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 김민우 기자 | 입력2021.09.30 05:50
올해 서울에서 집을 산 매수자의 43%가 기존 세입자의 임대보증금을 떠안은 '갭투자' 형태로 집을 산 것으로 드러났다. 이중 12.4%는 임대보증금이 매매가를 넘는 '깡통전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임대보증금이 매매가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비중도 48%에 달했다. 집값과 전세가격 상승기에는 문제가 없지만 적은 금액을 투자하고도 주택을 매수할 수 있지만 추후 집값이 떨어지게 되면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할 우려가 제기된다. 사실상 집값 상승만을 전제로 한 '폭탄돌리기'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29일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서울의 주택매매 자금조달계획서 제출현황(2020년 1월~2021년 7월31일)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말까지 8만4130건의 자금조달계획서가 제출됐다. 서울은 거래금액과 상관없이 모든 주택거래시 자금조달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8만4130건의 거래 중 3만6555건은 기존 세입자의 임대보증금을 승계한 거래였다. 43.5%가 갭투자였다는 의미다. 서울의 갭투자 비율은 2018년 38.9%, 2019년 36.4%, 2020년 35.6%로 3년 연속 30%대를 유지해 왔지만 올 들어 40%대를 넘어섰다.
특히 갭투자 중 1만7539건(48%)은 전체 거래금액의 70% 이상이 보증금 승계로만 이뤄졌다. 통상 매매금액의 70% 이상이 보증금으로 이뤄진 경우 집값 하락 시 집값보다 전세보증금이 높아질 수 있어 '깡통전세'의 위험이 있다고 분류한다. 갭투자로 이뤄진 거래 주택의 절반 가까이가 사실상 '깡통전세'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얘기다.
특히 4582건(갭투자 거래의 12.4%)의 거래는 임대보증금이 매매가를 이미 초과한 상태로 이뤄졌다. 갭투자가 이뤄진 주택 열채 중 한채는 완전 '깡통전세'라는 의미다. 또 주택매입에 자기자본이 한푼도 들어가지 않고 임대보증금과 은행대출로만 이뤄진 거래도 4817건에 달했다.
전국적으로 범위를 넓혀보면 깡통전세 위험은 더 심각한 상황이다. 올해 자금조달계획 제출한 거래의 27.9%가 갭투자로 이뤄졌는데 이 중 52%가 임대보증금이 전체 거래금액의 70%를 넘었다. 자기 돈을 한푼도 들이지 않고 집을 매입한 경우도 전국적으로 1만4525건(9.4%)이나 있었다.
깡통전세 위험은 올들어 더 커지고 있다. 서울의 경우 지난해 매매금액의 70% 이상이 임대보증금으로 이뤄진 거래 비중은 22.5%였지만 1년 새 48%까지 높아졌다.
부산도 지난해 16.9%에서 올해 35.5%로 두 배가량 높아졌고 대구도 29.9%에서 46.8%로 비중이 올라갔다. 울산(64.6%)과 세종(55.6%)은 올해 갭투자의 절반 이상이 깡통전세 위험에 노출된 거래였다.
강준현 의원은 "집값의 10~20%만으로 주택을 매매한 갭 투자자들은 집값이 떨어지면 당장 세입자에게 돌려줄 전세보증금이 그대로 빚으로 남게되고 이는 곧 무주택자인 세입자의 피해를 불러올 수 있다"며 "충분한 주택공급을 통해 수요자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고 무주택자들의 주거안정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정부의 공급을 촉구했다.
김민우 기자 minuk@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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