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후궁은 이름조차 제대로 남기지 못하는 그림자들이다. 자신이 낳은 아이가 왕이 되어도 그녀를 ‘왕의 어머니다!’라고 복권해 주는 것만 해도 하세월이 걸렸다. 칠궁을 걸으며 마음이 심란해진 것은 꼭 떠나는 가을 때문만은 아니었다. 정문에서 본 재실과 가을이 깊어진 북악산 모습 ▶궁궐이 아니라 사당이다 칠궁은 일곱 채의 집이라는 뜻이다. 조금 더 자세히는 귀신이 사는 일곱 채의 집으로 해석할 수 있다. 궁궐의 궁 자는 집 궁(宮) 자이지만, 그 뜻 가운데에는 귀신이 사는 집이라는 의미도 포함된다. 칠궁은 청와대 안에 위치한 조선의 유물이다. 칠궁은 오래 전부터 가 보고 싶었던 곳이다. 청와대 분수대 교차로에서 부암동으로 오르다 보면 오른쪽 담장 안으로 단정한 기와 지붕들이 나란히 앉아 있는 모습이 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