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월세신고 피해 월세 낮추고, 관리비 올리고
전월세상한제 피해 임대료 대신 관리비 인상
"관리비 꼼수 인상 규제 필요"
한국일보 | 김지섭 | 입력2021.10.06 18:00 | 수정2021.10.06 18:00
서울 관악구 신림동 녹두거리에 다가구주택과 빌라들이 늘어서 있다. (기사 내용과는 관련 없음) 한국일보 자료사진
①최근 자취방을 찾던 청년 임차인 A씨는 서울 방이동에서 월세 29만 원, 관리비 29만 원인 매물을 발견했다. 월세와 관리비가 같은 건 극히 이례적이다. 해당 매물을 중개하는 공인중개사는 "올해 6월부터 전월세신고제가 시행돼 신고 의무 대상(30만 원 이상)이 아닌 29만 원으로 책정하고, 관리비를 인상하는 경우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②청년 임차인 B씨는 2년 월세 계약 만료 후 임대인으로부터 월 임대료 5% 인상 통보를 받았다. 임대료 인상률은 적정 수준인데, 관리비를 기존 5만 원에서 10만 원으로 올린다고 했다. B씨가 "관리비를 지나치게 올린 거 아니냐"며 인상의 근거를 물었더니 임대인은 청소 비용 증가 등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를 댔다.
6일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주택임대차 보호법'(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제·전월세신고제) 시행 후 원룸, 다가구주택 임대인들이 월세 대신 관리비를 인상해 저소득층 임차인에게 경제적 부담을 주는 꼼수가 횡행하고 있다.
올해 6월부터 시행된 전월세신고제는 수도권과 광역시, 세종시, 시(市) 지역에 있는 주택 가운데 보증금이 6,000만 원을 초과하거나 월세 30만 원을 초과하면 지자체에 신고하도록 강제했다. 신고하지 않을 경우 4만~100만 원, 거짓 신고 시 1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다만 신규 제도 도입에 따른 적응기간 등을 감안해 내년 5월 31일까지는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는다.
정부는 전월세신고제 도입으로 예비 세입자가 계약 전에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어 임대차 시장이 투명해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집주인들은 임대소득 과세를 위한 정보 수집이 아니냐는 의심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에 전월세 신고를 회피하기 위해 월세를 30만 원 미만으로 낮추는 대신 관리비를 대폭 인상하는 추세다.
또한 작년 7월 말 임대차 계약 갱신 시에 전월세 보증금과 임대료를 최대 5%까지만 올릴 수 있는 전월세상한제가 시행되면서 보증금 5% 인상과는 별도로 관리비를 크게 올려 '제2의 월세'로 받는 사례도 드러났다.
소병훈 의원은 임대차법을 피하는 관리비 '꼼수 인상'에 대해 "원룸, 다가구주택은 아파트 등과 달리 관리비를 규제할 법안이 없어 가능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150가구 이상 아파트는 '공동주택관리법', 50가구 이상 집합건물은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관리비 내역을 작성·보관·공개하고 회계감사를 받아야 하지만 50가구 이하가 대다수인 원룸, 다가구주택은 관련 규정이 없다.
국토부 관계자는 "부당하거나 과다한 관리비 요구 등에 대해서는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 법률적 조력이 가능하다"고 했지만 집주인이 응하지 않으면 별다른 방법이 없다. 이에 소 의원은 "임대차법에 관리비 관련 규정을 추가해 관리비도 임대료처럼 규제하고 관리, 감독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관련 법안을 대표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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