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21.08.28 07:00
생활형숙박시설(레지던스)이 건축 목적과 달리 주거용으로 사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여당이 아예 분양 자체를 막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분양이 불가능해지면 일반 콘도나 숙박시설처럼 회원권 형태로만 시설을 이용할 수 있어 대안주거로 부상했던 레지던스의 장점이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28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0인은 생활숙박시설을 분양대상 건축물에서 아예 제외하는 내용을 담은 ‘건축물의 분양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재 국토교통위원회 계류 중이며, 통과 시 법안 공포 후 6개월 이후에 바로 적용된다.
자이S&D가 강원 속초시 중앙동에 분양한 생활형숙박시설 ‘속초자이엘라' 투시도.
김남국 의원실 관계자는 “콘도처럼 회원권을 구입하는 방식으로 레지던스가 거래되도록 하겠다는 취지”라면서 “레지던스가 주거용으로 전용되면서 투기세력이 많이 들어오고, 주변 집값을 올리는 등 부작용이 커 숙박용으로만 사용될 수 있도록 이 같은 법안을 발의했다”고 설명했다.
레지던스는 단기임대와 취사 등이 가능한 상품이다. 호텔과 오피스텔의 중간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주택에 가해지는 규제를 벗어날 수 있는 것이 장점이지만, 주거용으로 사용하는 것은 불법이다. 그런데도 오피스텔과 거의 유사한 구조로 지어지는 만큼 일부 분양사에서는 ‘주거 가능’이라는 문구를 넣어 홍보하는 등 문제가 계속됐다.
정부는 이 같은 부작용을 막기 위해 레지던스에 대한 규제를 강화했다. 올해 4월에는 주거용으로 사용하는 것이 금지됐고, 이를 무시하고 레지던스를 주거용으로 사용할 경우 매년 시세의 10%를 이행강제금으로 내도록 했다. 다만 법이 시행되기 이전에 분양된 레지던스에 대해서는 2년간 이행강제금을 면제하는 대신 주거용 오피스텔로 용도전환할 수 있도록 해 건축물의 목적대로 사용하도록 유도했다.
그런데도 레지던스로 쏠리는 수요는 꾸준히 늘었다. 규제를 강화하더라도 2년간 벌금이 유예되는 만큼 레지던스를 틈새시장으로 여기고 투자하는 사례가 여전한 것이다. 실제로 지난 4~6일 진행된 충북 청주시 흥덕구에 들어설 생활형 숙박시설인 ‘힐스테이트 청주 센트럴’ 청약 경쟁률은 862대 1로 집계됐다. 올해 3월 롯데건설이 부산시 동구에 분양한 ‘롯데캐슬 드메르’는 1221가구 모집에 43만여건의 청약이 접수돼 평균 35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에 여당을 중심으로 레지던스를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 최근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 5월 본인의 페이스북에 “생활숙박시설은 주택이 아니어서 분양가상한제, 대출, 전매제한이 적용되지 않는다”면서 레지던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지사의 지적에 김남국 의원이 발의한 이번 개정안도 이 지사의 지적에서 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안 통과로 분양이 금지될 경우 레지던스는 콘도미니엄처럼 회원권 형식으로 거래되거나 건물을 통매각하는 방식으로만 거래될 수 있다. 부산 해운대구에서 레지던스를 전문적으로 거래하는 한 공인중개업 관계자는 “회원권 혹은 통매각 형식으로 거래하게 되면 주택으로서의 장점이 사라지게 된다”면서 “레지던스의 투자가치가 확 떨어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새롭게 레지던스에 투자하려는 사람들은 이 소식에 크게 반발하는 상황이다. 해당 안건이 게시된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는 개정안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의견이 90개 넘게 달렸다. 한 글쓴이는 “부족한 주거시설에 대한 대안으로서 생활형숙박시설 수요가 는 것”이라면서 “주택의 공급량이 충분하다면 원래 취지대로 사용될 텐데 이를 규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언급했다.
이 법까지 통과되면 이미 분양이 완료된 레지던스의 경우 수요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부산 지역의 또 다른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이미 분양된 것은 가격이 너무 올랐는데도 아예 매도 물건 자체가 없다”면서 “이번 규제가 추가되면 기존 레지던스에는 더욱 호재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전문가들은 레지던스가 본래 의도와는 맞지 않게 주거용으로 사용되는 사례가 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규제 일변도의 정책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주택 구입에 대한 규제가 많다 보니 어찌보면 대안으로서 주목받은 것이 레지던스”라면서 “차라리 나라나 공공기관에서 매입해 주거 기능을 유지하도록 하는 것도 방법인데, 규제만 늘린다면 시장에서 환영받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은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레지던스의 본래 용도는 숙박시설이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등으로 관광산업이 큰 타격을 입었으니 운영사 입장에서는 이런 용도로라도 사용하게 됐을 것”이라면서 “코로나 상황이 개선되고 외국인도 많아지면 다시 원래의 용도대로 돌아갈 텐데 이를 고려하지 않고 더 강한 규제를 도입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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