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포스터 [오디컴퍼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익숙한 음악에 익숙한 스토리 그리고 익숙한 메시지까지. 모든 것이 익숙한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가 무려 17년간 흥행 가도를 달릴 수 있던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지난달 여덟 번째 막을 올린 '지킬 앤 하이드'는 국내에서 가장 성공한 뮤지컬 중 하나로 꼽힌다. 2004년 국내 초연 이후 누적 공연 횟수가 1천400회를 넘겼고 누적 관람객 수는 150만명에 달하는 대표 스테디셀러다.
브로드웨이에서 먼저 만들어진 오리지널 버전은 기껏해야 '중박' 정도에 그쳤으나 국내 흥행불패를 기록한 데는 제작사 오디컴퍼니가 한국 정서에 맞게 각색한 공이 컸다.
무엇보다 한 명의 배우가 지킬 vs 하이드 구도를 이끌며 1인 2역을 소화하는 것을 보는 게 가장 큰 매력이다. 노래와 대사, 표정, 몸짓 하나하나까지 극단적으로 다른 두 캐릭터를 세세하게 표현하며 열창하는 배우들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지킬과 하이드 역을 맡은 배우 홍광호는 최근 공연에서 자유자재로 목소리와 동작을 바꿔가며 '대결'을 열창했다. 인간 속 선과 악의 대립이라는 주제를 가장 잘 드러낸 넘버로, 지킬과 하이드가 노래를 한 소절씩 주고받으며 고조되는 갈등을 폭발시킨다.
"넌 나를 못 벗어나 절대 / 천만에 넌 단지 거울 속 허상 눈 감아 사라질 신기루 / 그럴까? 껍데기 네 안에 속에 끝까지 존재해 / 천만에 넌 단지 벗어날 악몽…"
선한 의사인 헨리 지킬일 때는 청년의 반듯한 목소리가 나오더니, 어느새 연쇄살인범 에드워드 하이드로 돌변해 쇳소리 가득한 괴물 같은 소리가 토해져 나왔다.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속 홍광호 [오디컴퍼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09년 재연 때부터 이 역할을 소화한 홍광호는 이번 무대를 통해 그동안 쌓은 내공을 마음껏 발산했다.
쇼걸인 루시와 '나도 몰랐던 나'를 함께 부르는 장면은 지킬 안의 '욕망덩어리'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루시의 몸을 손으로 휘감으며 유혹하는 하이드의 목소리가 붉은 조명과 어우러지며 야릇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관객들은 '지금 이 순간'을 가장 기다린 듯했다. 작품을 한 번도 보지 않은 사람이라도 멜로디를 흥얼거릴 수 있을 정도로 가장 유명한 넘버다. 짧은 전주가 흘러나오자 객석이 잠시 술렁이더니 이내 숨죽이고 속이 뻥 뚫리는 독창을 감상했다. "신이여 허락하소서"라는 마지막 소절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귀를 때리는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
루시의 '당신이라면', 지킬의 약혼녀 엠마가 부르는 '한때는 꿈에' 등도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여러 배우가 나와 선보이는 앙상블도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1천800개의 메스실린더를 가득 채워 넣은 높이 약 6m의 지킬 실험실 세트나 지킬이 루시의 방에 갑작스레 등장하는 장면에서 나온 천둥소리, 조명 등 노래와 연기 외에 볼거리가 많다.
지킬 역은 홍광호를 비롯해 초연 멤버 류정한, 배우 신성록이 맡았다. 루시 역은 윤공주, 아이비, 선민이 연기하며 엠마 역은 조정은, 최수진, 민경아가 분한다.
내년 5월 8일까지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한다.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속 한 장면 [오디컴퍼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ramb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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