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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 평생 집 못산다"..20대마저 주식·코인 자금까지 빼서 추격 매수

부동산 분양정석 2021. 10. 8. 11:26

영끌 투자 나섰던 30대 이어

20대도 거래비중 6%대 넘어

주식·코인투자로 모은 종잣돈

수도권 소형아파트에 투자

10명중 7명 갭투자 나섰지만

시세 하락땐 손해 볼수도

매일경제 | 이선희 | 입력2021.10.07 17:57 | 수정2021.10.07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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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약만 기다리다가 집을 못 사는 선배들을 보니까 평생 무주택자가 될까봐 무섭더라고요. 결혼은 아직 멀었지만 우선 집부터 샀어요. 결혼할 때 집 판 돈을 종잣돈 삼아 서울에 입성하려고요." 직장인 2년 차 김 모씨(28)는 최근 경기도 수원시에 위치한 전용면적 59㎡ 아파트를 매수했다.

전세 보증금 4억원이 들어 있어 실투자금은 1억원이었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모아놓은 돈(5000만원)과 신용대출, 회사대출로 1억원을 마련했다. 주변에서는 나이도 어린데 벌써부터 왜 집을 사느냐고 만류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김씨 생각은 달랐다. 김씨는 "청약 당첨은 로또보다 어렵고 전셋값, 집값은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다"면서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결혼할 때 전세 보증금도 감당되지 않아 월세살이를 해야 할 판"이라고 설명했다.

사회 초년병인 20대의 부동산 시장 진입이 속도를 내고 있다. 1인 가구(일명 일코노미)를 대표하는 이들은 살인적인 전셋값과 치솟는 집값을 보면서 적극적으로 주택 매수에 나서고 있다.

7일 국토교통부 아파트 매매 거래 연령대별 현황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매매 거래에서 20대 이하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6월(5.66%)에 이어 7월(6.02%)과 8월(6.33%)에 걸쳐 3개월 연속 증가하는 추세다. 불과 2년 전인 2019년만 해도 4.31%(평균)였지만 지난해 9월부터 5%대로 늘더니 올해 들어 6%대로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급등하는 집값에 놀란 30대의 '패닉바잉(공포에 기반한 공황구매)'이 두드러졌다면, 올해에는 재테크에 눈뜬 20대의 추격 매수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정부가 청년주택을 늘리고 1인 가구의 청약 기회를 확대하고 있지만 종잣돈이 부족한 사회 초년병들은 전세를 끼고 매수하는 '갭투자'로 생애 첫 내 집 마련을 시도하고 있다.

다만 무리한 갭투자는 향후 전세가격이 떨어지면 전세 보증금 일부를 돌려줘야 해서 목돈이 필요할 수 있다. 또한 최근 집값이 급등하면서 호가도 많이 올랐기 때문에, 신고가로 아파트를 매수하게 되면 향후 집을 팔고 싶을 때 매도가 어려울 수 있음을 주의해야 한다.

30대 비중은 2019년 23%, 2020년 24%, 올해 25%(8월까지 평균)로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반면 40·50대 비중은 낮아지고 있다. 40대 비중은 2년 전 27~29%에서 올해 24%로, 50대는 같은 기간 20%에서 17%로 감소했다.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지난해만 해도 신혼부부, 30대 맞벌이 부부가 많이 샀다"면서도 "올해는 거래가 좀 뜸해 '집을 살 만한 사람은 다 샀나' 싶었는데 요즘은 20대가 집을 보러 많이 온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과거에는 주식이나 코인에 관심을 보이던 20대가 서둘러 내 집 마련에 나선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불안감 때문이다. 치솟는 집값, 겹겹이 대출 규제 등을 보면서 '늦을수록 기회가 없다'는 인식이 작용한 것이다.

KB리브온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약 12억원(11억9978만원)으로 1년 사이 1억5000만원이 올랐다. 맞벌이 부부가 대출을 받아도 마련하기 힘든 금액이다.

삼성전자에 입사한 지 3년 차인 이 모씨(29)는 지난달 영통구의 4억원대 아파트를 전세를 끼고 매수했다. 이씨는 "결혼할 때까지 기다리면 집값이 더 올라 영영 내 집을 마련하지 못할까 무서워 질러버렸다"고 말했다.

지난해 주식시장 호황에 힘입어 목돈을 만든 20대가 올해는 주택 시장으로 진입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난다.

경기도 판교 정보기술(IT) 기업에 다니는 직장인 5년 차 양 모씨(29)는 2년 전 서울 강북구 소형 아파트에 갭투자한 뒤 집값이 빠르게 오르는 것을 보고 올해 비조정지역인 경기도 여주시 아파트를 한 채 더 매수했다. 양씨는 "주식으로 번 돈과 대출을 활용해 주택을 한 채 더 늘렸다"고 했다.

자본금이 넉넉하지 않은 밀레니얼세대는 임대보증금을 승계하는 일명 '갭투자'로 내 집을 마련한다.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20년 3월부터 올해 7월까지 서울 주택 자금조달계획서를 분석한 결과 20대 갭투자 비율은 71%로 10명 중 7명이 전·월세를 안고 주택을 매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삶의 만족도를 중요시하는 밀레니얼세대가 원하는 것은 입지 좋은 곳에서 실거주할 수 있는 내 집 마련"이라며 "정부는 청년주택을 늘리겠다고 하고, 청약 기회를 확대한다고 하지만 이러한 정책으로는 20대의 불안감을 잠재울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