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한 동물 2종 실제 모델 '부채머리수리'
회색곰보다 더 큰 발톱으로 나무늘보·원숭이 사냥
"사람도 충분히 잡아먹을 것"..식인조로 분류
얼마 전 해리포터 시리즈 1탄 ‘마법사의 돌’ 개봉 20주년을 기념해서 다채로운 행사가 열렸습니다. 이젠 30대 초반의 청년이 된 주인공 해리·헤르미온느·론 역할 배우들이 한자리에 모였고요. 영화에 등장하던 캐릭터들도 다시 소환됐어요. 해리포터 영화가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 중의 하나는, 소설 속에서 작가가 상상의 나래를 펼친 모습이 스크린에서 아주 매혹적으로 재현됐다는 것입니다. 소설 1~7편에 이르는 곳곳에 등장하는 신비한 마법 동물들 역시 마찬가지였죠.
어미와 새끼 부채머리수리가 날카로운 눈으로 전방을 주시하고 있다. 새끼의 입에는 방금 전까지 산채로 나무를 활보하던 원숭이 사체의 일부가 물려있다. /ZAPPING SAUVAGE youtube
신비한 동물들의 생김새가 실제로 영감을 얻은 지구상 실존 동물이 무엇인지 단서를 찾아내는 재미도 쏠쏠했죠. 남미의 열대우림을 휘젓고 살던 은둔의 대형 맹금류 부채머리수리(Harpy Eagle)도 해리포터 시리즈로 인해서 인지도가 부쩍 높아졌답니다. 해리포터 시리즈에 나오는 두 종류의 마법 동물의 현존하는 실제 모델로 알려지면서죠. 해리포터의 은사 알버스 덤블도어 호그와트 교장이 키우는 불사조 ‘퍽스’와, 사냥터지기 해그리드의 신비한 동물 돌보기 수업때 교보재로 등장한 히포그라프 ‘벅빅’이죠. 히포그라프는 맹금류의 머리에 맹수의 발과 몸뚱아리를 가진 신화 속 짐승입니다.
해리포터의 조력자로 등장하는 알버스 덤블도어 교장의 불사조 퍽스. 부채머리수리와 몸색깔만 다를 뿐 매우 비슷하다. /harrypotter.fandom.com
해리포터를 돕는 신비한 동물로 등장하는 히포그라프 '벅빅'. 머리와 날개 부분은 부채머리수리와 몸색깔까지 빼닮았다. /www.harrypotterfanzone.com
보는 이의 심장을 꿰뚫을 듯한 눈매와 날카롭게 벼린 부리, 갈고리 같은 발톱은 영락없이 부채머리수리의 그것이거든요. 그래서 실제 곡절이야 어쨌든, 영화 제작진은 신비한 동물을 구현하는 과정에서 부채머리수리의 위용을 상당부분 참고했을 것이라는게 정설입니다.
◇현존 최강의 맹금류이자 식인조
부채머리수리의 사냥장면을 담은 내셔널지오그래픽 다큐 동영상입니다. 이 가련한 나무늘보는 자신이 집안 내력상 빨리 움직일 수 없음을 통탄했을지도 모릅니다. 전광석화처럼 날아온 부채머리수리는 나꿔챈 나무늘보를 둥지로 가져가 신선한 살코기로 조각내 부지런히 새끼에게 먹입니다. 누군가의 죽음은 이렇게 다른 누군가의 삶의 동력이 됩니다. 그게 정글의 법칙이죠. 부채머리수리는 현존 최강의 맹금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두 날개를 펼친 길이가 2m에 달하는 위풍당당한 몸집은 동급 최대종인 안데스콘도르(3m)에 한참 못미치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부채머리수리가 ‘최대’가 아닌데도 ‘최강’으로 인정받는 까닭이 있습니다. 안데스콘도르가 죽은 시체를 뜯어먹고 살며, 공격성이 거의 없는 ‘벌처(Vulture)’ 인데 비해, 부채머리수리는 살아있는 짐승을 직접 사냥해 먹는 ‘이글(Eagle)’이거든요. 이글 중에서도 최강의 살생파워를 갖췄습니다.
옆에서 본 부채머리수리의 얼굴. 머리의 깃털과 은청색 몸색깔이 신비로운 모습을 자아낸다. /샌디에이고 동물원 홈페이지
몸전체를 감싼 은청색이 주는 고귀한 느낌, 머리 주변에 부채살처럼 꽂혀있는 길다란 깃털, 이런 비현실적 외모에다가 빽빽하게 우거진 열대우림에서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희귀성 때문에 부채머리수리는 맹금류 연구자들부터 일찌감치 ‘전설의 새’로 불려왔습니다. 게다가 이글류 특유의 부리와 발톱은 타 종의 그것을 완벽히 압도하는 살상병기입니다. 이 부채머리수리와 빼닮은 불사조 ‘퍽스’와 히포그라프 ‘벅빅’은 책과 영화에서 주인공 해리포터와 돕고 서로 교감하는 용맹한 동물 친구로 나오죠. 현실에선 어떨까요? 그저 인간도 한번의 공격으로 고깃덩이로 만들 수 있는 식인조일 뿐입니다. 부채머리수리 암컷이 원숭이를 사냥한 뒤 새끼에게 먹이는 프랑스TV 동영상을 보실까요?
