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송이 기자
입력 2021.09.10 11:00
정부가 도심 내 주택 공급 확대 차원에서 도시형 생활주택이나 주거용 오피스텔에 대한 규제 완화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일각에서는 비(非)아파트에 대한 규제 완화가 주거 환경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수요자들은 거주 환경이 좋은 아파트를 선호하는데 이보다 주거품질이 떨어지는 비아파트만 공급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이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대한주택건설협회에서 열린 제2차 주택공급기관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은 9일 주택공급기관 간담회에서 “도시형생활주택, 주거용 오피스텔 등과 관련한 입지, 건축 규제 완화는 전향적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도시형생활주택, 주거용 오피스텔 등에 대한 규제 완화에 나설 뜻을 분명히 한 셈이다.
문제는 정부가 규제 완화 의사를 보인 도시형 생활주택과 주거용 오피스텔에 대한 규제가 이미 아파트에 비해 느슨하다는 점이다. 지난 2009년 정부는 전·월세 시장 안정과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도시형생활주택에 대한 건축 기준을 대폭 완화하고 공급절차를 간소화했다. 도시형 생활주택 건축물의 용도는 공동주택에 해당하지만, 주택법에서 규정한 감리대상에서 제외된다.
도시형 생활주택의 가장 큰 단점으로 꼽히는 건 주차 문제다. 원룸형 도시형생활주택의 주차장 기준은 가구당 0.6대이며, 가구당 전용 면적이 30㎡ 이하면 0.5대다. 이마저도 도시형 생활주택 도입 당시 주거전용면적 합계기준 60㎡당 1대에서 강화된 것이다.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자체적으로 주차장 기준을 강화하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아파트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일조권·조망권 침해도 문제다. 아파트 등 일반 공동주택은 인접대지 경계로부터 건축물 높이의 0.5배 이상 띄워 건물을 짓지만, 도시형생활주택은 0.25배만 띄우면 된다. 건물간 거리가 가까워 화재가 발생하면 불이 쉽게 옮겨 붙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아파트와 달리 부대시설 및 복리시설, 외부소음과 배치, 조경 등의 건설기준의 적용도 받지 않는다.
서울 강남구 강남역 일대 오피스텔 /최온정 기자
부동산 전문가들은 무분별한 비(非)아파트 규제 완화는 주거환경 악화로 이어진다고 비판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도시형 생활주택은 애초부터 주차장 요건 등 규제가 완화된 것이라 주거지역에서 공급이 늘어나면 새 건물이 늘어난다는 것 외에 장점이 없다”면서 “지금도 많은 도시형 생활주택에서 주차난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주택 공급을 늘리는 건 좋은 측면”이라면서도 “도시형 생활주택이나 주거형 오피스텔은 낮은 전용 면적이나 부대시설면에서 아파트에 비해 주거 환경이 나쁠 수밖에 없다. 아무리 진화한다고 해도 일반 공동주택을 따라가기 어렵다”고 했다.
민간 정비사업을 외면하는 부분에 대한 비판도 있다. 재건축·재개발을 둘러싼 무리한 규제책을 해제해주면 양질의 주택을 대거 공급할 수 있는데 쉬운 해결책을 두고 길을 돌아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같은 소형 평수라도 아파트와 도시형생활주택·오피스텔의 질은 다르다”면서 “공급 부족을 해결하려면 재건축·재개발 등 민간 정비사업 규제를 풀어줘야 하는데, 왜 다른 방법을 생각해내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했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도 “도시형 생활주택이나 주거형 오피스텔은 속도감 있게 공급하는 게 가능하지만, 그만큼 질적인 부분에서 떨어진다”면서 “이명박 정부 때도 단기간에 공급을 늘렸지만, 시장의 외면을 받은 적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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