으로 하이패션계에 새바람을 불러일으키면서 〈데이즈드〉 매거진 편집장으로도 활약 중이다.

주로 흑인 모델과 작업하길 선호하는 그는 아프리카인들, 특히 아프리카 소수민족의 이국적인 아름다움을 섬세한 수공예적 기법으로 선보인다. 이번 시즌 꼼 데 가르송 옴므 플러스 런웨이에 등장했던 존재감 넘치는 헤드피스 역시 그의 작품인데, 이 외에도 수많은 작업에 손수 제작한 헤드피스와 소품을 등장시켜 ‘패스트 패션’ 시대에 장인 정신이 돋보이는 비주얼을 만든다. 저명한 패션 사진가 파울로 로베르시는 “이브라힘의 작업에는 때묻지 않은 순수함과 그로 인한 묘한 역설이 느껴진다”며 극찬할 정도. 이뿐 아니라 하우스 역사상 최초의 흑인 디자이너인 루이 비통의 버질 아블로와 손잡고 루이 비통 멘즈 라인에 그들만의 스토리를 녹여 다양성을 내세운 런웨이와 광고 캠페인을 선보이는 등 보수적인 패션 하우스에 젊은 에너지를 불어넣으며 변화의 흐름을 개척하고 있다.

이브라힘 카마라의 〈데이즈드〉 리한나 커버.

스타일리스트 로타 볼코바.

누군가 패션 스타일리스트란 지구상에서 가장 복잡다단한 직업 중 하나라고 했던 말이 떠오른다. 그만큼 문화예술, 패션의 전반적 흐름을 영민하게 간파하고 그 흐름을 바탕으로 자신의 미학과 방향성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일이니까. 단순히 멋진 옷을 입히고 꾸미는 것, 그 이상의 시야로 세상을 바라보며 놀라운 작업을 선보였던 1세대 스타일리스트의 뒤를 이젠 젊고 영민한 MZ세대 스타일리스트들이 충실히 이어가고 있다. 하우스와 디자이너의 든든한 조력자이자 탁월한 창작자로 활약하는 이들이 앞으로 어떤 행보로 놀라움을 안길지, 그 미래를 예의 주시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