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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영광 간 곳 없고.. 추억만 남은 시계골목

부동산 분양정석 2021. 11. 12. 11:29

■ 도시풍경

서울 종로구 예지동 시계 골목은 1960년대 청계천 인근 상인들이 이주하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당시 사과 박스 위에 시계를 진열해 놓고 팔던 게 시초였단다. 그 시절 고급 품목이었던 시계와 더불어 귀금속 상점들이 늘어났고 1970∼1980년대에는 혼수 마련을 위해 반드시 들러야 하는 곳으로 유명했다. 이 시기 골목에는 300개가 넘는 시계 노점이 빼곡하게 들어차고 붐비는 사람들로 지나다니기 어려울 정도로 호황을 누렸다. 이곳에서 나름 성공한 상인들은 종로, 남대문 등으로 진출했고 지금의 종로3가 귀금속단지를 잉태했다고 한다. 하지만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가 터진 이후 시계를 비롯해 예물 상권이 백화점으로 이동하면서 손님들의 발길은 점차 줄었다. 휴대전화 등의 열풍이 불면서 시계 골목은 더욱 깊은 나락으로 빠져들었다. 더욱이 2006년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돼 재개발이 진행되면서 많은 시계장인이 세운스퀘어나 종로3가 등으로 이동했고 대부분의 닫힌 점포 앞에는 안내문과 함께 이전 약도가 붙여져 있다. 골목 전체가 시계방이지만 철문을 내린 점포에는 훼손과 무단침입을 경고하는 경고문이 을씨년스럽게 붙어 있다. 드문드문 문을 연 시계 수리 노점 덕분에 이곳이 시계 골목이었음을 알 수 있는 것만으로도 다행스럽게 느껴진다.

■ 촬영노트

현재 시계 골목은 재개발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추억의 공간은 이제 곧 사라질 상황이다. 서울 예지동 시계 골목의 시간은 오늘도 속절없이 흐르고 추억과 향수를 담은 골목의 도시풍경은 점점 그 색이 바래져 가고 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