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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제차 살짝 긁었는데 수리비만 500만원..잠도 못 잡니다"[김수현의 보험떠먹기]

부동산 분양정석 2021. 12. 19. 10:34

휠체어 자동차 접촉 사고 사례

일상생활책임보험 파손 보상 가능

단순 편의 목적 이용 경우 보상 제외

고의성 여부 판단도..최대 1억원까지 보상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작년 겨울 예상치 못한 낙상 사고로 척추가 심하게 손상되면서 하반신 마비 판정을 받았다는 50대 이모씨는 며칠째 밤잠을 설치고 있습니다. 일주일 전 진료를 받기 위해 홀로 병원에 나서던 길에서 전동 휠체어로 1억짜리 고급 외제차의 신형 모델을 긁고 지나가는 사고를 냈기 때문입니다. 마스크 위 안경에 서렸던 김 때문에 시야 확보가 어려워 생긴 사고였습니다. 이후 차주로부터 수리비가 총 500만원이 나왔다는 내용을 전달받은 이씨는 당장 이번 달 생활비 걱정에 눈앞이 깜깜해졌습니다. 각종 입원비와 치료비가 쌓인 탓에 수천만의 빚을 갚기에도 빠듯한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

소액 급전이라도 빌려보려 컴퓨터를 켰다는 이씨는 일상생활에서 발생한 사고에 대해 보장해주는 보험이 있다는 글에 눈이 번쩍 띄었습니다. 여느 보험에 특약으로 들어가 있어 가입 사실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잦다는 내용을 본 이씨는 자신이 들었던 보험 상품의 청약서를 모두 꺼내 확인했습니다. 그러던 중 자신의 종합보험에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일배책) 특약이 가입돼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이씨는 보험사 약관을 살펴보다가 차량에 의한 사고의 보상은 제외한다는 규정을 보고 혼란스러웠습니다. 전동 휠체어가 차량으로 해석될 경우 보상을 받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일상에서 사고는 뜻하지 않게 발생합니다. 타인에 의해 벌어지기도 하지만, 자신의 실수로도 나타납니다. 피해가 자신의 신체 또는 소유물에 그치는 것이라면 마음이라도 편한데, 타인의 신체나 재산에 손해를 입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렇게 난감한 상황일 때 배상책임 손해를 보상해주는 보험이 바로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일배책)입니다. 구체적으로는 피보험자가 주거하는 보험증권에 기재된 주택의 소유·사용·관리 중에 발생한 우연한 사고로 피보험자가 법률상 배상책임을 부담함으로써 입은 손해를 보상하거나, 일상생활 활동 중 사고로 인한 배상 책임 손해를 보상하는 보험이라고 정의돼 있죠. 줄임말로 보통 '일배책'이라고 부릅니다.

일반적으로 일배책 가입자임에도 보험에 따른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자비로 문제를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단독 상품이 아닌 손해보험사에서 판매하는 상해보험, 주택화재보험, 어린이보험 등에 특약 형태로 가입되는 상품이다보니 가입 존재 자체를 잊어버린다는 겁니다.

피보험자의 범위에 따라 가족 또는 자녀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 등으로 구분되기도 합니다. 말 그대로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피해를 보상해주기 때문에 보상 범위가 매우 넓은 편입니다. 길에서 실수로 타인의 손을 쳐 휴대폰이 떨어져 파손된 경우, 호텔 투숙 중 아이가 물건을 깨뜨린 경우, 반려견이 지나가던 행인을 다치게 한 경우, 우리 집의 하수도관 문제로 아래층까지 누수됐을 경우 모두 일배책으로 보상이 가능한 사례입니다.

그렇다면 앞서 본 이 씨처럼 개인의 부주의로 자동차를 훼손한 사고에 대해선 어떨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자동차 사고의 경우에도 일상생활 활동 중에 발생했다면 일배책에서 보상될 수 있는 사안입니다. 다만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있습니다. 일배책 약관에 따르면 항공기, 선박, 차량의 소유·사용·관리로 인한 배상책임을 부담함으로써 입은 손해는 보상하지 않는다는 규정이 있기 때문이죠. 따라서 이씨의 경우 전동 휠체어가 차량에 해당하는지 여부부터 우선 검토될 필요가 있습니다.

약관 규정에는 차량의 범위에 인력에 의한 것을 제외한다는 내용만 기재돼 있습니다. 그러나 도로교통법 시행령 제2조에 따르면 의료기기의 기준규격에 따른 수동휠체어, 전동휠체어, 의료용 스쿠터를 차량의 범위에서 제외하고 있습니다. 보행안전법 시행령 제2조에서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정하는 의료기기의 기준 규격에 맞는 휠체어를 보행자 범위에 포함하고 있고, 의료기기법 제3조 및 식품의약품안전처고시 '의료기기 품목 및 품목별 등급에 관한 규정'에서도 전동식 휠체어를 의료기기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휠체어 사용으로 인한 자동차 사고가 발생한 경우, 차량 수리비에 대해 일배책에서 보상받을 수 있습니다. 일배책의 자기부담금이 통상 20만원 선으로 설정돼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씨는 약 480만원의 부담을 해소할 수 있는 셈입니다. 다만 각종 법령에서 규정하듯 휠체어의 이용 목적이 의료기기로 제한돼있는 만큼, 비장애인이 단순 편의를 위해 이용하는 경우엔 휠체어로 인한 자동차 사고라도 보상이 이뤄지지 않습니다.

위 사례와 별개로 일배책에 따른 배상 책임 손해를 보상받기 위해서 우선돼야 할 원칙은 또 있습니다. 바로 고의성이 없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일배책의 경우 '우연하고 돌발성이 있는 사고'로 보상 범위를 제한하고 있습니다. 천재지변으로 발생한 사고도 보장 범위 밖입니다. 월 1000원 안팎의 보험료로 최대 1억원까지 보장돼 고객 만족도가 높은 특약이나, 실제 피해액만 보장하는 상품인 만큼 가입자가 실제 부담한 손해배상금보다 더 받을 수는 없습니다. 다만, 보험사 비례 보상 상품으로 한도가 5000만원인 상품 2개에 각각 가입했다면 피해액 1억원까지 보장받을 수 있습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전동 휠체어 작동으로 인한 사고에서는 피보험자의 고의성 여부와 의료기기로서의 사용 여부 등만 확인되면 바로 일배책에서 배상 책임 손해를 보상받을 수 있다"며 "일배책의 경우 업무 종사 중 입은 신체의 장해에 기인하는 배상책임 등 보험약관에서 보상 제외 손해라고 명시한 사항을 제외한 대부분의 사고 피해를 보상해주고 있다. 이를 잘 활용한다면 가입자 입장에서 큰 손해를 방지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위 내용은 특정 사례에 따른 것으로, 실제 민원에 대한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 여부와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