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 안장원 | 입력2021.09.27 05:00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개발사업 현장. 뉴스1
[안장원의 부동산노트] 대장동 개발사업 '황금알'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을 둘러싼 의혹의 후폭풍이 개발이익 환수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화천대유 등 민간사업자의 ‘부당 이득’에 대한 소송이 제기됐고, 여당 대선 주자들이 환수 강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성남시민 9명은 "25억원을 투자한 성남도시개발공사가 3년간 배당금 1830억원을 받았지만, 3억5000만원을 투자한 화천대유와 SK증권은 4040억원을 배당받았다"며 대장동 개발 시행사인 '성남의뜰'을 상대로 한 배당결의 무효확인 청구 소송을 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는 “공공이 소유한 토지를 활용해 민간업체가 이처럼 막대한 부동산 이익을 챙겼다는 것은 정의롭지 않다"며 "민간 토지개발은 법과 제도의 테두리 안에서 민간이 자유롭게 개발하되 개발이익의 최대 50%를 환수하겠다"고 말했다.
같은 당 대선 주자로 대장동 개발사업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더 나아가 “국가가 토지 불로소득을 완전히 환수해 국민에게 되돌려주는 제도를 시행하겠다"고 했다. 야당 대선 주자들에선 아직 개발이익 환수 얘기가 나오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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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비 1조5000억, 개발이익 1조
대장동 개발사업은 역대 보기 드문 '황금알'을 낳았다. 대장동 개발사업에 들어간 비용(사업비)이 1조5000억원이다. 이 돈을 들여 공공(성남도시개발공사)과 민간사업자가 나눠 가진 개발이익이 1조원에 가깝다.
이재명 지사 측은 성남시가 한 푼 투자하지 않고 전체 개발이익 9570억원의 절반이 넘는 5000여억원 상당을 환수했다고 한다. 배당금 1822억원과 제1공단 공원조성 2761억원, 대장동 북측 터널 공사 920억원 등이다. 이 지사가 “50%에서 70%에 가까운 개발이익을 환수했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이 지사 셈법으로 58%(5530억/9570억)다.
자료: 업계 종합
자본금 25억원을 출자했지만 청산 때 돌려받기 때문에 실제로 들어간 돈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배당금을 제외한 금액을 개발이익 환수로 봐야 하는지는 논란이다.
보유 지분(501%+1주)보다 많이 환수했다고 보더라도 민간사업자 개발이익 환수 비율은 낮은 셈이다. 지분 대비 민간사업자 몫(4785억)에서 환수한 금액이 745억원으로 민간사업자 이익의 16%다.
민간사업자가 가져간 개발이익이 4040억원(배당금)이다. 금융기관 프로젝트파이낸싱(7000억원) 성사까지 투입했다는 자금 350억원을 기준으로 보면 10배가 넘는 수익을 올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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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사업자 이익, 당초 예상의 2배 넘어
4040억원은 당초 예상의 2배가 넘게 급증한 액수다. 땅값과 집값이 뛰며 토지 매각 수입과 자체 분양수입이 늘어 전체 개발이익이 급증해서다.
토지 매각 수입은 보상·수용을 통해 조성한 땅을 주택용지(아파트용지 등)와 상업용지 등으로 되판 차익이다. 보상 시점이 2015년이고 매각 시점이 2017년 이후다. 매각은 시세와 큰 차이 없는 감정평가금액을 기준으로 한 추첨(전용 85㎡ 이하 용지)이나 경쟁입찰(전용 85㎡ 초과 용지, 상업용지) 방식이었다. 도시개발법은 경쟁입찰을 통해 택지를 매각하되 국민주택 규모인 전용 85㎡ 이하 용지는 감정평가금액으로 팔 수 있게 했다.
현 정부 들어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오른 데다 개발 바람을 타고 대장동 땅값이 급등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016~2018년 3년간 대장동 땅값 상승률이 16.6%로 수도권 평균(12%)의 1.4배 수준이었다. 대장동 땅값 상승 진원지였던 대장지구는 훨씬 더 올랐다.
대장동 땅값은 개발이 본궤도에 오르기 전에는 거의 오르지 않았다. 2015년만 해도 수도권 땅값이 2.2% 오르는 동안 대장동은 10분의 1도 되지 않는 0.2%의 상승률이었다.
