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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 장군이 '거북선' 특허를 신청한다면, 통과될까?

부동산 분양정석 2021. 12. 15. 14:05

YTN라디오(FM 94.5) [YTN 뉴스FM 슬기로운 라디오생활]

□ 방송일시 : 2021년 12월 15일 (수요일)

□ 진행 : 최형진 아나운서

□ 출연 : 박성우 특허청 심사관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최형진 아나운서(이하 최형진): 거북선이 현대에 온다면, 특허를 받을 수 있을까요? 거북선을 만든 각종 기술과 함께 관련 내용 살펴보겠습니다. 오늘도 매주 우리의 지식재산권을 지켜주는 박성우 심사관과 함께합니다. 안녕하세요?

◆ 박성우 심사관(이하 박성우): 안녕하세요. 조선·선박분야 전문 특허 심사관, 박성우입니다. 오늘은 오랜만에 퀴즈 한번 내보겠습니다. 내일이 무슨 날인지 아십니까?

◇ 최형진: 12월 16일... 모르겠는데요?

◆ 박성우: 내일은 423년 전인 1598년(선조31년), 12월16일(음력11월19일)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노량해전에서 장렬히 전사한 날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거북선과 발명에 대한 얘기를 가지고 나왔는데요. 이순신 장군 하면 뭐가 떠오르십니까?

◇ 최형진: 거북선이겠죠?

◆ 박성우: 그렇죠. 이순신 장군과 거북선,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죠. 그런데 이 거북선을 이순신 장군이 발명하지 않았다는 얘기가 가끔씩 들리는데 혹시 들어보셨어요?

◇ 최형진: 이순신 장군이 만든 걸로 알고 있는데, 아닙니까?

◆ 박성우: 이런 얘기가 왜 나오나면요. 조선왕조실록에 보면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180년 전인 조선 태종 때, "왕이 임진강 나루를 지나다가 귀선과 왜선으로 꾸민 배가 해전 연습을 하는 광경을 보았다"라는 기록이 있기 때문인데요. 여기서 귀선이 바로 거북선인데요. 이후 역사기록에 없다가 1555년에 만들어진 조선 수군의 전투함인 판옥선을 기본 뼈대로 해서, 평소에 왜구의 전술을 철저히 연구하신 이순신 장군의 열정이 더해져 개량하고 더욱 발전시킨 것이 지금의 우리가 아는 거북선인데요. 사실 현재는 이런 거북선의 실제 원형이 남아있지 않은 관계로 이런 저런 말들이 있는 것인데요. 저는 수많은 역사기록들을 살펴보면 이순신 장군이 개량하여 만든 것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거북선으로 확신하구요. 그래서 오늘은 우선 이순신 장군의 거북선을 특허 출원한다면, 특허를 받을 수 있을까? 하는 부분부터 먼저 한번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 최형진: 박성우 심사관님, 조선 분야 특허 심사관이시잖아요. 만약 이순신 장군이 환생해서 특허청에 찾아와 거북선을 특허 출원한다면, 특허 등록 가능한 겁니까?

◆ 박성우: 네, 특허를 받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특허요건을 갖춰야 하는데요. 제가 만약에 이 건을 심사한다고 가정하고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특허요건의 첫 번째는 산업 상 이용 가능성인데요. 거북선은 실제 전장에서 활용되면서 우수한 전투력을 입증했으니까, 방위산업 분야에서 이용 가능성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 최형진: 요즘 우리나라 방산 수출 소식 종종 들려오는데, 거북선을 대량 생산해서

나라도 지키고 수출도 하고, 좋네요!

◆ 박성우: 다음은 신규성이 있어야 하는데요. 다시 말해 출원하기 이전에 세상이 전혀 없었던 새로운 것이야 합니다. 비록 기존의 판옥선을 기초로 했지만, 덮개로 갑판을 덮어 노출이 전혀 없는 형태의 배는 이전까지 없었던 구조니까 선체 구조적인 면에서 최초의 장갑선으로 신규성이 인정됩니다. 마지막으로 신규성이 없다면 진보성이 있어야 하는데요. 진보성이란 종전에 있던 발명과 비교해서 훨씬 진보되고 개량된 발명인가를 보는 겁니다. 거북선의 경우 덮개에 꽂은 철침과, 포탄을 쏠 수 있는 용머리 등으로 전투력을 비약적으로 발전시켰으니, 진보성이 인정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 최형진: 그럼 주요 요건은 다 갖춰진 건가요? 특허 바로 등록 가능합니까?

