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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 거닐던 경복궁 향원정, 전쟁파괴 취향교 3년만에 복원

부동산 분양정석 2021. 11. 6. 10:52

경복궁 향원정과 취향교 3년간 복원

향원정 기울어지는 원인 찾아내

정자 데우던 구들, 취향교 원위치 복원

보물로 지정돼 있는 경복궁 향원정이 3년간의 복원을 거쳐 본래 모습을 되찾았다. /사진제공=문화재청

[서울경제]

향원정은 경복궁 북쪽 후원의 연못 향원지 내 섬 위에 지어진 육각형의 정자다. 북속 때 학자 주돈이(1017~1073)가 지은 ‘애련설(愛蓮說)’에서 ‘향기가 멀리간다’는 뜻의 ‘향원(香遠)’이라는 이름을 따 왔다. 정확한 건립시기는 알 수 없으나 1887년(고종 24년)의 ‘승정원일기’에 ‘향원정’이라는 명칭이 처음 등장해 그 이전에 건립된 것으로 추정돼 왔다. 고종이 아버지 흥선대원군의 간섭에서 벗어나 친정체제를 구축하면서 정치적 자립을 강조해 건청궁을 지었는데 당시 함께 건립한 것으로 알려져 왔다. 하지만 한국전쟁 때 향원정 섬으로 향하는 다리 취향교가 파괴됐다.

왕과 왕비의 휴식처였던 경복궁 향원지의 향원정, 향원정으로 향하는 취향교가 3년간의 복원 공사 끝에 제모습을 되찾아 5일 공개됐다.

3년간의 복원을 거쳐 모습을 드러낸 경복궁 향원정. /사진제공=문화재청

취향교는 건청궁에서 향원정으로 건너갈 수 있도록 향원정 북쪽에 세워진 다리였으나, 한국전쟁 때 부서졌다. 본래의 취향교는 조선시대 정원 내 연못에 나무다리는 가장 긴 길이 32m,폭 165cm의 다리였다. 이후 1953년에 관람 편의를 위해 세워졌지만 향원정 북쪽의 본래 위치가 아닌 남쪽에 들어섰던 것이 68년만에 제자리를 찾아 복원됐다. 이전에는 석교 교각에 목재 난간을 갖춘 평교형태였던 것을 이번에 아치형 목교로 제 모습을 찾았다.

정육각형 평면의 2층 건물인 향원정은 오랜 시간에 걸쳐 낡고 기울어지면서 지난 2012년 정밀실측조사를 시작으로 주기적으로 안전진단을 받다가 2018년 11월부터 보수공사에 들어갔다.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 관계자는 “이번 복원공사에서 실시한 목재 연륜연대조사를 통해 1881년과 1884년 두 차례에 걸쳐 벌채된 목재가 사용된 것이 확인돼 그간 대략 1887년 이전일 것으로 짐작하던 향원정 건립 시기를 1885년으로 추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번 복원작업을 통해 그동안 베일에 싸여있던 향원정 구들의 구체적인 형태와 연도(煙道·연기가 나가는 통로)의 위치 등도 확인할 수 있었다. 향원정 내부 바닥은 도넛 형태의 온돌이 설치돼 바닥을 따뜻하게 했는데, 현재 남아있는 유구를 그대로 활용해 굴뚝도 복원했다.

향원정의 6개 기둥 중 동남방향 주춧돌(楚石)을 조사한 결과 초석을 받치는 초반석의 균열로 초석이 가라앉는다는 것을 확인해 건물 기울어짐의 근본원인을 찾아냈다. 복원과정에서 전통방식의 말뚝기초 시공을 통해 지반을 보강했고, 향원지 영역의 옛 사진을 분석해 훼손된 절병통, 창호, 능화지, 외부 난간대 등을 복원했다. 과학적 실험을 통해 향원정의 원형 단청도 확인했다.

한국전쟁 때 파괴됐다 이번에 본래 위치에 제 모습을 되찾은 경복궁 향원정의 취향교. /사진제공=문화재청

정성조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장은 “취향교 복원과 향원정 보수는 현재 추진되고 있는 경복궁 2차 복원정비사업과 함께 경복궁의 문화재적 가치와 역사성을 재조명하는 계기가 될 것이며 가까운 시일 내 국민에게 복원된 향원정 내부와 취향교를 공개할 계획”이라며 “일제강점기에 훼손된 법궁(法宮) 경복궁의 원래 모습을 되찾아 민족문화유산의 품격과 국민의 자긍심을 고취하고 경복궁이 명실상부한 우리나라 대표 궁궐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상인 미술전문기자 ccs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