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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 2021년 공연계..뮤지컬 일등공신·K-클래식 약진

부동산 분양정석 2021. 12. 29. 10:18

팬데믹 2년차..공연장은 안전지대 '인식'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매출 400억원

스테디셀러·국내 초연 대형 뮤지컬 약진

세계 놀라게 한 K-클래식 주역들

팬데믹 2년차를 맞은 공연계는 여전히 예측 불가능한 상황의 연속이었다. 공연 취소와 연기를 반복하며 생긴 학습효과는 새로운 관람문화를 만들었고, 이로 인해 공연장은 안전하다는 인식이 생겼다. 덕분에 대형 뮤지컬은 선전했고, 클래식 연주자들은 약진했다. 사진은 뮤지컬 ‘하데스타운’ [에스앤코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팬데믹 시대의 공연계는 ‘불확실성의 연속’이었다. 무수히 많은 공연의 취소와 연기를 반복한 팬데믹 첫해의 처절한 학습 효과는 공연계에 새로운 생존 방식을 제시했다. 관객과 공연계는 함께 성장했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함성 대신 박수로 화답하는 공연문화가 정착했고, 덕분에 ‘공연장은 안전지대’라는 긍정적 인식도 생겨났다. 팬데믹은 해외 아티스트와 공연의 방한을 막았지만, 그 자리엔 국내 아티스트와 콘텐츠가 활약했다.

코로나19를 정면에서 맞닥뜨린 지난해와 비교하면 그나마 숨통이 트인 한 해였다.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운영하는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 1월 약 37억원까지 곤두박칠 친 공연계 매출은 2월 169억원, 3월 214억원, 4월 232억원으로 회복세로 전환됐다. 공연장 내 거리두기 방침이 ‘두 자리씩 띄어 앉기’에서 ‘동반자 간 한 칸 띄어 앉기’로 완화되며 객석은 최대 70%까지 채워졌다 10월 매출은 304억원으로 늘어난 계기였다. 11월부터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이 시작되고, 방역패스가 적용되자 공연계는 마침내 300억원을 돌파(11월 기준 344억원)했고, 12월엔 오미크론 타격을 입었음에도 400억원을 넘긴 477억원(12월 29일 기준)을 기록했다. 코로나19가 당도한 지난해 2월 이후 처음이다.

올 한 해 공연계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성과는 대형 뮤지컬의 약진과 국내 클래식 아티스트들의 선전이다.

공연계 매출의 70%를 떠받치는 뮤지컬 계는 전체 공연업계의 성과를 이끈 일등공신이다. 올해에도 뮤지컬은 전체 공연 매출액(약 3024억원)의 76% 이상인 약 2309억원을 차지했다. 뮤지컬 공연이 코로나19 시대의 ‘보복소비의 매개’이자 문화생활의 유일한 ‘해방구’로 자리하며 관객들을 끌어 모았다.

뮤지컬 ‘시카고’는 팬데믹 속 보복소비에 티켓 파워를 지닌 아이돌 출신 스타 티파니, 배우 최재림이 만들어낸 복화술 영상을 통한 '밈' 현상이 맞물리며 상반기 최고 히트작이 됐다. [신시컴퍼니 제공]

올 상반기 옥주현의 ‘위키드’를 시작으로 조승우의 ‘맨 오브 라만차’, ‘헤드윅’, 김준수의 ‘드라큘라’, ‘엑스칼리버’, 홍광호의 ‘지킬앤하이드’, 옥주현의 ‘레베카’ 등 스테디셀러가 극장가를 장악했다. 무엇보다 20여년 장수한 뮤지컬 ‘시카고’는 소녀시대 출신 티파니의 화력과 최재림의 ‘복화술 영상’에 힘입어 상반기를 강타한 최고의 히트작이 됐다. 브로드웨이 대형 신작들의 첫 해외 라이선스 공연지가 한국이었다는 것도 눈에 띄는 점이었다. 코로나19로 도전보다 안정을 택했던 공연계에 찾아온 세 편의 신작 ‘그레이트 코멧’, ‘비틀쥬스’, ‘하데스타운’은 한국 뮤지컬계의 진화와 가능성을 보여준 작품들이다.

바리톤 김기훈 [아트앤아티스트 제공]

국내 클래식계는 팬데믹으로 허약한 토대를 드러냈다. 해외 아티스트 의존도가 높았던 클래식계에 내한 공연이 사라지자, 클래식 기획사들은 속수무책으로 휘청했다. 올 상반기 명성 높은 해외 거장들과 오케스트라의 빈자리를 대체한 것은 국내의 실력파 아티스트들과 ‘팬텀싱어’ 출신의 성악가들이었다. 하반기에 접어든 지난 8월 내한 아티스트들의 자가격리 면제가 이뤄지자 거장들의 기습 내한이 이어졌다. 베토벤 스페셜리스트 루돌프 부흐빈더, 지휘자 리카르도 무티와 빈필하모닉오케스트라, 피아니스트 예프게니 키신 등이 클래식 애호가와 만났다. 하지만 오미크론 변이의 습격과 함께 연말 대형클래식 무대는 줄줄이 취소된 상황이다.

올해 클래식계에선 K-아티스트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체계적인 교육을 받으며 성장한 차세대 연주자들이 전 세계 음악계를 석권하며 놀라게 했다. 피아니스트 박재홍 김도현은 부소니 국제피아노 콩쿠르에서 1, 2위에 이름을 올렸고 첼리스트 한재민은 제오르제 에네스쿠 국제 콩쿠르에서 사상 최연소 1위, 피아니스트 김수연은 캐나다 몬트리올 국제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했다. 바리톤 김기훈은 세계적 권위의 성악 콩쿠르인 ‘BBC 카디프 싱어 오브 더 월드 2021’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하며 이름을 떨쳤다.

sh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