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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중기도 반한 이 풍경, 한국에서 제일 물 좋은 동네를 아시나요

부동산 분양정석 2021. 11. 6. 10:44

◆ 신익수 기자의 언택트 총알여행 ◆

수주팔봉

결국 올 것이 왔다. 여행업계에도 ESG 테마가 떴다. 힐링하러 떠난 여행에, 지속가능성까지 고민해야 하는 시절이라니. 심지어 여행 체험기에 용어 설명까지 달아야 할 판이다. 머리가 지끈거려도 어쩌겠는가. 차세대 키워드라는데. 안되겠다. 일단 떠나고 보자.

1. 만추홍엽 ESG 명당…충주 수주팔봉

탄금호 전기유람선

단풍 구경에도 단계가 있다. 1단계가 산이 붉어 산홍(山紅). 홍산에 비친 강이 붉어진다는 수홍(水紅)이 2단계다. 극강의 3단계는 그 강에 비친 얼굴빛이 붉어진다는 인홍(人紅). 이 모든 걸 품을 수 있는 만추홍엽 ESG 명당이 충주 달천 하고도, 수주팔봉이다. 달천은 수달이 살아 '달강(獺江)', 물맛이 달아 '감천(甘川)'이라고도 했다. 살미면과 대소원면 사이, 물 맑은 달천에 솟은 아찔한 봉우리가 수주팔봉이다. 두룽산에서 뻗은 수주팔봉 줄기는 칼바위까지 그늘을 드리우며 절묘하게 이어진다. 송곳바위, 중바위, 칼바위로 이어지는 팔봉 라인업이 병풍처럼 에워싼 곳이 팔봉 마을이다. 곡류천인 달천은 예천 회룡포 물돌이 마을처럼 팔봉마을을 아늑하게 에돌아 흐른다. 당연히 팔도 여행족이 놓칠 리 없을 터. 이미 코로나19 시대 언택트 차박 캠핑 명소로 입소문이 나면서 요즘은 제법 붐빈다.

더 재밌는 건 천연기념물이자 멸종 위기 야생 생물인 실제 수달이 산다는 것. 오죽하면 용재 성현의 수필집 '용재총화'에 "(우리나라) 물맛은 충주 달천이 으뜸이다. 오대산 우통수가 두 번째, 속리산 삼타수가 세 번째"라고 했을까. 충주시 역시 캐릭터로 수달 '충주씨'를 밀고 있다.

그러니 이곳, ESG 핫스폿이 될 수밖에 없다. 차박도 리미티드(한정판)다. 하루 120대까지로 엄격히 제한한다. 으뜸인 달천 근처엔 탄소 배출기 자동차가 얼씬도 못한다. 정해진 장소에만 주차해야 한다. 천혜의 공간인 이곳이 뜬 건 tvN 드라마 '빈센조' 덕이다. 마을 입구에는 커다란 '촬영지' 간판이 내걸려 있다.

전국 으뜸인 달천의 청정한 물은 탄금호까지 이어진다. ESG 투어에 방점을 찍어주는 시그니처가 이곳에 있다. 9월 말 운항을 시작한 새내기 유람선 탄금호일렉트릭. 이게 놀랍다. 국내 최초의 친환경 전기 유람선. 강 위의 테슬라인 셈이다. 정박할 때 충전하며, 태양광 패널로도 일부 동력을 조달한다. 놀랄 '노' 자인 셈. 그래도 유람선인데. 가만히 귀를 기울였다. 세상에. 전기차처럼 엔진 소리가 없다. 빈센조 팀이 단체로 째려봐도 절대 눈치 못 챌 정도의 고요함이다.

수주팔봉 ESG 투어 즐기는 Tip

9월 말에 운항을 시작한 탄금호일렉트릭유람선은 전기를 주동력으로 이용한다. 탄금호국제조정경기장~중앙탑사적공원~탄금호무지개길 구간을 하루 3회, 40분간 왕복 운항한다(수·목요일 휴항).

2. 가장 젊은 동네 'Young 月' 에코빌리지

요즘 MZ세대 핫플로 완전히 뜬 곳이 영월이다. '가장 어린 동네'를 표방하며 'Young(영) 월(月·moon)'로 네이밍을 했더니 확 떠버린 거다. 아닌 게 아니라, 이곳 기운만큼은 정말이지 '영'하다. 태백과 치악이 동서를 받친다. 여기에 소백과 가리왕이 남북으로 들이민다. 산의 기세에 물(水)의 기운도 가세한다. 태백에서 솟은 물길이 굽이굽이 흘러 남쪽의 큰 물줄기를 이루는 맥점이 정확히 영월이다.