자료: 한국부동산원
민간사업자 측에 따르면 2015년 예상한 토지 매각 가격이 3.3㎡당 1400만원대였는데 실제 매각 가격이 1600만원 정도였다.
민간사업자는 13개 필지 중 5곳에서 아파트와 연립주택을 자체 분양해 수입을 더 올렸다. 분양은 땅값과 건축비에서 이중으로 이익이 나온다.
확정 수익을 보장받기 위한 성남도시개발공사의 이익 배분 설계가 오히려 민간사업자의 이익을 더 키웠다. 공사는 개발이익에서 제1공단 공원조성 비용(2761억원)과 2개 필지의 임대주택 용지 땅값에 해당하는 배당금 1822억을 우선적으로 확보하고 나머지를 민간사업자가 나누도록 했다. 개발이익이 4600억원을 넘지 못하면 민간사업자 이익은 없는 셈이었다.
당초 예상보다 개발이익이 많이 나오자 추가로 북측 터널 공사(920억원) 등을 요구했던 것이다.
그런데도 개발이익이 워낙 많다보니 민간사업자 몫이 눈덩이처럼 불었다. 이 지사 측과 민간사업자 측 등의 설명을 보면 2015년 민간사업자가 기대한 이익이 1800억원이었는데 이 금액의 2배가 넘었다.
민간사업자가 개발이익을 많이 가져갈 수 있게 한 이익 배분 설계가 의혹과 논란의 중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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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정부, 문턱 낮추고 당근 키워
대장동 황금알은 공공이 독점하던 택지개발을 민간에 개방한 규제 완화 때문에 가능했다. 2007년 노무현 정부는 “민간 도시개발사업의 활성화와 토지의 원활한 공급을 유도하기 위해”(법 개정 이유) 수용 요건을 완화했다. 3분의 2이던 주민 동의 요건을 2분의 1로 낮췄고, 공공이 50% 넘게 출자한 경우엔 주민 동의 없이 수용할 수 있게 했다. 성남도시개발공사가 50%에 한 주를 보태 출자한 이유다.
수용은 다른 방식보다 땅값(개발이익을 배제한 감정평가금액)을 낮출 수 있고 사업 속도가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2018년 12월 택지로 조성돼 아파트 착공을 앞둔 대장동. 중앙포토
2011년 이명박 정부는 도시 전체의 균형적인 발전을 유도하기 위한 목적으로 도시개발사업에 서로 떨어진 둘 이상의 지역을 하나로 묶어 개발하는 결합개발을 도입했다. 대장동 개발사업이 결합개발 1호였다.
같은 해 정부는 민간 참여를 늘리기 위해 공공과 공동으로 시행하는 민간사업자에 주택건설용지를 우선 공급할 수 있게 하면서 대장동 민간사업자가 5개 필지에서 주택을 짓고 직접 분양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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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지식정보타운 등 민간 이윤율 6% 제한
현행 제도를 활용해 민간사업자가 가져가는 이익을 줄일 수 있다. 도시개발법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택지개발법에는 민간사업자 이윤을 6% 이하로 제한하는 규정이 있다.
2011년 정부가 택지개발에도 공공·민간 공동시행을 도입하면서 민간사업자가 과도한 개발이익을 가져가지 못하게 한 장치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이를 근거로 과천지식정보타운과 하남 감일지구에서 공동사업 민간사업자를 공모하며 이윤율을 6% 이하에서 제안하게 했다.
대장동은 신도시 등과 마찬가지로 수용을 통해 개발된 땅인데 일부 택지를 입찰로 감정가격보다 훨씬 비싸게 팔고 민간사업자 자체 분양에서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받지 않아 개발이익이 더 커졌다. 현행법에 공공이 수용해 개발하는 도시개발만 공공택지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SH공사가 수용 방식으로 시행한 도시개발사업구역인 서울 은평뉴타운이 그런 예다. 공공택지에선 85㎡ 초과 공동주택 용지도 감정가격으로 공급해야 한다.
공공·민간 공동 시행 도시개발도 공공택지에 추가하면 분양가와 택지매각 가격을 낮출 수 있다.
업계는 대장동 개발사업 불똥이 민간 개발사업 전반으로 튀지 않을까 긴장하고 있다. 강도 높은 개발이익 환수로 '당근'이 없어지면 개발사업이 위축된다.
업계 관계자는 "개발이익이 남지 않으면 리스크를 안고 사업할 유인이 없어지고, 결국 주택 공급이 줄어드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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