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세 상무, 45세 부사장..'뉴삼성' 속도 붙는다

삼성전자가 9일 발표한 정기 임원 인사에서 세대 교체와 혁신 의지를 보다 분명히 드러냈다. 30대 상무와 40대 부사장을 다수 배출했다. 지난 7일 대표이사 3명을 전격 교체한 사장단 인사에 이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뉴삼성’ 기조가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삼성의 ‘약한 고리’로 여겨졌던 소프트웨어 분야 인재를 대거 발탁하고, 여성·외국인 임원 승진자도 늘렸다.

이번 인사에서 승진자는 부사장 68명, 상무 113명 등 198명이다. 지난해(214명)보다는 적고 2019년(158명), 2020년(162명) 인사 때보단 많아 전체 규모로는 중폭 이상이다. 삼성전자 측은 “성과주의 원칙 아래 미래 지속 성장을 위한 리더십 보강을 위해 큰 폭의 승진 인사를 단행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정기 임원인사

새롭게 ‘별(상무)’을 단 사람은 113명으로 지난해(111명)와 비슷한 수준이다. 연구개발(R&D) 부문 최고 전문가인 펠로우와 마스터는 각각 1명, 16명 승진했다.

최근 인사제도 개편으로 전무·부사장 직급이 통합된 부사장 승진자는 68명이다. 지난해(부사장 31명, 전무 55명)보다는 줄었다. 삼성전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부사장은 67명, 전무는 130명이다. 이번에 퇴임한 임원을 제외하더라도 이번 인사를 포함해 미래 최고경영자(CEO) 후보군인 ‘부사장단’만 200여 명에 달한다는 얘기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CEO를 향한 내부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공서열을 파괴한 인사 혁신안 청사진에 따라 40대 부사장과 30대 상무가 대거 배출됐다. 만 45세로 부사장에 오른 김찬우 삼성리서치 랩장이 대표적이다.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을 거친 김 부사장은 삼성의 음성인식 기술 개발을 주도했다. 만 47세인 손영수 메모리사업부 D램기획 그룹장은 차세대 D램 경쟁력 향상에 기여한 성과를 인정받았다.

소비자가전(CE)과 IT·모바일(IM)을 통합한 세트(SET) 부문에선 고봉준(49) VD사업부 랩장, 이영수(49) 글로벌기술센터 팀장, 박찬우(48) 생활가전사업부 그룹장 등이 40대에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홍유진(49) 무선사업부 UX팀장(상무)은 갤럭시Z 시리즈와 갤럭시워치 등의 UX 개선을 주도한 공로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반도체(DS) 부문에선 박찬익(49) 미주총괄 팀장, 신승철(48) 파운드리사업부 팀장 등의 40대 부사장이 나왔다. 40대 부사장 승진자는 모두 10명이다.

30대 상무도 4명(세트 부문 2명, DS 부문 2명) 발탁됐다. 지난해 30대 임원 승진자는 한 명이었다. 박성범 상무는 AMD와 공동 개발한 그래픽처리장치(GPU) 완성도 향상에 기여한 성과를 인정받아 만 37세에 임원을 달았다. 소재민(38) VD사업부 상무, 심우철(39) 삼성리서치 상무, 김경륜(38) 메모리사업부 상무 등도 30대 임원이다.

삼성전자 2022년 정기 임원 인사 승진자.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여성·외국인 임원 승진자는 17명이다. 2017~2021년 9~11명이었던 것과 비교해 크게 늘었다. 맞춤형 가전인 비스포크 콘셉트를 개발한 양혜순 생활가전사업부 상무가 부사장으로, 반도체 매출 향상에 기여한 오양지 DS 부문 화북영업팀장은 상무로 승진했다. 김유나 삼성리서치 상무, 윤보영 네트워크사업부 상무, 정신영 파운드리사업부 상무 등도 ‘여성 임원’에 이름을 올렸다.

삼성의 주요 전자 계열사에서도 40대 부사장이 나왔다. 삼성전기의 김종한(48)·조정균(47) 부사장, 삼성디스플레이의 최열(46) 부사장 등이다.

한편 이날 중동 출장에서 귀국한 이재용 부회장은 김포공항에서 인사 개편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았다. 대신 “아부다비에서 조그만 회의가 있었다”며 “전 세계 전문가들이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각 나라나 산업에서 미래를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들어볼 좋은 기회였다”고만 밝혔다. 셰이크 모하메드 빈 자예드 알 나얀 아부다비 왕세제 주최로 글로벌 정·재계 고위 인사들이 경제·산업 현안을 논의하는 비공개 포럼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김태윤·권유진 기자 pin2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