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이 절정인 가을날, 우연히 숲속 결혼식을 보았습니다
[이현숙 기자]
▲ 婚 혼인할 혼, 禮 예절 례. 혼례는 평생을 함께할 것을 약속는 의식으로 보기만 해도 가슴 떨리고 행복한 모습이다. |
ⓒ 이현숙 |
예나 지금이나 결혼은 인륜지대사다. 세상의 변화에 따라 다양하게 진화한 콘텐츠가 범람하고 때론 경제적 문제가 발생해 불편이 따르기도 한다. 더구나 코로나19라는 재앙 이후로 시공간적 제약도 생겨났다.
더러는 축복하고픈 자리에 참여하지 못할 때도 있다. 어쩔 수 없이 주변 지인들만 모여서 축소된 소규모의 결혼식을 진행하기 일쑤였다. 위드 코로나로 접어들면서 조금씩 달라질 거라고 예측해 본다.
▲ 다양해진 결혼식 장소로 이제는 자연 속에서 자연스러운 모습의 결혼식을 자주 보게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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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 또한 다양해졌다. 예식장이거나 카페 공간이기도 하고 지극히 개인적인 공간이나 야외에서 그들만의 결혼식을 하기도 한다. 물론 이것만으로도 의미는 찾을 수 있다. 당사자 두 사람만의 뜻깊은 의미를 품을 수 있다면 더없는 축복이다. 이처럼 결혼식에 따른 트렌드가 바뀌어 가는 것이 오히려 당연한 시절이기도 하다.
▲ 가을 절정의 지리산 뱀사골에서는 단풍이 흩날리는 풍경을 하루 종일 볼 수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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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11월 3일) 그런 특별한 결혼식의 풍경 속에서 가슴 뜨거워졌다. 해발 약 800m 정도 높이, 지리산 중턱의 숲속에서 맞닥뜨리게 된 결혼식이었다. 은유로써의 숲속 결혼식이 아니었다. 이건 말 그대로 정말 리얼, 찐, 진짜 '숲속 결혼식'이었다. 뿐만 아니라 지리산 뱀사골의 가을 단풍이 절정이었다.
▲ 만산홍엽의 숲 속에 잠겨 보았는가. 지리산 뱀사골에 가면 만날수 있는 일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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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어가는 가을에 이토록 아름다운 결혼식을 만날 수 있었다니. 지리산 뱀사골을 향해 걸어가는 숲길은 온 산하가 그야말로 만산홍엽(滿山紅葉)이었다. 이런 풍광 속에 잠긴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뛰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뱀사골 탐방안내소에서 천년송까지는 약 1시간 반 정도 가을을 만끽하며 걸을 수 있다. 함께 말없이 그 길을 걷는 이들의 마음이 어쩐지 이심전심 행복감으로 충만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웅장한 지리산의 대자연 속에 잠겨본 사람이면 알 수 있는 마음 아닐지. 올가을은 단풍이 늦어 11월 중순까지는 볼 수 있다고 한다.
▲ 천년송에 이르기 전에 반기는 조형물이 어쩐지 친근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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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지리산 명품 와운마을의 천년송을 향하면서 뜻밖의 풍경 속으로 들게 되었다. 마을 주민 두 쌍이 지리산 천년송 아래서 전통혼례식 준비를 하는 중이었다.
천년송 인근에 설치된 전통혼례식 조형물이 먼저 반겼다. 옆으로 신랑이 가마에 타고 있었고 연지곤지를 바르고 머리에 족두리를 얹은 신부가 가마 안에 들어가 다소곳이 앉아 있었다. 두 분의 신랑 신부와 가마꾼들, 주변에서 고운 한복을 입고 진행하는 이들의 모습이 지리산의 가을 단풍과 너무나 잘 어울린다.
요즘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 <지리산>의 주인공 서이강(전지현)이 위로가 필요할 때 즐겨찾던 곳 역시 바로 이 천년송 아래였다고 한다. 천년송 아래서 내려다보는 세상은 온통 가을이다.
