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3년 10월 회원 16명 독도로 향해, 日 순시선 추격.. 해군요구에 물러나
거센파도 넘어 도착.. 측량-탐사나서
광복후 독도서 '주일미군 폭격연습'에 한-일 갈등.. 우리 어민들 사망하기도
김연덕씨 '독도행각'서 산악회 기록.. "민관이 독도 지키려는 모습 보여줘"
1953년 10월 15일 독도에 상륙한 한국산악회 제3차 독도학술조사 단원들이 독도를 일본 행정구역으로 적은 나무말뚝을 뽑아내고 있다(왼쪽 사진). 이들은 한글로 ‘독도’라고 새긴 표석을 대신 세웠다(오른쪽 사진). 한국산악회 제공
1953년 10월 13일 오전 6시. 당시 22세로 서울대 공대생이던 김연덕 씨(90)를 비롯한 한국산악회원 16명이 울릉도에서 독도로 향하는 해군 함정에 몸을 실었다. 일본에 맞서 독도 수호운동을 펼친 한국산악회의 국토구명 학술조사 활동이었다. 당시 정부는 일본과의 외교마찰 등을 우려해 군대가 아닌 민간단체의 독도 상륙을 지원했다. 출발 4시간 후 독도가 보이기 시작했지만 상륙은 쉽지 않았다. 소형 배를 띄웠지만 거센 파도에 휩쓸려 뱃머리가 부서졌다.
파도가 잔잔해질 때를 기다리기 위해 울릉도로 뱃머리를 돌린 지 한 시간. 정체불명의 배가 산악회원들이 탄 함정을 추격해왔다. 독도를 순찰하던 일본 해상보안청 순시선이었다. 우리 해군이 전투태세를 갖추고 일본 영해로 돌아갈 것을 요구하자 순시선은 물러섰다.
6·25전쟁 직후 독도 측량을 위해 학술조사대를 파견한 한국산악회 기록이 최근 새로 발견됐다. 김 씨가 모교인 경기고 산악회 동문회보에 1953년 기고한 글 ‘독도행각(獨島行脚)’을 통해서다. 여기에는 그해 김 씨가 한국산악회원들과 독도 상륙에 나선 과정이 담겨 있다. 동북아역사재단은 지난달 29일 한국산악회와 업무협약을 맺고 과거 산악회 활동이 담긴 자료들을 기증받았다.
독도행각에 따르면 산악회원들은 1차 상륙 시도가 실패하고 이틀 후인 1953년 10월 15일 오전 1시 재출항해 6시경 독도 동도 상륙에 성공했다. 이들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건 ‘시마네현 오치군 고케무라 다케시마(島根縣 隱地郡 五箇村 竹島)’라는 일본 행정구역이 적힌 나무 말뚝이었다. 앞서 한 해 전인 1952년 5월 일본 어선이 세운 것이었다. 산악회원들은 말뚝을 뽑아버리고 독도 측량과 탐사에 나섰다. 다음 날인 16일 오후 9시 이들은 울릉도로 돌아가는 배에 올랐다. 이들은 승선 전 한글로 ‘독도’라고 새긴 표석을 구릉지대에 세웠다.
광복 후 한일 양국 정부는 독도를 놓고 지속적으로 갈등을 벌였다. 일본 정부는 1947∼1953년 주일미군이 독도에서 폭격 연습을 벌인 것을 근거로 영유권을 주장했다. 미일 양국 정부가 합동위원회를 구성해 독도를 폭격 연습지로 지정하는 과정에서 미국 정부가 자신들의 영유권을 인정했다는 것. 그러던 중 1948년 6월 8일 미 공군의 일본 오키나와 기지를 출발한 B29폭격기의 폭격 연습으로 독도 해상에서 조업 중이던 한국 어민 14명이 목숨을 잃었다. 당시 미군은 특별조사단을 독도로 파견하고, 어선을 바위로 착각해 폭격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1952년에는 9월에만 세 차례에 걸쳐 미 공군 폭격기가 독도 해상에 폭탄을 투하했다. 이로 인해 그달 22일 학술조사단 36명을 독도로 파견한 한국산악회가 상륙을 포기했다.
우리 어민들이 사망한 데다 민간인들의 상륙까지 불발되자 한국 정부는 1952년 11월 10일 주한미대사관을 통해 주일미군의 독도 폭격 연습 중단을 요구했다. 이에 이듬해인 1953년 3월 19일 미일 합동위원회는 주일미군의 폭격 연습지에서 독도를 제외하기로 했다. 홍성근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은 “한국산악회의 독도 상륙 기록은 민관이 힘을 합쳐 독도를 지키려고 노력한 모습을 생생히 보여주는 중요 사료”라고 평가했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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