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콘텐츠, 지속 가능성을 묻다 - 이혜진 USC 교수
“서던캘리포니아대(USC)의 K-팝 과목 채택, 지역성을 넘어 보편적으로 다룰 주제가 됐다는 것 아닐까요?”
미국 서부권의 명문대인 USC에서 K-팝을 주제로 강의를 개설한 이혜진(사진) 교수를 이달 초 로스앤젤레스(LA)의 학교 캠퍼스에서 만났다. 2017년부터 커뮤니케이션 앤드 저널리즘(Communication and Journalism) 교수로 재직 중인 그는 K-팝을 정식 과목으로 강의해 주목을 받았다.
“2019년 봄·가을, 지난해 가을 등 3회에 걸쳐 K-팝을 강의했다. 내년에는 이를 학과의 교양수업으로 등록시키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학과의 전폭적 지원을 받고 있다. 만약 채택된다면 커뮤니케이션학과에선 처음이 될 것이다.”
그동안 미국 대학의 한국학과 등에서는 K-팝이나 K-콘텐츠를 주제로 한 강의가 일부 진행됐다. 그러나 일반 커뮤니케이션학과에서 K-팝을 별도로 다루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요즘 새삼 느끼는 것은 몇 년 전보다 K-팝이 훨씬 대중화됐다는 점이다. 2015년부터 강의를 했는데 그때는 큰 반향을 기대하긴 어려웠다. 2012년 싸이의 ‘강남스타일’의 인기는 지나갔고, K-팝이 인기는 있는데 마니아 팬층에서만 좋아하는 분위기랄까. 그런데 지금은 K-팝 수업을 할 정도로 달라졌다.”
이 교수는 K-팝과 K-콘텐츠의 힘으로 친근함을 꼽았다. 소셜미디어의 적극적 활용으로 스타와 팬 사이의 거리감을 줄인 게 인기에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미국의 셀러브리티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팬과 교감하지만 사생활은 보호하고 조절하면서 말한다. 따라서 대화라기보다는 홍보에 가깝다. 하지만 K-팝 아티스트들은 SNS에서 적극적으로 팬과 만난다. 간혹 자기 생각도 드러낸다. 젊은 세대는 인플루언서처럼 공감할 수 있는 스타를 바란다. 연예인이지만 무대 밖에서는 친구 같은 존재, 그런 점에서 K-팝 스타는 딱 들어맞는다.”
K-팝의 산업적 가능성, 혹은 지속가능성에 대해서는 신중함 속에서도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좀 더 두고 봐야겠지만 움직임은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다. 하이브, SM엔터테인먼트, CJ ENM 등이 아이돌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고, 일본 시장에 집중하는 기획사도 있다. K-팝은 해외의 영향을 받아 시작됐지만 다시 미국에 상륙했을 때는 어떤 모양으로 변형되고 적용될지 기대된다. 또한 K-팝이 갈수록 글로벌화하면서 10년 후에도 K-팝이란 용어 자체가 존재할지 궁금하다.”
이 교수는 K-팝을 학문적으로 정립하겠다는 사명감을 지니고 있다. 조지 루카스 등 할리우드 스타감독을 배출한 영화학과에 못지않게 미국 대중문화의 한 줄기로 만들고 싶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K-팝은 그동안 서양의 대학에서 가르칠 때 주로 동아시아학과나 한국학과에서만 잠깐 다뤘던 소재였다. 그런데 커뮤니케이션학과에서 정식 과목으로 개설했다는 건 K-팝의 위상이 올라갔다는 증거다. K-팝에 대한 책과 논문이 한국에서는 많이 나와 있지만, 미국에서는 아직 학문적 정리가 미흡하다. 이론은 훌륭하지만 사례가 오래된 것도 많아 이를 영문으로 정리하는 일이 필요하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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