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분기 전국 오피스텔값 상승률이 전분기 대비 두 배 가량으로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지역별로 살펴보면 수도권의 급등세와 달리 지방은 강보합 수준을 면치 못하는 냉온 차가 나타나는 가운데, 정부의 연이은 오피스텔 규제 완화 방침을 두고 지역별 양극화 추세가 가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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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스텔
20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3분기 기준 오피스텔 매매가격은 전분기 대비 0.99%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오피스텔 가격은 8월에 급등하기 시작했다. 부동산원의 월별 오피스텔 매매가격지수를 보면 전국 오피스텔값 상승률은 지난 8월 0.37%를 기록했다. 6~7월 상승률 0.18%의 두 배가 넘는 수치로 기울기가 갑자기 가팔라졌다. 9월에는 0.43% 올라 상승세에 탄력이 붙었다.
지역별로는 3분기 수도권이 0.43%에서 1.14%로 상승폭이 확대됐으며, 그중 서울은 0.07%에서 0.74%로 껑충 뛰었다. 경기도와 인천도 각각 1.21%, 2.31% 올랐다.
래미안용산더센트럴 전용면적 51.84㎡의 경우 지난 8월 8억3000만원(10층)에 거래됐는데, 3월 7억4300만원(14층)에 손바꿈한 이후 5개월 만에 1억원 가까이 오른 셈이다. 같은 평형의 지방 아파트는 물론 웬만한 서울 구축 아파트와 비등한 가격이다.
종로구의 디팰리스 오피스텔 전용 82.09㎡는 같은 달 18억원(6층)에 거래됐다. 강남을 제외한 지역의 신축 대단지 아파트 가격과 큰 차이가 없다. 지난 1월 3억8000만원(23층)이었던 인천 송도지웰푸르지오시티 전용 75.97㎡ 역시 8월에는 5억7500만원(26층)까지 상승했다. 약 반년 만에 상승률이 50%를 넘어섰다.
하지만 지방은 수도권과 분위기가 많이 달랐다. 3분기 지방 오피스텔값의 상승률이 0.34%에 그쳤다. 그나마 지난 7월 상승률이 0.00%에 그친 부산 오피스텔값이 8월 0.30%로 수직 상승했지만, 9월 들어서는 다시 0.08%로 주춤했다. 기타 광역시 지역은 상승률에 큰 변화가 없거나 오히려 하락하기도 했다.
아파트 대체 수요 쏠리는 오피스텔… 지방까지 확산될 가능성엔 물음표
전문가들은 수도권의 오피스텔 강세를 두고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른 아파트의 대체 수요가 오피스텔로 몰리며 발생한 현상으로 이해하고 있다.
박대원 상가정보연구소 소장은 “서울뿐 아니라 경기도·인천에도 역세권 등 좋은 입지에 공급되는 오피스텔이 많았다”며 “오히려 서울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았다 보니 수익률은 서울보다 높았던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피스텔이 아직은 아파트보다 만만한 가격대지만, 이제는 아파트급 주거시설에 편의시설까지 갖춘 프리미엄급 상품이 주목받기 시작하니 아파트 대체 수요까지 흡수해 가격도 덩달아 오르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오피스텔은 1~2인 가구용 소형 오피스텔과 아파트의 평면을 적용해 사실상 아파트의 대체재인 오피스텔로 나뉜다”며 “최근의 오피스텔값 상승은 후자의 경우로 보이는데, 아파트값이 너무 올라 시장에 접근하기 어려워진 사람들이 대체재로 매수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지방 광역시에도 수도권처럼 오피스텔 붐이 일까. 전문가들은 다소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박대원 소장은 지난 8월 부산의 오피스텔 시장 급등에 대해서는 “부산은 입지에 따라 오피스텔 시장이 냉온 차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나마 부산이 한국 제2의 도시라서 임대 사업자 등의 수요가 있기 때문에 해운대구 등 인기 지역을 중심으로 가격이 오른 것”이라고 했다. 다만 대구나 광주, 울산 등 다른 지방 광역시의 경우에는 “전통적으로 아파트가 아닌 수익형 부동산들이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던 지역들”이라며 전망도 회의적으로 봤다.
이은형 연구원도 8월 반짝 상승 후 다시 가라앉은 부산 오피스텔 시장을 두고 “지방 오피스텔 시장은 수급 상황이나 지역 경기에 따라 부침이 심한 편”이라며 “특히 재개발·재건축이 활발한 지역은 오피스텔 수요가 분산되기 쉽다”고 했다.
정부의 오피스텔 규제 완화, 수도권·지방 양극화 심화시킬듯
이같은 상황에서 정부는 이번달 들어 도심 내 주택 공급 확대 차원에서 주거용 오피스텔이나 도시형 생활주택에 대한 규제 완화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9일 주택공급기관 간담회에서 “주거용 오피스텔 등과 관련한 입지, 건축 규제 완화는 전향적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운을 띄운 데 이어, 15일에는 국토부 주택정책관이 비아파트에 대한 면적 기준, 바닥난방 등 불요불급한 규제를 과감하게 완화하겠다고 했다.
주거용 오피스텔의 경우 바닥 난방이 전용 85㎡ 이내인 경우에만 허용되어 왔으나, 앞으로는 전용 120㎡까지 확대해 3~4인 가구가 선호하는 아파트와 유사한 실사용 면적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이로 인해 가뜩이나 불붙기 시작한 수도권 오피스텔 가격에 정부가 기름을 끼얹을 것으로 전망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박대원 소장은 “규제 완화로 오피스텔 시장의 유·무형 진입장벽이 낮아진다면 아무래도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면서 “특히 최근 오피스텔은 아파트와 거의 차이가 없는데, 난방 규제 등이 완화돼 생활 편의성이 향상되면 관심도 더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은형 연구원은 “주거용 오피스텔 규제가 완화된다면, 주택과의 실질적인 차이가 없어진다”면서 “그렇다면 오피스텔이 주상복합 같은 아파트에 적용되는 분양가상한제를 회피하는 방안으로도 부각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규제 완화로 인한 대체수요 흡수 역시 수도권이 독점할 것으로 보인다. 한 시행사 관계자는 “정부가 오피스텔 규제 완화 방침을 밝힌 이후 업계 전반적으로 오피스텔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지만, 그 관심은 수도권에 한정될 것으로 전망한다”면서 “지방의 경우 워낙 흥행 편차가 커 쉽사리 나서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도 수도권과 지방 간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 규제 완화가 될 경우 양극화가 더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했다.
유병훈 기자 itsyou@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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