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병훈 "코로나 종식되면 LH 공공임대주택에서 6만 가구 강제퇴거 당할 것"
"주거비 지원·미납 임대료에 대한 채무탕감 등 세입자 보호대책 수립해야"
LH "임대료 동결 및 체납 지원..긴급주거지원위원회 운영해 주거안정 노력"
아시아경제 | 조강욱 | 입력2021.10.07 09:21 | 수정2021.10.07 10:52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주거취약계층에게 임대한 공공임대주택 거주가구 가운데 3개월 이상 임대료를 미납한 가구는 6만 가구, 미납액은 429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면 LH 공공임대주택에서 최소 6만 가구가 강제퇴거 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LH가 제출한 공공임대주택 미납가구 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까지 LH 소유 공공임대주택에서 임대료를 미납한 17만762가구 중 3개월 이상 임대료를 미납한 가구는 6만632가구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이들이 미납한 임대료는 전체 미납 임대료 580억2500원 중 74%를 차지하는 429억1100만원으로 확인됐다.
또 6개월 이상 임대료를 납부하지 못한 가구는 3만15가구로 이들은 308억500만원의 임대료를 미납했다. 10개월 이상 임대료를 납부하지 못한 가구도 1만9302가구에 달했는데, 이들은 229억1100만원의 임대료를 납부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LH는 공공임대주택에 거주하는 가구가 3개월 이상 임대료나 관리비를 납부하지 않은 경우 ‘주택관리규정 시행세칙’에 따라 가옥명도 청구소송을 제기하고, 여기에 확정판결이 내려진 경우 자진퇴거를 촉구하도록 정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가 작년 3월부터 현재까지 시행하고 있는 공공임대주택 임대료 납부 유예 조치가 끝나면 이들은 정해진 규정에 따라 공공임대주택에서 쫓겨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소 의원 측 주장이다.
LH는 ‘공공임대주택 미납 임대료를 1년간 분할 납부할 수 있도록 해 주거취약계층의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입장이지만, 임대료 분납이 세입자들에게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라고 소 의원 측은 지적했다.
현재 LH 공공임대주택 임대료를 3개월 이상 내지 못한 약 6만 가구가 평균적으로 미납한 금액은 70만7729원이다. 따라서 이들은 임대료 납부 유예 조치가 끝나면 기존 임대료에 미납 임대료를 월 5만8977원씩 1년간 추가 납부해야 한다. 또 임대료를 6개월 이상 내지 못한 약 3만 가구는 월 평균 8만 5527원을 1년간 추가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임대료 미납가구가 가장 많은 전세임대주택이나 국민임대주택에 거주하는 가구는 ▲생계급여 또는 의료급여 수급자이거나, ▲만 65세 이상 고령자 차상위계층(2인가구 기준 154만원), 또는 ▲월평균 소득이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의 70% 이하 가구(2인가구 기준 319만원) 등 소득이 적고, 대부분 향후 소득 증가 가능성도 낮은 가구이기 때문에 가구당 월 6~9만원의 임대료를 추가 부담하는 것은 이들에게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라는 게 소 의원의 주장이다.
소 의원은 "현재 공공임대주택에서 사는 사람들은 공공임대주텍에서 쫓겨나면 쪽방이나 고시원, 찜질방 등 더 열악한 곳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면서 "임대료를 미납한 가구 중 자력으로 미납 임대료를 납부하기 어려운 이들에게 최소한의 주거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임대료 미납액에 상응하는 금액을 직접 지원하거나, 미납 임대료에 대한 채무탕감을 실시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LH는 "전 국민의 코로나19 위기극복을 위해 전국임대주택의 임대료를 내년까지 동결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LH는 "금융기관과 공동으로 3억3000만원의 기부금을 조성해 장기체납가구의 체납임대료 및 관리비를 지원하고 있다"면서 "전문가들로 구성된 긴급주거지원위원회를 운영하는 등 입주민의 주거안정을 위해 지속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주요 국가에서는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임대료를 내지 못하는 가구가 급증하자 별도의 예산을 편성해 주거위기가구에 대한 임대료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은 임대료를 미납한 세입자들이 강제퇴거 당하는 것을 막기 위해 무려 465억 달러(약 53조 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미국이 이처럼 천문학적인 예산을 편성한 이유는 미국 인구조사국 조사 결과 지난 7월 기준 미국 전역에서 임대료 미납으로 인해 2달 안에 강제퇴거 될 위기에 처한 세입자가 무려 360만 명에 달하기 때문이다.
이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미 의회는 지난 8월 3일 코로나 감염률이 높은 지역에서 세입자 퇴거를 금지하는 새로운 유예 조치를 발표하고, 465억 달러의 긴급 임대 지원 프로그램 예산을 세입자와 집주인에게 신속하게 분배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또 호주 빅토리아주 정부도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세입자 총 3만여 명에게 최대 3천 호주달러(약 254만 원)씩 총 7,565만 호주달러(약 640억 원)를 지원했으며, 룩셈부르크 역시 임대료 미납 세입자에 대한 강제퇴거를 금지하고, 두 자녀가 있는 가족의 경우 월 187유로(약 25만원), 1인 가구의 경우 월 134유로(약 19만원)를 지원하고 있다.
스페인 정부도 임대료를 미납한 세입자들을 위해 월 최대 900유로(약 121만원)까지 무이자로 평균 6년, 최대 10년에 걸쳐서 상환할 수 있는 대출 지원을 해주고 있다.
또 우리나라 금융위원회가 2017년 11월 발표한 ‘장기소액연체자 지원대책’에 따라 채무 상환능력을 상실한 장기소액연체자를 대상으로 채무정리를 해주는 것처럼, 공공임대주택 임대료 미납가구에 대한 임대료·관리비 납부능력을 심사해 상환능력이 없는 가구에 대해서 미납 임대료와 관리비에 대한 채무탕감을 실시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소 의원은 밝혔다.
소 의원은 "공공임대주택 거주자에 대한 임대료 납부 유예 조치가 끝나면 6만 가구 이상이 공공임대주택에서 쫓겨나 큰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LH가 임대료 납부 유예 조치를 종료하기 전에 충분한 대책을 수립해 주거취약계층이 한계 상황에 내몰리지 않도록 보호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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