그렇습니다. 부채머리수리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맹금류(이글·벌처·매 등)를 통틀어 유일하게 ‘식인조’로 분류되는 새입니다. 실제로 사람이 부채머리수리의 먹잇감으로 희생됐다는 공식적인 기록이 전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이 새의 풍모와 사냥습성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때 사람도 충분히 잡아먹히고도 남는다고 조류 연구자들은 단언합니다. 어린 아이 정도면 너끈하게 채갈 수 있지요. 실제로 부채머리수리가 서식하는 남미 열대 우림에는 아직 문명화되지 않은 모습으로 살고 있는 원주민 부족이 상당수 살고 있습니다. 이들이 구전으로 전승해온 기록 중에는 어쩌면 ‘부채머리수리의 공격을 막는 법’이 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회색곰보다도 길고 날카로운 발톱으로 뼈 부수고 심장까지 꿰뚫어
그럼 이 날아다니는 살인병기의 모습을 하나하나 볼까요? 수리들의 가장 중요한 무기는 발톱입니다. 발톱이 먹잇감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움켜쥐느냐에 따라서 사냥의 성패가 결판나거든요. 이 녀석의 발톱은 과연 이것이 자연의 섭리에 따라 생겨난 것인가, 솜씨좋은 대장장이가 수십년 벼려낸 것은 아닌가 착각이 들 정도로 무시무시합니다. 후크선장의 의수처럼 날카롭게 갈고리진 발톱의 길이는 13㎝, 식인괴수로 이름난 북미 알래스카의 회색곰보다도 크다고 합니다. 이 발톱이 먹잇감의 살갖에 파고드는순간 최대 50㎏의 충격이 가해집니다. 성인이라도 피하지방을 뚫고 뼈까지 단박에 으스러뜨릴 수 있는 충격입니다.
정면에서 본 부채머리수리의 얼굴. 은청색 깃털이 아름답게 빛나고 있다. /샌디에이고동물원 홈페이지
이런 가공할 만한 공격력에 덩치까지 갖췄으니 메뉴에 오르는 식단도 다른 맹금류와는 클래스가 다릅니다. 주식은 나무늘보와 원숭이입니다. 어린 사슴, 산미치광이와 주머니쥐, 이구아나도 사냥하죠. 유라시아 검독수리의 경우 발톱으로 채가기 힘든 덩치 큰 염소 등은 절벽에서 떨어뜨려 추락사시키는 방법을 쓰지만, 부채머리수리는 이런 잔꾀는 안부립니다. 최대 23시간까지 숲속 나무에 숨어서 200m밖에서 2㎝짜리 목표물도 식별할 수 있는 경이적인 시력으로 주변을 살피다가 먹잇감이 눈에 띄면 날개를 활짝 펼치고 죽음의 비행을 시작합니다. 일반적으로 수리와 매 등의 사냥방법은 ‘내리꽂기’ 방식이 일반적입니다. 고공강하를 통해 붙인 가속도로 먹잇감을 덮치는 것이죠. 하지만 발톱의 날카로움의 정도에 비해 사냥당한 희생물들의 덩치가 클 경우 아주 고약한 꼴을 당할 수 밖에 없습니다.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한 부채머리수리는 사람까지도 한 번의 습격으로 죽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진 최강의 맹금류이다. /로스앤젤레스 동물원 홈페이지
바로 두눈을 뜨고 정신이 번쩍 든 상태에서 옴짝달싹못한채 뜯어먹히는 것이죠. 그저 숨통이라도 먼저 끊어놓은 다음에 포식하라는 자비를 요구하기에 야생은 바쁘고 냉혹합니다. 그러나 부채머리수리에게 사냥당하는 희생물들이라면, 적어도 운은 좋다고 하겠습니다. 거대한, 그리고 불에달군 쇠갈고리 같은 발톱이 몸통을 파고드는 순간 바로 절명할 것이기에 산채로 먹히는 고통만큼은 면할 수 있을테니까요. 이들은 대다수 수리·매류들이 하는 고공낙하식 폭격과는 차원이 다른 사냥법을 구사합니다. 저공비행을 하다 눈높이에서 먹잇감을 덮치기도 하고 때로는 아래에서 치솟듯 공격하기도 합니다. 어떤 방법으로든 움켜쥔 발톱을 벗어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엄격한 가모장 사회인 대다수의 맹금류와 마찬가지로 암컷이 수컷을 힘과 몸집 양면에서 모두 압도합니다. 그래서 성별로 사냥하는 먹잇감에도 차이가 있어요. 이구아나 등 비교적 잔챙이들이 수컷들의 주 사냥감인 반면, 나무늘보와 원숭이 등은 주로 암컷들의 몫이죠.
날개를 펴고 비상을 준비하고 있는 부채머리수리의 모습은 해리포터 시리즈에 나오는 히포그라프 '벅빅'의 모습과 매우 흡사하다. /로스앤젤레스동물원 홈페이지
큼지막한 원숭이를 사냥한 뒤 북어포 마냥 북북 찢어서 너덜너덜한 손가락이 붙어있는 팔근육을 받아먹어 꿀떡꿀떡 삼키는 새끼새의 모습에선 벌써 정글 제왕의 풍모가 묻어납니다. 특별한 일이 벌어지지 않는한 한번 짝을 맺으면 평생 부부의 연을 맺고 최장 35년까지 해로하면서 2~3년 간격으로 알을 낳고 새끼를 키워냅니다. 육식새들의 경우 한 배에서 낳은 형제자매들끼리 서로 죽고 죽이는, 또는 먹고 먹히는 살벌한 생존경쟁이 벌어지지만, 부채머리수리의 집안에서는 그런 살풍경은 좀처럼 보기 힘듭니다. 보통 알을 두개 낳지만, 하나만 부화해서 부모의 돌봄을 독차지하거든요. 살떨리는 먹성만 떼놓고 보면, 살아가는 방법은 어떻게 보면 알콩달콩살아가는 부부의 모습과 다를바가 없습니다. 그런 인간적인 모습에 해리포터의 모델이 된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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