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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 연구진, 바나나, 벼 속한 외떡잎식물에서 접목 최초로 성공
바나나는 지난 30여년 간 전세계를 휩쓴 곰팡이병에 멸종위기로 내몰리고 있다./fungiAlert
치명적인 곰팡이병이 퍼지면서 멸종위기로 내몰린 바나나를 구할 길이 열렸다. 바나나를 병충해에 강한 식물에 접목(椄木)하는 식이다. 접목은 인류가 수천 년 동안 사과나 감귤 등에 사용한 전통 농업 기술이지만 바나나나 벼, 밀 같은 외떡잎식물은 불가능하다고 알려졌다. 이번에 그 장벽을 허문 것이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의 줄리안 히버드 교수 연구진은 “외떡잎식물의 배아조직을 다른 외떡잎식물의 뿌리에 접목하는 데 성공했다”고 23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밝혔다.
대추야자의 접목 실험. 왼쪽은 대추야자 뿌리줄기에 싹을 접목한 지 50일된 모습이고 가운데는 접목 후 2년이 지난 모습이다. 화살표는 접목 지점이다. 오른쪽은 접목하지 않은 일반 대추야자이다./Nature
◇배아조직 이식해 접목 성공률 높여
접목은 병충해에 강하고 생산량이 높은 작물을 만드는 방법이다. 이를 테면 가지에 토마토 줄기를 접목하면 병충해에 강한 토마토가 나오고, 호박에 오이 줄기를 접목하면 오이 생산량이 늘어난다.
하지만 외떡잎식물은 접목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학계의 중론이었다. 물이 오가는 안쪽 물관과 영양분이 지나가는 바깥쪽 체관 사이에 관다발 형성층이 없어 접목을 해도 두 식물의 조직이 서로 융합되지 않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외떡잎식물의 줄기 대신 씨앗에서 채취한 배아 조직을 접목했다. 두 식물은 융합해 하나로 자랐다. 연구진은 형광물질을 이용해 뿌리에서 접목 부위에서 나온 싹으로 물과 영양분이 오가는 것을 확인했다.
외떡잎식물(오른쪽)은 쌍떡잎식물처럼 물관과 체관 사이의 관다발 형성층이 없어 접목이 불가능하다고 알려졌다. 접목해도 두 조직이 융합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영국 연구진은 초기 배아 조직을 이식해 이런 한계를 극복했다./금성출판사 티칭백과
처음엔 같은 외떡잎식물 종끼리 접목 실험을 했지만, 이후 다른 종 사이로 발전했다. 연구진은 밀 배아를 질병에 강한 귀리 뿌리에 접목했다. 그러자 토양에서 유래하는 병충해에 강한 밀이 자라났다. 연구진은 씨앗에서 나온 조직과 뿌리는 초기 배아 상태여서 융합이 잘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바나나 곰팡이병 막을 새로운 길 제시
외떡잎식물은 6만여 종에 이른다. 연구진은 접목이 파인애플과 바나나, 양파, 용설란, 대추야자 등 다양한 외떡잎식물에서도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히버드 교수는 “우리는 누구나 불가능하다고 말한 것을 이뤄냈다”며 “오랜 진화과정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종 사이에도 접목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논문 제1저자인 그레그 리브스 박사는 “이번에 개발한 방법은 유전자변형이나 오랜 시간이 필요한 육종 없이 외떡잎식물이 병충해 저항성이나 염분 저항성 같은 유용한 특성을 획득할 수 있게 한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연구 결과는 바나나를 멸종위기에서 구해줄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 30년간 전 세계 바나나 경작지에 치명적인 곰팡이병이 퍼졌다. 붉은색은 곰팡이병 발생지역이고 노란색은 바나나 주요 생산지역, 녹색은 바나나 주요 수입지역이다./미주농업협력연구소
바나나는 이대로 가면 식탁에서 사라질 수 있다고 과학자들은 경고한다. 1989년 대만에서 창궐해 바나나 70%를 말라 죽게 한 곰팡이병이 최근 바나나 최대 수출 지역인 중남미까지 퍼진 것으로 확인됐다. 지금까지 곰팡이가 발견되고 나서 전염을 막아낸 국가는 없다. .
현재의 캐번디시 품종이나 이전의 그로 미셸은 모두 씨가 없어 뿌리줄기를 잘라 번식시킨다. 즉 모든 바나나가 유전적으로 한 개체인 셈이다. 인류는 단단한 껍질을 가져 수송에 편리한 이 품종들만 재배했다. 유전적 다양성이 사라진 생물은 치명적인 질병 하나로 일시에 멸종 위기로 몰릴 수밖에 없다. 이미 그로 미셸이 1950년대 곰팡이병이 퍼지면서 퇴출됐다. 과학자들은 만약 바나나를 다른 식물에 접목할 수 있다면 곰팡이병에 강한 품종을 탄생시킬 수 있다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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