이곳의 ESG 명당은 에코빌리지다. 지속가능한 여행은 아직 낯설다. 지금 느끼기엔 불편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여행 고수들은 이곳을 '의도한 불편'의 메카라 부른다.

에코빌리지는 '제로 하우스'다.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에너지 자립형 건물인 셈이다. 태양광으로 전기를 만들고, 태양열로 객실을 덥힌다. 태양이 동력의 전부니, 건물은 남향, 철저히 남향이다. 차양도 없다. 모든 객실이 전면에 배치된 것도 이런 까닭이다.

1층에는 제로 하우스의 개념과 원리를 설명한 패널이 있다. TV를 한 시간 덜 보면 이산화탄소를 연간 37.1㎏ 줄인다는 설명에 절로 탄성이 나온다. '에너지 점핑' '싱싱한 자전거'처럼 스스로 전기를 만드는 체험도 있으니 필히 해 보실 것.

당연히 전기와 물은 최소량만 쓴다. 일회용품 따윈 없다. 한없이 내주는 자연을 향한 최소한의 배려다. 당연히 에코빌리지 객실에는 익숙한 게 없다. TV 없다. 냉장고와 주방 시설, 있을 리 없다. 침구류, 수건도 말려 쓴다. 다림질도 안 한다.

여기까지가 에코빌리지에 묵어가는 이들이 감수해야 할 불편. 그렇다면 대가는? 당연히 자연이다. 온전히 누린다. 카카오톡으로 상실한 대화의 시간, 코로나19로 잃어버린 일상의 웃음, 접촉까지. 휴대폰과 PC, 게임기 자리는 손때 묻은 책과 보드게임이 대신한다.

ESG가 결코 대체하지 못할 이벤트, 바비큐 파티도 압권이다. 그릴과 숯, 가위, 집게는 모두 대여. 고기와 식재료, 음료 등 먹거리는 각자 준비해 2층 서비스 룸의 대형 냉장고에 미리 보관해 두면 된다. 데스크에 요청하면 개별 바구니를 빌려준다. 서비스 룸에는 대형 냉장고 외에 공용 전자레인지, 냉·온수기 등도 있다.

아, 잊을 뻔했다. 휴대폰은 당연히 오프. 끄고 보니 좋다. 데스크의 마감 독촉이고 뭐고, 일단 지금은 오롯이 '불멍'이나 때려야겠다.

영월 ESG투어 즐기는 Tip

총 18개 객실이 있다. 더블(2인)과 트윈(3인), 패밀리(4인) 등 3가지 타입이다. 단체를 위한 세미나실과 카페테리아는 일단 사회적 거리 두기 상황을 감안해 잠시 중단이다. 입실은 오후 3시, 퇴실은 오전 11시. 객실 예약은 전화로 하면 된다. 도보 5분 거리에 동강생태정보센터와 영월곤충박물관이 있다. ESG투어 코스로 넣어두면 딱이다.

한국관광공사 선정 '전국 ESG투어 명당'

1. 완주 만경강길

호남평야를 가로지르는 만경강에 둑길과 자전거도로를 이어 최근 '완주만경강길'이 등장했다. 발원지인 동상면 밤샘에서 삼례읍 해전마을까지 약 44㎞, 7개 코스다. 신천습지도 지난다.

2. '플로깅'과 '물멍'의 곡성 침실습지

침실습지

섬진강과 곡성에서 흘러든 하천이 만나는 길목에 형성된 침실습지. 650종이 넘는 생물이 서식한다. ESG 여행 대명사인 '플로깅' 체험이 압권. 조깅을 하면서 동시에 쓰레기를 줍는 운동이다.

3. 쓰레기 변신…서울새활용플라자

새활용 플라자

세계 최초 버려진 물건에 아이디어를 더하는 '새활용(upcycling)' 테마파크. 가끔 진행되는 피아노, 자동차 등 '해체쇼'가 압권이다. 비대면 교육도 진행 중. 운영 시간은 오전 10시~오후 6시.

■ <용어 설명>

▷ ESG : 'Environment' 'Social' 'Governance'의 머리글자를 딴 용어다. 기업 활동에 친환경, 사회적 책임 경영, 지배구조 개선 등 투명 경영을 고려해야 지속가능한 발전을 할 수 있다는 철학을 담고 있다.

[신익수 여행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