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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혹한 시대 감싸는 따뜻한 그림..국립현대미술관 박수근 회고전

부동산 분양정석 2021. 11. 10. 10:45

덕수궁관서 11일 개막..박수근 작품 역대 최대 규모 174점 소개

박수근 '나무와 두 여인'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박수근(1914~1965)은 강원도 양구 부유한 집안에서 장남으로 태어났다. 열두 살 무렵 밀레의 '만종'을 보고 화가를 꿈꿨으나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보통학교만 졸업하고 독학으로 그림을 공부했다. 열여덟 살에 조선미술전람회에서 입선하면서 화가의 꿈을 굳혔다.

한국전쟁 때 월남해 서울 종로구 창신동에 자리 잡은 그는 생계를 위해 미군 부대 내 매점(PX)에서 초상화를 그렸다. 전문적인 미술 교육도 받지 않고 폐허가 된 서울에서 어렵게 생활하면서도 성실히 작업해 서서히 명성을 얻던 그는 급작스러운 건강 악화로 51세에 세상을 떠났다.

생전에는 제대로 개인전 한번 열지 못했지만, 서민들의 일상을 토속적 미감으로 담은 그의 그림은 국민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박수근의 예술세계를 조명하는 대규모 회고전 '박수근: 봄을 기다리는 나목'을 11일부터 덕수궁관에서 개최한다.

양구군립박수근미술관과 공동주최하는 이번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이 개관 이후 처음 여는 박수근 개인전이다. 유화, 수채화, 드로잉, 삽화 등 작품 총 174점과 화집, 스크랩북, 스케치, 엽서 등 자료 100여 점까지 역대 최대 규모로 작가의 작품과 자료를 선보인다.

전시는 박수근을 새로운 시각에서 조명한다. 박수근이 살았던 시대상에 주목하고, 화단의 파벌주의로 인한 냉대나 경제적 궁핍으로 인해 불우한 화가였다는 고정관념을 벗겨내고 그의 성취를 조망한다.

먼저 밀레 같은 훌륭한 화가가 되고 싶었던 소년 박수근이 화가로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10대 시절 수채화부터 1950년대 유화까지 초기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이어 한국전쟁 후 재개된 제2회 국전에서 특선을 받은 작품을 비롯해 그가 참여한 주요 전람회 출품작들이 전시된다.

박수근이 예술가의 자존심을 버리고 PX에서 온갖 수모를 견디던 초상화가 시절도 소개된다. PX에서 함께 일했던 박완서가 1970년 발표한 첫 소설 '나목'은 그 시절 박수근의 모습을 담았다.

박수근은 창신동 집에서 명동 PX, 을지로의 반도화랑을 오가며 마주한 거리 풍경, 이웃들의 모습을 화폭에 주로 옮겼다. 해방과 전쟁을 겪으며 서구 추상미술이 급격히 유입돼 국내 화단을 풍미했지만, 박수근은 서민들의 일상생활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표현했다.

물감을 여러 겹 쌓아 올려 우리나라 옛 흙벽이나 화강석 불상처럼 거칠거칠한 질감을 만들고, 색과 형태를 단순화해 강인하게 삶을 이어나가는 이웃들에 대한 존경과 사랑을 드러냈다.

내년 3월 1일까지 열리는 전시는 전쟁과 가난으로 참혹했던 1950~60년대 서민들의 삶을 따스한 시선으로 담아낸 박수근의 작품을 통해 왜 그가 '국민화가'로 불리는지 보여준다.

박수근 '판잣집'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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