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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억 광교아파트 '중도금대출 불가'.."이젠 현금 없으면 청약도 못하나"

부동산 분양정석 2021. 9. 4. 10:37

머니투데이 | 권화순 기자, 방윤영 기자 | 입력2021.09.03 14:43

시중은행의 대출 중단 사태의 여파가 아파트 분양시장까지 강타했다. 경기도 광교의 마지막 '로또'라고 불리는 '힐스테이트광교중앙역퍼스트' 시행사가 분양가격 9억원 미만 물량에 대해 중도금대출 없이 모두 현금으로 자납하기로 확정했다.

광교 핵심 입지에 인기 많은 단지라서 시행사의 대출 알선 없이도 '완판'될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만 중도금 대출을 아예 막은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관리에 따라 이미 대출한도가 꽉 찬 은행들이 실수요 대출인 중도금 대출 영업에 소극적인 것이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분양가 9억 미만인데 중도금대출이 안된다니?...시행자 배짱인가, 은행 대출관리인가

3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광교택지개발지구 C6블록에 들어서는 '힐스테이트광교중앙역 퍼스트'의 시행사 무공화신탁은 지난 2일 입주자모집 공고를 하면서 211가구 분양물량 전체에 대해 중도금 대출 '불가' 방침을 안내했다.

광교 마지막 '로또'라고 불릴 정도로 높은 관심을 받고 있는 이 아파트는 오는 13일 특별공급을 시작으로 14일에는 1순위 청약을 받을 예정이다. 총 211가구 중 104가구는 전용 84㎡로 분양가격이 9억8540만원로 책정돼 중도금 대출이 안 나온다. 하지만 나머지 60㎡(55가구), 69㎡(52가구)는 분양가격이 7억1180만원~8억2380만원으로 분양가격 9억원 미만이라서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물량이었다.

시행사와 시공사는 분양가격 9억원을 넘지 않으면 보통 주변 은행 지점과 중도금대출 협약을 맺고 집단대출을 해준다. 시행사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 집단대출에 대한 보증 승인 심사를 신청해 9억원 미만 중도금 대출에 대한 보증을 받는다. HUG 보증 승인이 나면 분양 당첨자는 은행 창구에서 개별적으로 대출 약정을 맺어 중도금 대출을 받는 수순이다.

그런데 시행사 측은 "중도금대출 알선은 사업주체와 시공사의 의무사항이 아니다"며 "중도금 60% 납부는 분양대금 납부조건에 따라 중도금을 수분양자 자력으로 납부해야 한다"고 안내한 것. 분양가격 9억원 미만이면 당연히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던 무주택 청약 희망자들은 청약 신청 열흘을 앞두고 '날벼락'을 맞은 셈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청약 당첨이 됐더라도 소유권 이전 등기가 되지 않은 시점에는 다른 주택대출인 주택담보대출도 받을 수 없다"며 "중도금 대출은 집단대출이라서 개별적으로 신청한다고 받을 수 있는 대출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 아파트 청약을 하려는 사람은 계약금과 중도금 대출 정도는 현금으로 낼 여력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건설업계에서는 분양가격 9억원 미만에 중도금대출을 안 해주는 경우는 전례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강남 등 아주 특이한 지역을 제외하고는 최근 몇 년사이에 처음 보는 사례"라며 "시행사 규모가 작은 곳이라면 1금융권이 안되면 신협이나 새마을 금고 등 2금융권에라도 중도금 대출을 받도록 하는 것이 상식"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시행사 측은 "분양가 9억원이 넘는 가구가 104가구 정도고 이 이하가 약 107가구인데 (분양)규모가 작아서 사업주체가 중도금 대출을 안 해주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단지의 분양가격이 주변 시세 대비 많이 낮게 책정돼 중도금 대출을 끼지 않더라고 현금보유자들 중심으로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시행사나 건설사 입장에선 '미분양' 우려가 거의 없다보니 '배짱' 분양을 한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광교신도시 아파트 단지모습. /사진=송학주

현금없는 무주택자, 분양가 9억 이하 아파트도 청약 못하나....은행, 중도금대출 중단 확산 여부 주목

청약시장에서 수백대 일 경쟁률이 어제오늘일이 아니었던 만큼 '배짱' 분양은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다. 이 보다는 최근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총량관리에 들어가면서 은행들이 대출 영업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은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한 은행권 관계자는 "시행사측이 중도금 대출이 크게 아쉽지 않은 상황이기도 하지만 은행들 역시 마음 놓고 대출 영업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서 집단대출에 적극 나서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분양가격 9억원 미만 물량 107가구에 대해 중도금 대출을 해 주고 나중에 잔금대출을 하면서 기존 중도금대출을 주택담보대출로 전환하면 은행들은 500억원 전후의 대출 실적을 쌓게 된다. 광교 같은 핵심 입지의 경우 부실우려도 전혀 없어 은행으로선 '땅 짚고 헤엄치는' 대출 영업을 할 수 있는 기회였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은행 본사 전체의 대출한도는 안 찼더라도 광교에 있는 각 지점별로는 대출 한도관리를 해야 하는 상황일 수 있다"며 "대출규제 영향으로 중도금 대출이 막힌 것 같다"고 추정했다. 이 아파트 인근에는 총 4곳의 금융회사 영업점이 있다.

금융당국은 올해 은행별 가계대출 증가액을 전년 대비 6% 이상 못 늘리도록 대출 총량규제를 하고 있다. 우리은행이나 농협은행 등 일부 은행은 대출 한도가 꽉차 잠정적으로 일부 부동산 관련 대출을 중단했다. 상반기 가계대출을 많이 늘린 다른 은행도 대출한도에 여유가 없다보니 신용대출이나 전세대출 등 일부 대출을 보수적으로 취급하거나 대출금리를 올리는 상황이다.

중도금 대출은 대표적인 무주택 실수요자 대출로 알려졌지만 가계대출 규제가 강화되면 중도금대출도 막히는 사례가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신용대출 위주로 관리를 강화하고 있는 만큼 중도금대출이 막히는 것은 일부 사례로 보여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