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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뒤샹 등 초현실주의 거장들과 팬데믹 성찰

부동산 분양정석 2021. 12. 13. 14:03

살바도르 달리, ‘머리에 구름이 가득한 커플’, 1936.

■ 예술의전당서 ‘…걸작전’

1차대전 후 탄생한 예술사조

코로나시대 불안 돌아보게 해

살바도르 달리, 르네 마그리트, 만 레이, 호안 미로, 막스 에른스트, 마르셀 뒤샹, 에일린 아거…. 이들의 공통점은 세계미술사에서 초현실주의를 대표하는 작가들이라는 점이다. 이들 작품을 한자리서 만날 수 있는 전시가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초현실주의 거장들 : 로테르담 보이만스 판뵈닝언 박물관 걸작전’이 그것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180여 점에 달하는 작품은 네덜란드에서 온 것들이다. 보이만스 판뵈닝언은 유럽에서 초현실주의 작품을 가장 많이 소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부분 20세기 초·중반에 제작된 것인데, 코로나19의 세계적 유행을 겪고 있는 현재에도 울림이 크다. 1차 세계대전 후의 불안에서 탄생한 초현실주의가 21세기에 감염병 사태로 혼란을 겪는 사람들에게 문명의 현실을 새삼 되돌아보게 하기 때문이다.

전시는 총 6개의 주제로 펼쳐진다. ‘초현실주의 혁명’ ‘다다(DADA)와 초현실주의’ ‘꿈꾸는 사유’ ‘우연과 비합리성’ ‘욕망’ ‘기묘한 낯익음’ 등.

앙드레 브르통의 ‘초현실주의 선언문(1924)’을 맨 앞에 배치했다. 관객들이 개념을 인식한 후 작품들을 돌아보도록 하기 위해서다. 1920년대의 유럽은 전쟁으로 몰락한 시점이어서 인류의 이성에 대한 의구심이 컸다. 자신들이 그동안 내세웠던 합리성이 아닌 ‘다른 무엇’으로 새로운 전통을 만들어야 했다. 브르통은 그것을 꿈, 무의식, 상상력이라고 설파했다.

사실 유럽 전통의 파괴는 다다이즘에서 시작됐다. 그 이후에 나타난 초현실주의는 다다이즘과 유사했으나 차이가 있었다. 다다가 기존 질서와 상식을 철저히 부정하는 것에 치중한 반면, 초현실주의는 무의식이 인간 본질에 가깝다는 점에 천착했다. 뒤샹의 ‘여행가방 속 상자’, 에른스트의 ‘커플’ 등이 그 차이를 느끼게 해 주는 작품들이다.

전시 3부 ‘꿈꾸는 사유’, 4부 ‘우연과 비합리성’은 초현실주의의 두 화풍을 다룬다. 그 하나는 꿈과 무의식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무의식을 표현하기 위해 이성과 의식의 영향에서 벗어나 손이 가는 대로 그리는 ‘자동기술법(Automatisme)’이다. 두 화풍을 오가며 자신들의 환상을 한껏 펼쳤던 마그리트, 달리 등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레이의 ‘복원된 비너스’와 한스 벨머의 ‘인형’은 인간의 사랑과 성(性)을 주제로 한 전시실에서 볼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여성 초현실주의 작가 6명의 작품 14점을 선보여 특별히 눈길을 끈다. 리어노라 캐링턴, 에일린 아거, 우니카 취른, 메레 오펜하임, 엘사 스키아파렐리, 셀린느 아놀드 등. 이들 작가는 여성이 남성 작가들의 뮤즈로 격하되던 시대에 작가로서 주체성을 표현했다는 점에서 주목받을 만하다. 전시는 내년 3월 6일까지.

장재선 선임기자 jeije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