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바다이야기, 어록(魚錄)(20)] 김치속부터 구이까지 언제나 우리 곁에 있는 바다새우
[편집자주]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우리나라 물고기, 알고 먹으면 더 맛있다.
특정 음식에 대한 알레르기는 미식가들에게 천형(天刑), 하늘이 내린 형벌처럼 다가온다. 특히 그 대상 음식이 주변에 널려있고 맛있는 것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새우에 알레르기가 있던 한 지인은 새우초밥이나 대하 구이는커녕 젓새우가 들어간 김치도 먹지 못했다. 어느날 큰 마음을 먹고 대하 구이를 덥썩 베어 문 그는 이후 일주일간 목과 입이 퉁퉁 부어올라 말을 제대로 못할 정도로 고생했다. 고생을 끝낸 뒤 남긴 평은 다음과 같았다. "너무 아파서 힘들었지만, 새우라는 게 무척 맛있는 음식이라는 건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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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사는 새우만 180여종…공식 통계는 7종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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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발에 잡혀 올라오는 새우. /사진=국립수산과학원
우리나라 사람들은 새우를 다양하게 즐긴다. 구이부터 젓갈, 회로도 먹는다. 이는 우리나라에 상당히 많은 종류의 새우가 살고 있는 덕분이다. 1977년 처음 새우 도감이 나올 때만 해도 77종이었으나 이후 40여년 동안 연구가 거듭되면서 100종 이상이 추가로 알려져 현재는 180여종이 보고됐다.
우리에게 익숙한 새우들로는 보리새우, 대하, 젓새우 등이 있다. 이외에도 건새우로 많이 쓰이는 꽃새우, 도널드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방한으로 유명해진 독도새우(도화새우·물렁가시붉은새우·가시배새우)가 있다. 통계청이 공식적으로 어획량을 집계하는 새우는 △보리새우 △대하 △중하 △꽃새우 △젓새우류 △닭새우류 △기타 새우류 등이다. 비싼 가격으로 큰 마음 먹고 영접해야 하는 독도새우는 '기타 새우'로 분류된다.
연근해어업으로 잡히는 새우는 젓새우, 꽃새우, 보리새우, 중하, 대하 순으로 많다. 젓새우류는 수심이 낮고 펄질이 잘 형성되어 있는 서해안의 전남과 인천에서 주로 잡힌다. 꽃새우도 서해안의 충남과 전북에서 잡힌다. 보리새우는 경남과 전북, 중하는 전남, 대하는 서해안의 충남, 닭새우류는 경남과 제주도 주변이 주 산지다. 기타새우류는 남해안과 제주도 주변에서 어획되는 가시발새우(딱새우), 대롱수염새우가 있으며, 수심이 깊은 동해안의 경북과 강원에서 어획되는 북쪽분홍새우와 진흙새우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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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시대에도 새우를 즐기던 한민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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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에 빠질 수 없는 새우젓. 족발이나 보쌈집에서도 톡톡히 제몫을 한다. /사진=수협쇼핑
한반도에서 새우를 먹어온 역사는 오래됐다. 중국 송나라때 고려에 왔던 사신 서긍이 남긴 '선화봉사고려도경'은 1123년 무렵 고려의 서민들의 식습관을 묘사하면서 "고려 풍속에 양과 돼지가 있지만 왕공이나 귀인이 아니면 먹지 못하며, 가난한 백성은 해산물을 많이 먹는다. 왕새우(蝦王) 등은 귀천 없이 잘 먹는다"고 밝혔다. 당시에도 이미 새우는 귀족이나 양민이나 똑같이 즐기는 음식이었던 것이다.
젓새우 역시 조선 정조 시기 '일성록'에 언급된다. 황해도 감사 이시수가 정조대왕과 자하로 담근 젓갈(자하젓) 운반을 두고 문답하는 내용이 담겼다. 한양으로 젓갈을 옮길 때 수로로 옮기면 좋은데 비용이 많이 들어 폐단이 있고, 육로로 옮기면 말에 싣고 다닐 때 이리저리 흔들려 맛이 변한다며 고민하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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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우를 분류하는 방법 '수상새아목'과 '범배아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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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국립수산과학원
흔히 새우를 분류할 때 대하처럼 큰 새우, 보리새우처럼 중간 크기, 젓새우처럼 작은 종류로 나눌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국립수산과학원의 김정년 박사는 새우를 크게 두 종류로 나눈다. 우선 먼저 보리새우, 대하, 젓새우, 꽃새우 등은 아가미 모양이 나뭇가지처럼 생겨 '수상새아목'(Dendrobranchiata)이라 부른다. 그라비새우, 도화새우, 물렁가시붉은새우, 가시배새우 등은 아가미가 범선의 돛처럼 생긴 '범배아목'(Pleocyemata)이다.
