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경 '맛 이야기'] 비가 내리더니 부쩍 추워졌다. 한 해의 끝을 향해 계절과 내가 함께 달려가고 있음을 싸늘한 바람이 일깨워준다. 며칠 전 서늘한 인쇄소 창고에서 친구들과 손발을 맞춰 단순 작업을 했다. 아침에 시작한 일이 밤이 깊어서야 마무리돼 백반집에서 간단히 요기를 하고 아쉽게 헤어졌다. 마음 같아서는 고생한 친구들과 경기 파주에 있는 유명한 어죽집으로 달려가 뜨끈한 국물에 노동주를 벌컥벌컥 들이켜고 싶었다. 친구들과 어울려 실없이 웃고 떠들며 시간을 보낸 게 언제인지 생각도 안 난다. 해넘이를 핑계 삼아, '위드 코로나'를 핑계 삼아 그리운 얼굴들 한 번 모아보고 싶다. 보글보글 익어가는 음식을 앞에 두고, 하얗게 김이 낀 낭만적인 창문 옆에 두고 두런두런 이야기꽃을 피워보고 싶다. 시원 칼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