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채근 단국대 교수가 우리 고전에 기록된 서사를 현대 감성으로 각색한 짧은 이야기를 연재한다. 역사와 소설, 과거와 현대가 어우러져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할 것이다. 자신의 존재가 남들과 달리 몹시 희미하다는 사실을 처음 깨달은 어린 하윤근은 놀랍다기보다 그저 신기할 따름이었다. 개경 남문 밖에서 대대로 양봉업에 종사하던 집안 막내로 태어난 그는 동무들과 어울려 성안 골목길을 무대로 술래잡기를 하곤 했다. 그 일이 벌어진 건 저물녘이었다. 성문이 닫히기 전 벌인 마지막 놀이의 술래였던 그는 붙잡힌 동무가 짓는 이상한 표정을 보고 물었다. "왜 이상하게 보니? 잡힌 게 분해서 그러니?" 동무는 말없이 윤근의 아랫도리를 가리켰다. 자기 다리 쪽을 내려다본 윤근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바지 밖으로 드러난 다리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