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풍류대장’ 우승팀인 ‘서도밴드’는 국악을 바탕으로 한 팝 밴드다. 이들은 “파도같은 음악을 하고 싶다, ‘조선팝의 창시자’로 기억되고 싶다”고 했다. [사진 JTBC]
“하고 싶은 음악을 계속 해왔는데, 시대 흐름이 맞다 보니 많이들 좋아해 주신 것 같아요.”
‘1대 풍류대장’ 서도밴드의 소감은 다소 덤덤했다. 서도밴드는 지난 21일 국악 크로스오버 경연 프로그램 JTBC ‘풍류대장’에서 최종 우승팀으로 뽑혔다. 지난 24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풍류대장’ 전국 투어 서울 공연에 앞서 연습실에서 만난 이들은 “매 무대마다 울컥하고 그때그때 감정이 터져서, 결과 발표 때는 오히려 당황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풍류대장 우승 이전에도 2019년 대한민국 대학국악제 대상, 2019년 KBS 국악신예대상 수상 등으로 국악계에서 주목받는 신예였고, 팬들이 붙인 ‘조선 팝의 창시자’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 보컬 서도는 “2라운드 ‘사랑가’ 방송이 나가고 난 뒤 11월 단독콘서트 티켓 오픈을 했는데 350석이 3분만에 매진돼서 깜짝 놀랐다”며 “그럴 줄 모르고 가족 표도 초대석으로 빼놓지 않아서, 취소표를 겨우 잡았다”며 체감 인기를 전했다.
서도밴드는 보컬 서도(서재현·25), 기타 연태희(26), 베이스 김태주(31), 드럼 이환(24), 건반 김성현(26), 퍼커션 박진병(25)이 모인 6인조다. 2018년 창작국악경연대회 ‘21세기 한국음악프로젝트’에 나가기 위해 처음 팀을 꾸렸고, 현재 멤버로는 2020년 초부터 활동했다. 서도는 “처음엔 전통음악보다 대중적인 팝을 더 많이 했고, 그래도 배경에 전통음악이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조선팝’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밴드의 중심인 보컬 서도는 다섯 살 때부터 중학생 때까지 판소리를 배우다, 대학은 실용음악으로 진학한 퓨전 음악인이다. ‘서도’는 성씨인 ‘서’에 세종대왕의 본명인 ‘이도’를 합쳐 만든 이름이다. 국악 민요 중 한 장르인 ‘서도민요(평안도·황해도 지역의 민요)’와는 전혀 관련이 없고, 가족 중에 서도민요나 국악을 전공한 사람도 없다고 했다. 그는 “우연히 판소리 학원을 가게 돼 놀면서 배웠는데, 칭찬받는 신동은 아니었다”며 “첫 무대는 여섯살 때 학원 정기연주회에서 가야금 병창을 부른 무대였는데,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부른 뒤 뿌듯했던 감정이 아직 기억난다”고 말했다.
내로라하는 국악 장인들도 참가했던 ‘풍류대장’에 도전하기 전 고민이 많았다고 했다. 서도는 “다른 팀에 비해 전통적인 요소가 적고 팝적인 요소가 너무 많아서, 사실 참가 전에 부담감이 너무 컸다”며 “그렇지만 우리 음악인 ‘조선팝’은 결국 대중적 음악을 위한 장르이고, 이걸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 자작곡으로 첫 경연에 참가했다”고 했다.
‘풍류대장’ 1라운드의 ‘뱃노래’와 2라운드 ‘사랑가’ 모두 구전 민요를 바탕으로 한 자작곡이고, 최종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결선곡 ‘바다’도 자작곡이다. 마지막 ‘바다’는 심사위원 박칼린이 “지구를 구했다”며 극찬했고, 심사위원 8명 중 3명이 100점, 4명이 99점, 1명이 98점을 매겨 총 794점을 받으며 심사위원 점수 1위에 올랐다. 서도밴드의 음악은 서도의 판소리 보컬에 다른 멤버들이 합창으로 힘을 싣는 구성이 많아, 유튜브 등에는 ‘떼창’의 느낌이 영국 밴드 콜드플레이와 비슷하다며 ‘한국의 콜드플레이’라는 댓글도 많다.
전통의상의 느낌을 담은 트렌디한 ‘조선팝’ 의상 디자인도 서도가 대부분 구상한다. 서도는 “패션을 좋아해서 직접 의상 아이디어를 내고 제작을 의뢰했다”며 “귀걸이와 얼굴 가리개, 검은 눈물 화장 등으로 망자의 이미지를 구현한 ‘매일매일 기다려’는 이환(드럼)이 ‘수의 같은 거 입으면 어떠냐’고 아이디어를 내서 ‘씻김굿’ 느낌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국악밴드’를 하고 있지만, 팝, 아이돌, 소울, 하우스 등 6명 모두 음악 취향이 다르다. 그만큼 음악적으로 원하는 방향도 다 달라, 평소 곡을 만들 때나 ‘풍류대장’ 경연곡을 준비할 때도 “각자 원하는 걸 주장하고 싸워서 쟁취하는” 식으로 준비했다. 서도는 “음악적인 걸로 엄청 많이 싸운다”며 “‘풍류대장’ 매 경연마다 새 미션곡을 준비하며 한 달에 2~3일 빼고 매일 만나 7시간씩 연습했다. 서로 음악적·인간적으로 이해를 더 많이 할 수 있는 과정이었다”고 했다.
박칼린 심사위원이 “약간 두렵지 않아요? 기대한 만큼 잘해야 하는데 혹시나 못할까봐”라고 말했던 것처럼, 이들에게도 부담은 있다. 그렇지만 “호불호가 갈리더라도, 새로운 시도나 도전을 계속하는 사람들로 기억에 남았으면 좋겠다”(김성현), “나중에 K-컬쳐와 모든 국악 베이스의 음악이 세계화됐을 때, 돌아보니 ‘서도밴드가 조선팝의 창시자였다’는 말을 듣고 싶다”(김태주) 등 기대감이 더 크다.
서도는 “파도같은 밴드가 되고 싶다”며 ‘풍류대장’ 마지막 경연곡 ‘바다’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겼다. “‘파도는 왜 부서질 걸 알면서 달려올까’란 ‘바다’의 노랫말처럼, 나만 사랑하는 곡이었던 우리 음악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해달라고 내밀고 반응을 받으며 요동치고 싶다”는 것이다. 또 “활동 시작부터 해외 시장도 염두에 두고 있었다”며 “다양한 채널로 해외 활동도 시도해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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