수상새아목은 수정한 알을 몸에 붙이지 않고 바다로 방출해 키우기에 두번째 복부 마디가 그리 크지 않다. 반면 범배아목은 수정한 알이 부화할 때까지 복부에 붙이고 키우기에 두번째 마디가 첫번째 마디의 위로 올라올 정도로 넓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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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새우·꽃새우는 '독도새우'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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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 /사진=국립수산과학원
국내에서 잡히는 새우 중 가장 크고 맛있는 건 대하(Penaeus orientalis)다. 대하는 서해 전 해역에 분포하는 종으로 동계시기에는 격렬비열도, 흑산도 부근의 서해 외해에서 월동 후 수온이 올라가는 산란 시기인 4월부터 6월에 충남 천수만 등 서해 연안으로 이동을 하게 된다. 대하 자원관리를 위해 어업인들은 산란 시기 이후인 8월부터 12월까지 산란 후 성장하는 개체나 외해로 회유하는 대하를 어획한다.
젓새우. /사진=국립수산과학원
젓새우(Acetes japonicus)는 우리나라에선 목포, 부안, 보령 등에서 주로 나온다. 암컷이 수컷에 비해 큰 편이지만 그래봤자 최대 30㎜. 수컷은 24㎜ 가량이다. 젓새우로 만드는 새우젓은 어획시기 등에 따라 오젓(5월), 육젓(6월), 자하젓(초가을), 추젓(가을에 어획한 새우), 동백하(2월 수확한 새우) 등으로 나뉜다. 젓새우 산란기인 6월에 어획한 새우로 담근 육젓이 최상품으로 취급되며 김장용 젓갈로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중하. /사진=국립수산과학원
김치속에 젓새우와 함께 중하(Metapenaeus joyneri)를 넣는 경우도 적지 않다. 크기가 큰 대신 대가리에서 나오는 눅진한 맛이 김치의 감칠맛을 더한다. 해물순두부, 해물된장찌개에 감초처럼 들어가는 애매한 크기의 새우는 중하인 경우가 많다.
꽃새우. /사진=국립수산과학원
꽃새우(Trachysalambria curvirostris)는 일부 횟집에서 독도새우의 일종인 도화새우와 혼용돼 쓰이는 경우가 많으나 엄연히 다른 종류다. 150~200㎜씩 자라는 도화새우에 비해 꽃새우는 최대 100㎜를 넘기 힘들다.
닭새우. /사진=국립수산과학원
닭새우(Panulirus japonicus)는 25~30㎝까지 자라는 대형종으로 몸보다 긴 한쌍의 더듬이가 특징이다. 일부 상인들은 독도새우의 일종인 가시배새우의 대가리가 닭벼슬을 닮았다는 이유로 이를 닭새우라 부르는 경우가 있으나 엄연히 다른 종이다. 진짜 닭새우는 제주 인근에서 주로 잡히고, 가시배새우는 포항 이북의 동해에서 잡힌다.
보리새우. /사진=국립수산과학원
보리새우(Marsupenaeus japonicus)는 연한 푸른빛이나 갈색을 띄는 경우가 많다. 뷔페에서 얼룩덜룩한 갈색 새우가 올라간 초밥을 쉽게 볼 수 있는데, 보리새우로 만드는 경우가 많다. 오도리라고도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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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우 길이를 재는 방법 '두흉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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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 다리와 수영하는 다리가 나뉘어있는 새우. /사진=국립수산과학원
일본에서는 새우를 에비(海老)라고 한다. 등이 굽은 모습이 노인을 연상시킨다는 이유에서 '바다의 노인'으로 부르는 것이다. 이처럼 굽은 등 때문에 새우는 다른 어류처럼 몸 전체 길이를 측정하는 '전장'을 적용하는 게 쉽지 않다.
그래서 나온 측정법은 '두흉갑'을 재는 것이다. 눈 바로 뒤쪽부터 대가리를 이룬 껍데기의 끝까지 재는 방식이다. 현재 수산자원관리법에서 금어기를 지정한 닭새우의 경우 두흉갑장 5㎝ 이하, 펄닭새우의 경우 두흉갑장 10㎝ 이하로 지정돼있다. 이를 넘기지 못한 새우를 잡는 경우 최대 80만원의 과태료에 처해진다.
또 하나의 TMI. 새우 다리는 총 20개다. 앞다리 5쌍(10개)은 걷는 다리, 뒷다리 5쌍(10개)은 수영하는 다리다. 그런데 수산과학자들이 갑각류 중 새우를 분류할 때는 걷는 다리만 '진짜 다리'로 쳐준다. 그래서 새우를 '십각목'에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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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중반 대하 대량폐사…이후 대세가 된 흰다리새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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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왼쪽의 대하 뿔이 오른쪽의 흰다리새우보다 길다. (아래)측면에서 비교해도 뿔 길이의 차이가 명확하다. /사진=국립수산과학원
대하 어획량은 지난 10년간 340톤 내외로 매년 자원회복을 위한 종자 방류 사업이 이뤄지고 있다. 양식은 2000년대 중반 바이러스로 인하여 대량폐사가 발생한 이후 흰다리새우로 대체되어 현재 양식품종은 흰다리새우가 차지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우리나라 새우양식은 봄철에 어린 새우를 사육지에 입식해 여름에 길러 가을에 수확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최근 실내 육상수조에서 바이오플락기술을 적용한 양식을 하면서 계절성 없는 양식이 가능해졌다.
