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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료 없어도 그만" 현금 부자들 상가건물 '줍줍' 경매 나섰다

부동산 분양정석 2021. 9. 4. 14:53

상가 낙찰가율 124% 최고

코로나로 자영업자 힘들어져

상가 공실률 꾸준히 높아지자

주인들 값싼 매물 경매에 내놔

저금리에 실탄 충분한 투자자

경기회복 기대감에 적극 나서

매일경제 | 손동우 | 입력2021.09.03 17:24 | 수정2021.09.03 19:06

상가 공실률이 떨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지난달 상가 경매 평균 낙찰가율이 120%를 넘어서며 역대 최고치로 집계됐다. 사진은 서울 명동 거리에 빈 상가 건물. [매경DB]

지난달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에서 상가 한 건이 경매에 나와 5259만원에 낙찰됐다. 감정가가 3200만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경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이 163%까지 올라간 셈이다.

경매시장에서 상가 낙찰가율이 뛰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서울 곳곳에 빈 상가가 늘면서 경매에 나온 주요 입지 상가를 시세보다 낮게 사려는 수요가 몰린 결과로 보인다.

올 8월 상가(점포·주상복합상가·근린상가) 경매 낙찰가율은 124.6%를 기록했다. 2001년 통계 집계 이후 최대치다. 상가와 주거용 오피스텔, 병원 등 업무상업시설로 영역을 확대해봐도 지난달 경매 낙찰가율은 120.7%까지 뛰며 전월(85.8%) 대비 34.9%포인트 상승했다.

유동성이 늘어나고 아파트에 집중된 정부 규제 탓에 지난해까지만 해도 상가는 인기가 많았다. 지난해 1월(109.3%) 기록은 당시로선 역대 최고치였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급속도로 퍼지면서 자영업을 중심으로 한 상가는 큰 타격을 입었다. 80%대로 주저앉은 경매 낙찰가율은 올 2월 72.7%까지 급격히 떨어져, 불황의 직격탄을 맞은 곳이 상가라는 얘기가 많았다.

그런데 최근 분위기가 한 차례 또 다르게 바뀌는 모습이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임차인들이 임대료를 내기 더 힘들어지자 임대인들에게까지 영향이 미쳐 상가 매물이 대거 경매시장에 풀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난달 급격하게 높아진 경매 낙찰가율은 값싼 매물들이 시장을 자극하자 이 매물들을 싸게 잡으려는 수요들이 몰린 경쟁의 결과라는 분석이 많다. 실제로 서울시 우리마을가게 상권 분석 서비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서울 상가 점포 수는 14만3732개로 전년 동기 대비 3880개(2.6%)나 줄어들었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자영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이는 상가 주인에게도 큰 위협이 된다"며 "최근 주요 상권에 있는 상가 매물이 저렴하게 경매로 나오는 경우가 늘었다는 소문이 많다"고 밝혔다.

지난해 이후 급격하게 풀린 유동성 탓에 토지나 건물 가격이 계속 오르면서 투자수익률이 높아진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 2분기 서울 중·대형 상가 투자수익률은 2.03%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4분기(2.19%)와 거의 비슷한 수준까지 올라왔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상가 임대수익은 코로나19 사태 이후로 약세지만 가격은 전반적으로 강세를 띠고 있었다"며 "올해 말이면 경기가 회복된다는 기대감까지 작용하면서 투자자들이 상가 경매시장으로 들어오는 듯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출을 무리하게 활용한 상가 경매투자는 아직 조심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코로나19가 언제쯤 완전히 끝나 자영업 시장이 회복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부동산원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이전까지 7%대였던 서울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9.5%까지 올라왔다.

[손동우 부동산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