▲ 지리산 천년송(智異山 千年松)은 천연기념물 424호다. 그 작고 평온한 와온마을을 굽어보며 지켜주는 수호신이기도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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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뱀사골의 와운 명품마을 뒷산에는 수령 500년이 넘는 아름다운 천년송(천연기념물 제424호)이 수호신처럼 서 있다. 20m의 키와 12m 폭으로 장엄한 기품을 풍긴다. 마치 마을을 감싸듯 우산 모양의 생김새로 뱀사골 상류의 산자락에 우뚝 서 있는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구름도 누워간다는 뜻의 와운(臥雲) 마을 주민들은 이 나무를 천년송이라 부르면서 해마다 전통적인 방식의 당산제를 지낸다고 한다. 남원골 와운마을 사람들의 삶에 깊이 뿌리내린 신성한 천년송은 진정한 수호신인 것이다.
평소에는 주민들이 기도를 올리거나 후손을 얻기 위한 치성을 드리기도 하는 유서 깊은 노거목이다. 일명 할머니송이라고도 불리는데 20m 거리에 할아버지 나무도 자생하고 있다. 자연의 오묘한 이치다. 바라만 보아도 든든하다.
▲ 전통혼례를 시작하기 전, 지리산 가을 단풍 속에서 남원시립농악단의 풍악이 흥겹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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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하공연으로 사랑가가 너무나 잘 어울리는 날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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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이날은 전북 남원골의 지리산 천년송 아래서 두 커플이 전통혼례를 올리는 날이었다. 이번 전통혼례식은 국립공원공단이 지역의 역사와 문화 계승을 위해 기획안 일이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 두 쌍의 부부를 선정했다고 한다.
안전을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 발열 확인 등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거친 후 천년송에 가까이 다가가니 축하공연이 한창이다. 단풍 숲속으로 남원시립농악단의 풍악과 판소리가 울려 퍼진다. 명창이 나와서 부채를 활짝 펼치며 사랑가를 부르고 산에 오른 모든 이들의 추임새가 높아지고 축복이 넘치고 있었다.
진행하는 이들이나 산행꾼들이나 다들 들뜬 모습이다. 가을바람에 단풍이 날리고 새소리 물소리 들으며 오른 산 위에서 행복한 결혼식을 보며 힐링의 시간을 보낸다.
▲ 지리산 국립공원공단에서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계승 발전시키기 위해 지역주민과 함께 매년 이맘때 개최한다고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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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디어 화촉을 밝히고 두근두근 두 커플의 결혼식이 진행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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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 오너라 업고 놀자. 사랑 사랑 사랑 내 사랑이야, 사랑 사랑 사랑 내 사랑이지. 이히~이히~ 이~~~ 내 사랑이로다. 아~~ 매~도 내 사랑아..." 탐방객들의 축하와 함께 천년송 아래의 혼례식에서 우리의 소리 사랑가가 너무나 잘 어울린다.
축하공연에 이어서 신랑과 신부를 태운 가마 행렬이 도착했다. 화촉을 밝혀 아름다운 전통 방식의 혼례식이 멋지게 치러졌다.
▲ 이 멋진 계절에 지리산 천년송 아래서 전통혼례를 올리신 분들에게 천년송처럼 오래오래 행복하시기를 전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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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단풍이 곱게 물든 뱀사골의 수려한 천년송 아래서 부부의 연을 맺은 두 커플, 그분들의 얼굴에 덤덤한 듯 연륜 깊은 신뢰와 사랑이 엿보인다. 기나긴 나날 동안 세월의 고단함도 견뎌냈기에 이 가을의 눈부신 단풍과도 잘 어울리는 아름다운 모습으로 천년송 아래 나란히 설 수 있었을 것이다.
완벽한 부부다. 아름답기 그지없다. 일평생 소중한 추억이 될 그분들의 여정에 함께 했음이 뿌듯하다. 천년송처럼 행복하게 천만년 사시기를 기원하며 나도 모르게 가슴 찡한 축복을 마음껏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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