우리나라 새우양식 생산량은 지난해 약 8000톤, 수입량은 8만톤으로 국내 소비량의 90%는 냉동 수입산에 의존하고 있다. 대하는 우리나라 서해안에 국지적으로 서식하고 있는 품종으로 가치가 높으나 질병에 약하고 경제성이 흰다리새우보다 낮아 양식 종으로 회복을 위한 연구가 필요하다. 국립수산과학원은 바이오플락을 적용한 대하 양식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대하의 부족한 어획량을 채우기 위해 일부 상당수의 유통현장에서는 양식산 흰다리새우가 대하로 둔갑해 팔리는 경우가 있다. 김수경 국립수산과학원 해양수산연구사는 "흰다리새우와 대하를 구변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이마에 달린 '뿔'의 길이"라며 "이마 뿔이 길면 대하, 짧으면 흰다리새우"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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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보다 콜레스테롤 적은 대하, 동맥경화·고혈압도 예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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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바스 알 아히요. /사진=최우영 기자
새우는 그냥 찌거나 소금구이로 먹어도 맛있지만, 버터와 마늘과 함께 조리하는 '새우버터구이'로 먹으면 풍미가 더 살아난다. 최근에는 스페인의 새우 요리인 '감바스'도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원어는 감바스 알 하이요(gambas al ajillo)로, 감바스는 새우라는 뜻이고 하이요는 마늘이다. 올리브오일에 마늘과 새우를 넣어 익혀서 빵과 함께 먹는다.
김수경 연구사는 "새우는 필수 아미노산과 글리신 함유량이 많고 껍질 역시 키토산과 단백질, 무기질이 풍부하다"며 "특히 머리와 꼬리에 키토산과 타우린이 풍부하며 지방 함량이 낮아 다이어트에도 좋고, 성장 발육 및 피부 미용에도 좋다"고 말했다.
이어 "대하의 콜레스테롤 함량은 100g 당 296㎎으로 계란(630㎎)보다 훨씬 적으며, 혈중 콜레스테롤 농도를 떨어뜨리는 불포화지방산과 타우린이 많이 들어있어 동맥경화, 고혈압, 심장병 예방에 도움이 되는 건강식품"이라며 "국민들이 맛있는 새우를 건강하고 착한가격에 즐기실 수 있도록 국립수산과학원도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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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 바람이 불어오는 계절, 맛있어지는 새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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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획된 자연산 대하. 한 마리만 먹어도 배가 부를 것 같다. /사진=국립수산과학원
싸고 맛있는 새우를 손쉽게 구할 수 있다. 해양수산부가1년 내내 여는 '대한민국 수산대전'이다. 코로나19로 지친 국민들과 어민들을 위한 수산물 할인행사다. 대한민국 수산대전 홈페이지(www.fsale.kr)에서 현재 진행중인 할인행사와 이벤트, 제철 수산물 정보 등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
대한민국 수산대전에는 전통시장부터 오프라인 마트, 온라인 쇼핑몰, 생활협동조합, 수산유통 스타트업 등 수산물 주요 판매처가 대부분 참여한다.
△대형마트 8개사(이마트·홈플러스·농협하나로유통·롯데마트·GS리테일·메가마트·서원유통·수협마트) △온라인 쇼핑몰 15개사(11번가· 컬리·쿠팡·한국우편사업진흥원·이베이코리아·수협쇼핑·위메프·오아시스·SSG.com·CJ ENM·더파이러츠·GS홈쇼핑·롯데온·인터파크·꽃피는아침마을) △생협 4개사(한살림·아이쿱·두레·행복중심 생협) △수산 창업기업 4개사(얌테이블·삼삼해물·풍어영어조합법인·바다드림)에서 사시사철 할인 쿠폰을 뿌린다.
행사기간에 맞춰 생선을 주문하면 정부가 지원하는 20% 할인에 참여업체 자체 할인을 더해 반값에도 구입할 수 있다. 제로페이앱을 쓰면 전통시장에서 쓸 수 있는 모바일 수산물 상품권을 30%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갑자기 전국에 찾아온 폭설로 몸이 얼어붙는 요즘, 노릇노릇 익어가는 대하구이로 건강과 기력을 함께 되찾아보는 건 어떨까.
맛있는 대하 소금구이. /사진=뉴스1
감수: 김수경 국립수산과학원 서해수산연구소 해양수산연구사
세종=최우영 기자 you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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