◆ 박성우: 그러면 좋겠지만 현대의 조선기술과 임진왜란 시기의 조선기술을 직접 비교할 수는 없지요. 그래서 이순신 장군이 현대에 와서 특허 출원을 한다면? 그 결과는 저도 장담을 못하겠습니다. 하지만 그 당시 조선에 특허제도가 있어서 거북선을 특허 출원했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지 않았을까 생각이 됩니다.

◇ 최형진: 박성우 심사관님이 조선시대에 계셨어야 했네요. 거북선과 관련된 몇 가지 내용 좀 짚어보죠. 먼저 거북선의 기초가 된 판옥선이라는 건 뭔가요?

◆ 박성우: 아나운서님, 혹시 천만 관객을 돌파한 '명량'이란 영화 보셨습니까? 영화를 보면 판옥선에 적용된 기술을 자세히 볼 수 있는데요. 우선 이 판옥이란 것은 판자로 만든 옥상이라는 뜻입니다. 이 판옥선은 2층 구조로 이루어졌는데요. 위쪽에는 나무로 만든 갑판, 즉 판옥을 높이 올렸고요. 갑판 아래쪽에는 안에 타고 있는 병사들이 노를 젓는 구조였습니다. 갑판이 높다보니까 적이 배 위에 기어올라 침입하기도 어려웠고, 높은 위치에서 적에게 활을 쏘거나 포격을 가할 수도 있어서 유리했다고 합니다. 배 밑바닥이 평평해서 배의 회전이 잘 되고, 또, 소나무로 만들어져 삼나무로 만들어진 왜나라의 '안택선' 보다 단단해서 충파에 강한 조선 지형에 특화된 전투함으로 볼 수 있습니다.

◇ 최형진: 조선시대에 이미 훌륭한 전투함을 갖추고 있었네요. 이 판옥선만으로도 전투에서 상당히 큰 역할을 했을 것 같은데요?

◆ 박성우: 그렇습니다. 이 판옥선은 조선 명종 때 개발돼서 특히 임진왜란에서 맹활약을 했는데요. 선형이 사각 형태이다 보니까 선형이 V자 형태인 왜구의 '안택선'보다 속도가 느리다거나, 2층 갑판 위에 있는 전투원들은 보호하기가 어렵다는 단점들이 있었어요. 이런 단점들을 보완하고 장점은 더욱 업그레이드시킨 것이 바로! 이순신 장군이 만든 거북선입니다. 아나운서님은 거북선의 모습 하면 뭐가 먼저 떠오르십니까?

◇ 최형진: 글쎄요. 배 위에 둥그런 덮개가 씌워져 있는 거 아닐까요?

◆ 박성우: 맞습니다. 거북선은 이 판옥선의 2층 판옥 위에 아예 거북이 등처럼 두꺼운 덮개를 씌워버렸어요. 이렇게 하면 2층 전투원을 포함해서 모든 병사들이 덮개 안에 들어가게 돼서 안전하죠. 또 덮개 위에는 뾰족한 철침을 설치해서, 적이 배로 뛰어드는 걸 막을 수가 있었고요. 앞에는 용머리를 붙여서 그 입으로 대포를 쏠 수 있게 했습니다. 즉 공격부터 방어까지 다 되는 요즘 말로 만능 치트키 같은 조선의 돌격선으로는 안성맞춤이었던 거죠.

◇ 최형진: 그렇군요. 판옥선을 개량한 건 맞지만, 결과적으로 판옥선과는 확실히 다른 배로 재탄생한 거네요. 그럼 오늘 내용 정리를 해보겠습니다. "거북선은 발명이냐 아니냐?", 발명이다. 조합발명에 해당된다. 그럼 "거북선으로 특허를 받을 수 있느냐?", 당시에 특허를 냈다면 충분히 가능했을 것이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죠. 고맙습니다.

◆ 박성우: 고맙습니다.

YTN 이은지 (yinzhi@ytnradi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